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트렌드]
‘휴식’이 기본…어려울 땐 ‘마음챙김·긍정·공감’을 기억하라
리더들이여, ‘희생 증후군’에서 벗어나라
[권상술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리더는 자신이 맡은 조직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부하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해 일을 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권력을 행사해야 하고 위로 힘을 행사해야 할 빈도가 높아진다.

이걸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닌 게 권력이 커짐에 따라 주변의 기대가 높아지고 책임도 막중해지기 때문이다. 권력을 행사하는 데는 스트레스가 따른다. 이를 ‘권력 스트레스(power stress)’라고 한다.

리더가 에너지를 쏟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바로 일과 사람이다. 리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일을 잘해야 하지만 그와 함께 관계도 잘 유지해야 한다.

스트레스로 에너지가 부족해 한쪽에 힘을 집중해야 할 때 리더들은 성과와 관계 중 어느 쪽을 택할까. 당연히 성과다. 성과가 떨어지면 위로부터 즉시 압박을 받지만 부하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고 해서 곧바로 문제시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력 스트레스에 시달려 에너지가 고갈된 리더는 직원들과 관계를 다지기보다 성과를 챙기는 것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리더의 시야는 성과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인간관계는 물론 자신에게까지 소홀하게 된다.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에너지가 소진되고 관계도 원만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성과가 오르지 않는다. 리더는 스트레스를 더 받고 에너지도 바닥인 상태에서 혼자 더 처절하게 노력할 수밖에 없다.

‘공명 리더십(Resonant Leadership)’의 저자 리처드 보이애치스와 애니 매키는 이를 ‘희생 증후군(sacrifice syndrome)’이라고 부른다. 이는 리더가 권력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홀로 노력하면서 개인적으로 많은 희생을 하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계속 악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번아웃’될수록 ‘성과’에만 매달려

희생 증후군에 빠지면 건강도 악화된다. 이유는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다.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은 몸을 긴장시키는 역할을, 부교감신경은 이완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러한 증상이 계속되면 육체적·정신적·감정적으로 탈진하는 번아웃(burn out) 상태에 빠진다.

더 심각한 문제는 리더에게 나타나는 부정적 증상이 부하들에게까지 전염돼 조직 전체의 분위기와 성과가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희생 증후군은 리더의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소진돼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려면 먼저 에너지를 회복해야 하고 그러려면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적절한 운동을 해야 한다.

하지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리더들은 그럴 여유조차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과도하게 예민해진 교감신경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해야 한다.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마음을 편안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둘째, 부정적 생각이나 감정을 긍정 모드로 전환하는 것이다. 셋째, 다른 사람들과 공감을 통해 감정적 에너지를 교류하는 것이다. 모두 바쁜 생활 중에 짬짬이 실천할 수 있다.

마음을 편안한 상태로 유지하는 방법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은 '마음 챙김(mindfulness)'이다. 마음 챙김은 매사추세츠대 의과대학에서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으로 개발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그램을 개발한 존 카밧진 교수는 마음 챙김을 “내적으로(육체적·심적·감정적·영적) 경험하고 있는 생각·느낌·감정·행동을 온전히 알아차리고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자연환경·세계·사건·사람 등에 주의를 기울이고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간단히 말해 머리 회전을 잠시 멈추고 자신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는 것이다.

마음 챙김의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명상이다. 호흡 명상에서 걷기 명상, 기도나 찬송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방법이 있지만 핵심은 한 가지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다.

구글 직원 수천 명에게 마음 챙김을 가르치고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Search Inside Yourself)’라는 책을 쓴 차드 멍 탄은 아주 간단한 명상법을 소개한다.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호흡, 즉 들숨과 날숨에 딱 2분만 온전히 집중해 내면의 평화를 찾으라는 것이다.

호흡에 집중하다 보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명료해지며 기쁨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마음의 초기 값이 기쁨이기 때문이다. 마음은 원래 기쁜 상태이나 온갖 잡념과 자극이 수많은 감정적 동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마음 챙김이 이뤄지면 집중력이 향상되고 이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인식하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자기 통제가 이뤄지고 이는 자신감을 높여 리더십을 강화하게 된다.

이런 효과가 있기 때문에 애플·맥킨지·IBM·시스코·제너럴밀즈·메드트로닉 등과 같은 세계적 기업들이 명상 교육을 실시하거나 명상실을 마련하고 있다.

◆딱 2분간만 ‘나’에게 집중하라

스트레스가 심할 때에는 부정적 생각과 감정에 휩싸이기 쉽다. 이때는 마음을 긍정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마음을 긍정 모드로 바꾸려면 현재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걱정거리를 내려놓는 것, 희망찬 미래를 그려 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현재 자신이 무엇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지금까지 자신이 성취한 것이 무엇인지, 다른 사람들이 어떤 긍정적 평판을 해주는지 등을 열거해 보라. 배우자가 원하던 선물을 해준 일, 외국어 교육과정 이수, 금연에 성공한 경험 등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종이에 적어본다.

또한 사람들이 내게 해준 좋은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의리의 화신’, ‘꽃중년’, ‘근면성실의 대명사’ 등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생각하다 보면 기분이 전환된다.

걱정거리나 고민이 많아 부정적 생각이나 감정이 떠나지 않을 때도 그 내용을 모두 종이에 적어 보라. 그다음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만 남기고 다 지운다. 남은 항목들 중에서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 체크한다.

바꿀 수 없는 항목도 목록에서 지운다. 남아 있는 항목은 그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자신에게 이익인지 손해인지 판단해 본다. 손해가 된다고 생각되는 항목도 역시 지운다.

최종으로 남은 것만 진정한 고민거리로 남겨둔다. 이렇게만 해도 많은 걱정거리를 내려놓을 수 있다. 심리학자 어니 젤린스키는 걱정의 96%가 쓸데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역으로, 희망찬 미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긍정적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희망은 긍정적 생각과 감정을 촉발하고 상황 대처 능력을 높이며 우울한 감정을 완화한다. 희망찬 미래를 그리려면 먼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해 목표를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자신이나 조직이 미래에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성장 발전했을 때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라. 가슴 설레는 꿈을 적어보는 것도 좋다. 그러한 미래 모습이나 꿈이 달성 가능하다는 믿음을 갖고 그것을 실행할 계획을 구체화하면 된다.

사람이든 반려동물이든 누군가에게 애정을 쏟고 보살필 때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혈압이 낮아지고 면역력이 높아지며 전반적인 건강이 증진된다. 반려동물을 돌보는 심장병 환자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돼 다른 심장병 환자보다 사망률이 훨씬 낮다.

영장류 역시 암컷이 새끼를 돌보기 때문에 암컷의 생존율이 수컷보다 높은 것이다. 올빼미원숭이는 수컷이 새끼를 돌보는데, 그래서 수컷이 암컷보다 더 오래 산다.

◆ ‘공감’을 통해 감정적 에너지를 교류하라

공감은 상상력을 발휘해 상대방의 처지가 돼 봄으로써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고 느껴 본 다음 그것을 바탕으로 상대에게 반응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진정한 공감은 머리와 가슴 그리고 행동 수준에서 이뤄진다. 이를 각각 인지적 공감, 정서적 공감, 행위적 공감이라고 한다.

인지적 공감은 상상력을 발휘해 상대의 처지가 돼 보는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그 사람의 관점과 논리를 파악해야 한다. 갓 언어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처럼 상대가 사용하는 말의 의미와 논리를 알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특히 상대가 단어나 문장을 사용할 때 개인이 부여하는 독특한 느낌이나 분위기를 이해해야 한다. 예컨대, 상대가 “힘들어 죽겠다”고 하면 ‘힘들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고 어떠한 느낌을 말하는 것인지 확인해 봐야 한다.

상대의 ‘논리’에 가치 판단을 내리지 말고 상대가 전개하는 논리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자신은 어떤지 생각해 보라. 또한 상대의 역할을 직접 수행해 보거나 상상해 보는 것도 인지적 공감의 훌륭한 방법이다.

정서적 공감을 하려면 상대의 감정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의 감정이 가장 잘 나타나는 것은 표정이다. 비언어적 의사소통 전문가 폴 에크먼에 따르면 인간의 감정은 문화권에 상관없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난다. 인간의 원초적 감정은 행복·슬픔·화·놀라움·두려움·혐오 등 여섯 가지이며 이것들이 합쳐져 고유한 표정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사람들이 보이는 미세 표정(micro-expression)을 잘 관찰해 보면 그들이 어떤 감정 상태인지 정확히 읽어낼 수 있다. 감정 상태를 읽어낸 다음에는 상대가 느끼는 감정이 어떠할지 상상해 보면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다.

인지적 공감과 정서적 공감이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상대에게 적절히 대응해 줘야만 공감이 완성된다. 대화가 효과적이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적절히 반응해야 진정으로 공감 받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효과적인 대화 방법으로 ‘114 원칙’이 있다. 자신이 1분간 말하고 상대에게 1분간 질문하고 4분간 듣는다는 원칙이다. 상대가 하는 말에 대해 그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을 되짚어주면 효과가 더 커진다.

어떠한 말을 했을 때 “당신은 ○○○에 대해 ○○○한 느낌인 것 같네요” 또는 “당신은 ○○○에 대해 ○○○한 생각이신 것 같네요”라고 짚어주면 된다. 상대가 한 말에 대해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풀어 설명해 주면 효과가 더 커진다.

혼자서는 만리장성을 쌓을 수도, 달에 우주선을 보낼 수도 없다. 그래서 조직을 만들어 함께 일하고 리더도 필요한 것이다.

관계를 잘 쌓아 올리지 못하는 리더는 성과를 제대로 내기 힘들다. 큰 성과를 내는 리더가 되고 싶다면 먼저 자신의 마음부터 챙기고 긍정적인 자세로 직원과 함께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리더들이여, ‘희생 증후군’에서 벗어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