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인사이드]
“10년 전에는 잘나갔는데…” 2006년 시공능력평가 순위
현대산업개발도 4계단 하락…포스코건설 4계단 상승…삼성물산 3년째 1위
[건설사 10년의 부침] 추락한 ‘대우건설’ 사라진 ‘타이세이건설’
[한경비즈니스=김병화 기자] ‘2016년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이하 시평)’ 결과가 나왔다.

국토교통부는 건설사의 공사 실적, 경영 상태, 기술 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해 매년 7월 말 시평 결과를 발표한다. 올해도 1위는 삼성물산으로, 3년째 선두자리를 지켰다. 현대건설(2위)·포스코건설(3위)·대우건설(4위)·대림산업(5위) 등이 뒤를 이었다.

10년 전 건설 시장의 판도는 과연 어땠을까. 2006년 시평 순위 1위는 삼성물산도 현대건설도 아닌 대우건설이었다. 대우건설은 대우그룹의 구조조정 여파로 1999년 8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시작해 2003년 말 졸업했다.

이후 대우건설은 공사 수주 및 매출·순이익 등에서 준수한 평가를 받으며 2006년 시평 1위 건설사로 거듭났다. 이어 대우건설은 2008년까지 3년 연속 왕좌를 지킨다. 바야흐로 대우건설의 전성시대였다.

10년 전 대우건설을 이야기할 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를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시평 1위 대우건설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오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무려 6조4000여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인수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계 순위는 단숨에 8위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대우건설을 인수한 직후 대한통운(인수 가격 4조원)까지 흡수한 금호아시아나는 유동성이 악화되기 시작했고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2009년 6월 대우건설을 매각했다.

차입금과 이자비용 증가로 대우건설의 재무구조도 다시 악화됐다. 대우건설의 시평 순위는 2009년 3위, 2011년 6위까지 떨어졌다.

현대산업개발도 10년 전 6위에서 10위로 4계단 떨어진 반면, 포스코건설은 7위에서 3위로 4계단 상승했다. 대림산업(5위) 롯데건설(8위) SK건설(9위) 등은 10년 전과 같은 순위를 유지해 눈길을 끌었다.

◆ 벽산건설·우림건설 등 건재함 과시

10년 전 시평 순위에는 지금은 볼 수 없는 건설사들도 등장한다. 11위 ‘타이세이건설’이 대표적이다. 타이세이건설은 일본계 기업으로, 2000년 12월 국내에 첫발을 내딛고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평 상위권에 머물렀던 건설사다.

2009년에는 9위를 기록하는 등 소위 ‘잘나갔던’ 타이세이건설은 2009년 9월 본사 재무 사정 악화 등을 이유로 토목건축공사업 면허를 반납하고 철수했다.

2014년 파산한 벽산건설도 2006년 에는 24위를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었다. 벽산건설은 이듬해인 2007년 공급한 수도권 아파트가 대거 미분양되면서 파산으로 이어졌다.

지난 7월 28일 법원이 회생 절차를 폐지하면서 청산에 돌입할 전망인 우림건설도 10년 전에는 35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우림건설은 2000년대 중반 카자흐스탄 건설 시장 진출 실패 후 워크아웃과 기업회생절차(법정 관리)를 거쳐 매각을 추진해 왔지만 적절한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10년의 부침을 겪으며 순위가 뒤바뀐 호반건설과 울트라건설도 눈길을 끈다. 올해 시평 13위를 기록한 호반건설은 지난 7월 20일 울트라건설(2016년 77위) 인수를 최종 확정했다. 2006년 호반건설의 순위는 86위, 울트라건설의 순위는 63위였다. 두 건설사의 운명이 불과 10년 만에 엇갈린 것이다.

kb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