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직구에 비상 걸린 국내 업계]
자동차 부품·교육업체까지 영향권…중소기업 “역직구는 기회의 땅”
‘글로벌 무한 경쟁’ 내몰린 유통사… 온라인몰 강화로 ‘맞불’
(사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팰로앨토에서 물류 운송 업체 트럭에 적재되는 아마존닷컴의 택배 상자.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물건을 짊어지지 않은 상인들. 물건을 직접 보지 않고 좀 더 싸게 사는 소비자들. 컴퓨터 ‘클릭’ 몇 번으로 혹은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물건이 바다를 건너다니고 하늘을 날아 오고간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상품이 사람보다 쉽게 국경을 넘고 있다.

이는 인터넷·스마트폰 등 디지털 혁명과 물류·교통수단의 발달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가능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선택권이 보다 폭넓어졌다.

이렇다 보니 저렴한 가격에 좋은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해외 직구(직접 구매)에 나서는 소비자가 매년 늘고 있고 해외 역직구(전자 상거래 수출) 규모도 증가세다.

특히 직접적 영향을 받는 유통업계는 잘 만들어 놓은 직구·역직구 라인 유무로 성장 또는 쇠퇴의 기로에 서기도 한다.

◆ 아마존·알리바바와도 경쟁해야

국내 유통업계는 말 그대로 ‘직구 비상’이다. 해외 직구가 보편화되면서 유통 채널 간 경계도 무너지고 있고 전자제품과 패션 제품에만 한정되던 직구 용품은 이제 커피·초콜릿 등의 기호식품에서부터 채소 등의 신선 제품까지 확대됐다.

타격이 가장 큰 곳은 대형마트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국내 대형마트 시장을 평정했던 이들은 이제 G마켓·쿠팡·위메프 등 국내 온라인 업체는 물론 심지어 해외 쇼핑몰인 아마존(미국)·알리바바(중국)와도 경쟁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직구에 눈을 돌리면서 경쟁자가 확대된 것이다. 이는 전자제품·의류 등 해외 직구 대표 상품을 파는 백화점과 아울렛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유통 업체들은 이제 생존을 위해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잇달아 열고 있고 온라인몰에서만 진행하는 할인 행사도 선보이고 있다. 최근 신규 출점이 거의 막혀 있는 데다 소셜 커머스 등 온라인몰의 등장으로 매출이 정체된 대형마트로선 온라인 쇼핑 시장 공략은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면 해외 역직구는 국내 기업들에 기회가 되고 있다. 판매처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유행에 민감하거나 계절성이 있는 상품은 자국에서 할인 행사를 하는 것보다 계절이 다른 해외에 수출하면 수익성이 커진다. 홈쇼핑 업계는 국내에서 유행이 지난 상품을 인도·중국 등에 판매해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중소기업들에도 해외 역직구는 기회의 장소가 되고 있다. 명함·스티커와 실사 출력물, 택배 박스 등을 제조 생산하는 티쿤글로벌이 대표적이다. 2007년 문을 연 티쿤글로벌은 자사 제품을 일본 기업에 판매하며 총매출 100억원을 올리고 있다.

◆ 조기 유학도 온라인으로

국내 가전 업체들도 해외 직구 열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매출이 크게 감소하거나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고객들이 해외 직구로 가전제품을 구매하면서 앞으로 국내 영업에서의 타격이 커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자동차 업체들도 해외 직구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값비싼 수입차를 직구하는 것은 세금 차이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주요 부품이나 튜닝 용품 등을 해외에서 직구하면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다. 교육과 카드 업계도 직구 영향권에 들었다.

교육 시장에서도 직구는 드물지 않다. 온라인으로 미국 유명 대학의 학위를 딸 수도 있다. 직장인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미국 경영학석사(MBA) 과정도 온라인 과정이 운영 중이고 조기 유학도 국내에서 온라인으로 가능해졌다.

미국·영국 등 영어권 국가로 자녀를 유학 보내고 싶지만 학비나 거주환경 등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온라인 국제학교’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카드사들은 이런 직구족을 잡기 위해 마케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국내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현재 각종 할인과 무이자 할부, 환율 보상제 등 이벤트는 물론 ‘해외 직구 쇼핑몰’까지 개설하고 있다.

cwy@hankyung.com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국경 없는 쇼핑 시대]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아시나요?
-[해외 직구 인기 품목] 일본 '피규어'·독일 '프리미엄 가전' 인기
-[직구 추월한 '역직구'] K뷰티·한류가 이끈 역직구 '붐'
-[중국의 新보따리상 '웨이상'] '위챗' 통해 한국 화장품 팔아 월수입 100만원
-['직구 비상' 국내 업계] '글로벌 무한 경쟁' 내몰린 유통사…온라인몰 강화로 '맞불'
-['역직구 비상' 국내 업계] 보따리상 역직구로 몸살 앓는 화장품 업계
-[면세점 판매 수량 제한 파장] 유통업계 "면세점 판매수량 제한은 실효성 없는 탁상행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