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
분담금 증액 전방위 압박 시사…클린턴은 동맹 강화에 무게
‘협상의 달인’ 트럼프, ‘미군 철수’ 노림수는
[워싱턴(미국)=박수진 한국경제 특파원]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7월 말 각각 전당대회를 열고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하고 100일간의 대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두 사람은 여성과 남성, 정치 가문과 부동산 재벌 가문, 워싱턴 주류와 아웃사이더 등 여러 면에서 대비돼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에 관심이 더해지고 있다. 동맹국은 힐러리 후보가 동맹 관계를 중요시하는 개입주의자인데 비해 트럼프 후보가 동맹 관계의 재정립을 요구하는 고립주의자라는 측면에서 승패에 더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트럼프 후보가 후보 수락 연설을 전후해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동맹국들의 방위비 부담 확대를 재차 요구하고 나서 동맹국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과연 어느 정도 방위비 부담을 원하고 있고 협상이 안 되면 미군 철수를 감행할 의사가 있는 것일까.

◆ 한국 동맹국 중 분담 비율 가장 높아

미국은 2013년 현재 56개국에 25만 명의 미군을 배치하고 있다. 한국에는 2만4899명이 배치돼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매년 2조원 정도를 쓰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은 이 중 절반에 가까운 9320억원(지난해 기준)을 부담하고 있다.

1991년 이전까지는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부담이 적었다. 미국이 한국의 경제 사정을 고려해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이 규정한 미군 주둔 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했다. 그러다 1991년 주한미군 주둔비 특별 협정을 통해 인건비를 제외한 주둔비의 일부를 한국이 부담하기로 했다.

액수는 매 2~5년마다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해 조정하기로 했다. 한국은 1991년 첫해 1073억원을 부담했다. 1998년 외환 위기 때와 2005~2006년 주한미군 1만 명 감축으로 동결된 것을 빼고는 방위비 분담액은 계속 늘었다. 다음 방위비 협상은 2018년 갖게 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3년 내놓은 ‘한국·일본·독일의 방위비 분담금 비교’ 용역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한국은 8361억원, 일본은 4조4000억원(38억1735만 달러), 독일은 6000억원(5억2495만 달러)의 방위비 분담금을 냈다.

일본은 한국보다 5배가 높지만 독일은 67% 수준에 불과하다. 방위비 분담금이 국방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한국이 2.7%, 일본 6.4%, 독일 1.3%였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으로는 한국이 0.068%로 가장 높다. 일본과 독일은 각각 0.064%, 0.016%였다.

◆ 트럼프 “왜 100% 부담 안 되나”

트럼프는 대선 경선 과정에서 한국 등 동맹국들의 ‘안보 무임 승차론’을 주장해 왔다. 그는 지난 5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이미 미군 주둔비의 50%를 부담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왜 100%는 안 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7월 21일 공화당 전당대회 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즉 아메리카니즘(Americanism : 미국주의)이 우리의 새로운 신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집권 시 동맹 관계나 통상 등에서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수락 연설에 앞서 가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 동맹에 대해서는 “항상 협상장에서 걸어 나올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언제든지 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뜻을 재차 시사했다.

트럼프 캠프 관계자들은 트럼프 후보의 미군 철수 발언이 동맹 관계 단절을 염두에 두고 있기보다는 방위비 분담 확대를 끌어내기 위한 ‘협상 카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캠프 외교·안보팀의 수장인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앨라배마)은 지난 6월 22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가 방어와 외교정책에 대한 트럼프의 기본적 철학과 접근은 키신저 모델에 가깝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정통 보수주의를 이탈한 보호무역주의와 동맹 압박 등에 기댄 ‘신(新)고립주의’가 아니라 철저한 국익 중심의 ‘현실주의’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트럼프는 동맹의 필요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지만 동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그는 동맹으로부터 더욱 많은 지원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후보의 외교 보좌역인 왈리드 파레스 미국 BAU 국제대학 부총장도 지난 5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100% 분담’ 발언과 관련, “(공평 분담) 원칙을 가지고 협상 테이블에 올릴 최대치를 제시한 것”이라며 “트럼프는 탁월한 협상가로서 일단 최대치를 보여주고 난 뒤 현실적인 협상에 나서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도 여러 차례 “우리의 친구들이 공정한 몫을 부담할 필요가 있으며 나는 트럼프가 이 문제를 제기하기 전부터 주장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클린턴 후보는 “트럼프는 많은 동맹들이 방위비 지출을 늘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논쟁의 핵심은 우리가 동맹과의 관계를 강하게 하느냐 아니면 끊어 버리느냐의 여부”라고 강조했다.

방위비 분담금을 논의하되 동맹국과의 관계를 흔드는 정도의 협상은 안 된다는 스탠스다. 협상이 안 되면 주둔 미군을 철수시킬 수도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과 차이가 있다. 클린턴 후보는 “미국은 오랜 동맹들 곁에 붙어 있을 것”이라며 “동맹과 강력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