[경영전략 트렌드=이케아가 세계 가구시장을 뒤흔든 이유는]
‘지키는 리더’ 아닌 ‘움직이는 리더’가 살아남는다
고객의 눈높이로 시장을 재정의하라
(사진) 이케아 매장 전경. /한국경제신문

[허지성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1943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이케아는 수많은 업체들이 경쟁하는 가구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하고 있다.

2015년 기준 27개국 315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홈 퍼니싱 분야 시장점유율 세계 1위 업체로, 연매출 40조원이 넘는 거대 기업이자 인터브랜드의 글로벌 브랜드 순위에서도 26위에 올라 있는 등 가구 업계의 독보적인 선도 업체다.

스웨덴 시골에서 창립된 이케아는 세그먼트·지역·스타일 등에 따라 파편화된 가구 시장에서 어떻게 글로벌 선도 가구 업체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을까.

하나의 힌트를 들어보자. 이케아는 매장에서 판매 가격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가구를 압축적으로 포장하는 데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대표적인 예가 이케아의 상징과도 같은 특별한 포장법인 ‘플랫 팩(flat pack)’이다.

이케아가 그 포장법을 가장 먼저 고안한 것은 아니지만 플랫 팩의 잠재력을 최대한 체계적으로 이용한 최초의 업체라고 할 수 있다. 이 포장법으로 운송·유통·보관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최고 인재들을 고용해 비용이 덜 드는 제조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고안한 것으로 유명한데, 실제보다 더 값비싸게 보이게 하는 것은 기본이다.

또한 특별히 낮은 가격에 소싱이 가능하다면 기발한 상상력으로 색다른 공급 업체에 의존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특수한 탁자 제작은 스키 제조업체에 맡기고 침대 머리판은 문 공장에서 사들이고 철사 틀로 만드는 소파와 탁자는 쇼핑 카트 제조업체에서 사왔다.
그 대신 고객도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이케아 매장에서 가구 판매에 발생하는 작업량의 80%는 고객의 몫이다. 원하는 제품을 찾아 선반에 싣고 계산대로 옮겨 돈을 지불하고 자동차에 손수 실어 집으로 가져가 직접 조립해야 한다.

일명 캐시 앤드 캐리(cash-and-carry) 시스템의 가구점을 최초로 생각해 낸 업체는 아니지만 그런 방식의 개발과 판매를 비즈니스 중심에 둔 최초의 업체다.

◆‘시장 선도자’ 전략은 피할 수 없는 선택

저가 전략, 독특한 포장법과 디자인, 캐시 앤드 캐리 그 자체로는 시장 선도는 아니다. 하지만 이 모든 시도들이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결합돼 최고급 가구를 구입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일상생활’을 안겨주기 위한 이케아만의 독특한 문제 해결 방식이 작동하게 했다.

이를 통해 이케아는 가구를 장기적인 투자로 보는 오랜 전통을 무너뜨렸고 가구를 패션으로 보는 시각을 발전시켜 가구 산업을 재정의했다. 또한 고객이 혼자 움직이고 결정하고 직접 조립하게 함으로써 소비자를 함께 활동하는 사람들로 변화시키고 참여의 기쁨을 안겨 줬다.

종합하자면, 이케아는 가구 시장에서 삶을 바꿀 만한 혁신적 가치를 제공한 최초의 업체이기에 고객이 인정하고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시장 선도자가 된 것이다.

경영전략의 고전적 주제 중 하나인 시장 선도가 최근 기업은 물론이고 창조경제를 지향하는 국가 차원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다. 그동안 단기간에 급속한 발전을 이끌어 온 효율성 중심의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이 급변하는 경쟁 환경 속에선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시장 선도자로의 전환은 지속 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산업 변화의 주기가 짧아지고 변덕스러워져 시장 선도자의 이점을 지키기가 어려워졌다.

시장의 개척에서건, 육성에서건 선도자의 우위는 확보한 시장 지배력이 높은 진입 장벽을 통해 상당 기간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해 왔다. 하지만 인터넷·모바일을 필두로 한 정보기술(IT)의 발달이 이러한 전제에 근본적인 영향을 주면서 시장 선도자 이점의 기반마저 흔들리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기존에는 연관이 없어 보이던 산업 영역으로부터 훨씬 더 나은 가치 제공자들이 넘어 들어와 진입 장벽 자체를 무력화하고 있다. 휴대용 내비게이션 기기를 돌아보자. 지도 제작은 소수 기업에 의해 지배되는 성숙한 산업이었다.

그러다가 맵퀘스트와 야후지도 같은 무료 길찾기 인터넷 사이트로부터 시작된 경쟁은 고급 위성항법장치(GPS) 기기들로 옮겨 왔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구글 지도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앱)이 고급 GPS 기기들을 비용 면에서 압도하게 된다. 순식간에 무료로 설치되는 내비게이션 앱들은 기존 내비게이션 제품보다 저렴하고 자동적으로 업데이트된다.

급기야 가민·톰톰 같은 내비게이션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급락했다. 이들 시장 파괴자들이 위협적인 것은 소비자 효용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존 기술을 적절히 조합해 이용함으로써 기술적 진입 장벽을 쉽게 극복한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은 내비게이션뿐만 아니라 카메라와 휴대용 게임기 등 IT 제품은 물론 도서·교육·유통 등 인접 산업의 가치 사슬까지도 변화시키고 있다.

둘째, 고객의 혁신 수용 패턴과 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앵그리버드 게임은 안드로이드용 기기용 출시 첫날 100만 번 이상 다운로드됐고 7개월 만에 다운로드 수가 2억 번을 넘어섰다.

또한 최근 출시된 포켓몬 고는 일부 국가에서만 서비스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1주일 만에 1000만 명 이상이 다운로드했다. 이는 서로 연결된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면서 ‘똑똑한 소비자’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가치를 찾아 움직이는 소비자들

소셜 미디어 서비스 이용의 확대로 소비자들은 제품의 성능·가격·만족도 등 사용 경험을 공유하면서 과거처럼 기업이 제공하던 가치를 더 이상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능동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찾아 브랜드마저 쉽게 옮기고 있는 추세다.

공고하던 산업의 진입 장벽이 무너지고 소비자들도 쉽게 묶어 놓을 수 없게 된 경영 환경 변화 속에서 기업들은 여전히 시장 선도자를 지향해야 할까. 만약 지향해야 한다면 어떤 모습이 바람직할까.

시장 선도자의 우위를 누릴 수 있는 기반 요소들이 정보화 사회 도래로 영향을 받게 됐지만 이점의 지속 기간이 짧아졌을 뿐 그 자체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혁신의 수용 여부가 더 빨리 그것도 한꺼번에 결정되는 승자 독식 시장의 특성이 심화되면서 보다 민첩한 움직임이 중요해졌을 뿐이다. 혁신적 제품의 개발과 마케팅 등의 동시다발적 고려가 현재와 미래의 시장 선도자에게 필요하다.

◆끝없이 ‘빈 공간’ 찾아야 산다

더구나 시장의 성장이나 기술의 발전 속도 면에서 전통적인 선도자의 이점을 누릴 수 있는 산업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화학이나 반도체 등 주기적으로 대규모 투자가 뒤따라야 하는 장치산업은 혁신적 아이디어만으로는 신규 후발자가 진입 장벽을 단번에 넘기 힘겨울 것이다.

운영체제(OS)처럼 사용자가 일단 선택한 제품 및 이에 연동된 제품·서비스에 점점 고착화되는 플랫폼 기반 사업에서도 고객 전환이 어렵다. 또한 TV같이 시장 성장세보다 기술 발전이 빠른 산업에서는 차세대 제품의 최초 출시로 소비자들에게 확실한 기술 우위와 표준이란 것을 각인해 주는 이미지 효과를 통해 시장에서 유리한 포지션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시장 선도자도 영원할 수 없다. 신시아 몽고메리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더 스트래티지스트(The Strategist)’에서 “전략이란 기업에 유리한 포지션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고정된 것으로 생각할 수 없으며 발전하고 움직이고 변화하는 시스템”이라고 주장했다.

시장 선도자 전략도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한 기존 산업의 진입 장벽을 무력화하는 시장 파괴자의 출현이 정보 기반 제품과 서비스 중심이지만 이를 넘어 발산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이 기존 산업과 경쟁하는 방식은 이러한 가능성이 이미 검증된 사례다.

최선의 대응은 ‘지키는 마켓 리더’가 아니라 ‘움직이는 마켓 리더’를 지향하는 것이다. 세상을 바꿀 만한 자신만의 혁신적 가치를 찾아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장 선도자로 거듭나야 한다. 스페인 프로 축구클럽 바르셀로나 FC의 간판스타인 리오넬 메시는 옆에서 동료가 좋은 기회를 잡고 있어도 항상 더 좋은 공간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축구에서 훌륭한 골잡이들은 골을 넣는 재주도 좋지만 남보다 먼저 좋은 위치를 선정하는 능력에서 탁월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찬가지로 시장 선도자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변화가 필수적이다.

급변하고 예측 불가능한 21세기 경영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경쟁 우위를 창출하기 위한 전략은 과거처럼 한 번 창출해 놓은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높은 진입 장벽을 구축해 지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시장 지배자라도 새로운 시장 공간을 계속 창조해 자유롭게 옮겨 다니며 일시적 독점에서 오는 경쟁 우위를 반복해 누리는 히트 앤드 런(Hit & Run)식의 ‘역동적인 시장 선도자’를 지향하는 것이 21세기 창조경영 시대에 적합한 전략이다.
고객의 눈높이로 시장을 재정의하라
고객의 눈높이로 시장을 재정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