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은 2000년 고령화사회로 진입했고 2018년 고령사회, 2026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추세로 가면 2050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층 비율이 41.5%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는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일본이 가장 짧은 36년이 걸렸다. 그런데 한국은 이를 10년이나 단축한 26년 만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일본인의 평균수명은 여성이 87.05세, 남성이 80.79세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세계 2위 장수 국가가 됐다. 한국도 남성 79세, 여성 85.5세(세계 4위)로 나타났다. 낮은 출산율도 상당 부분 고령사회화의 원인이 되고 있지만 예방적 의료 시스템의 보급과 의료 기술의 발달 등에 힘입어 수명이 늘고 있다.
인류가 무병장수를 염원해 왔기에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회가 실현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사는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7월 2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31.3%로, 34개 회원국 중 아이슬란드(36.2%)에 이어 둘째로 높았고 OECD 평균(13.4%)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특히 75세 이상의 고용률은 19.2%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OECD 평균은 4.8%). 이처럼 일하는 노인인구 비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2014년 기준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47.2%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이와 같은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자명하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이와 관련된 위험성을 경고해 왔다.
한국의 고령층 고용률이 높으면서 동시에 노인 빈곤율이 높은 것은 연금 소득을 포함한 복지제도가 미흡하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 부득이하게 허드렛일이라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 7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55~79세 고령층 가운데 장래에 일하기를 원하는 비율은 작년보다 0.2% 포인트 증가한 61.2%(758만 2000명)로 나타났다.
현재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국가는 독일·일본·이탈리아 등 세 나라인데, 이 가운데 독일만이 유일하게 초고령사회 진입 후에도 성장 잠재력을 높게 유지하고 있다. 특히 독일의 재정 적자 규모는 초고령사회 들어 개선됐고 국가 부채 증가 속도도 낮았다.
이것이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고용과 연금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고령자와 여성 노동력의 활용을 제고했기 때문이다. 시간제 일자리 확대 등을 통해 고용의 유연성을 제고했고 연금 수급 연령도 2007년 63세에서 65세로 높여 고령자의 일자리 유지 기간을 늘려 왔다.
또한 독일 정부는 복지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재정 건전성의 선순환 구조도 동시에 달성했다. 독일은 일본·이탈리아와 달리 빠른 고령화에도 고령자에 대한 복지 지출이 198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9.7%에서 2009년 9.1%로 감소했다.
독일 정부가 수요 창출자로서 유럽연합(EU) 통합 강화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고령화를 성장 동력화하는 ‘실버 경제(silver economy)’를 추진한 것도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독일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일본도 2006년부터 고연령자 고용 확보 조치를 의무화해 안정적인 고용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정년제 폐지. 정년 연장, 계속고용제도 도입 등 3가지 조치 가운데 하나의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했는데, 80% 이상의 기업이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기업이 숙련된 노동력을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지불하면서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이에 더해 일정 부분 정부의 보조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센티브 구조가 잘 갖춰진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의 이러한 고령자 고용 확보 조치가 청년층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국가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독일이나 일본에서 시행된 조치가 한국에 반드시 적합할 것이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현재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구조적 문제는 저출산·고령화다.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한국으로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고령층은 젊은층의 미래다. 고령 관련 제조·서비스업을 발전시켜 새로운 일자리와 신시장을 창출하는 신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일러스트 김호식) 시간 내서 보는 주간지 ‘한경비즈니스’ 구독신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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