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 리뷰 = 논문 ‘기억 이론 관점에서 살펴보는 국가 이미지 형성’]
'원산지 전략' 국가·제품 이미지 일치할 때 효과
(사진)호주 와인 5종의 국내 론칭 행사 모습. /한국경제신문

[박도휘 삼정KPMG 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Based on “A Memory-Theory Perspective of Country-Image Formation” by Richard Lee, Larry Lockshin, and Luke Greenacre (2016, Journal of International Marketing, 24(2), pp.62~79)

◆연구 목적

소비자에게 제품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한 기업의 마케팅 방법으로 원산지 전략이 있다. 원산지 전략은 특정 국가가 가진 이미지를 해당 국가의 제품이나 기업 브랜드에 반영하는 전략을 뜻한다. 이 전략은 소비자가 제품에 대해 제한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을 때 제품보다 국가에 대한 이미지로 제품을 선택한다고 전제한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은 단일국가 제품이 아닌 수많은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 간에 펼쳐진다. 따라서 소비자는 국가에 대해 인지하기 전에 먼저 제품을 경험한다. 그러면 원산지 전략은 소비자에게 어떤 경로로 작용할까.

남호주대 경영대의 리처드 리, 래리 라크시, 루크 그리나크르 교수는 마케팅저널에 ‘기억 이론 관점에서 살펴보는 국가 이미지 형성’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국가 이미지를 개선해 결국 해당 국가의 다른 제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역원산지 효과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 주제

일반적으로 인간은 과거 저장했던 정보 간의 연상 관계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해석하고 저장한다. 이것이 바로 연상 네트워크 기억 모델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관점에서 두 가지 가설을 검증하고자 했다.

첫째, 제품에 대한 신뢰가 원산지 국가의 이미지로 확장된다는 역원산지 효과의 검증이다. 연구진은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원산지 국가를 방문한 경험이 없어도 해당 국가의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즉, 소비자는 원산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먼저 제품을 사용하게 되고 소비한 제품의 신뢰가 원산지 국가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둘째, 원산지 전략은 국가의 이미지와 제품의 이미지가 일치할 때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제품과 국가의 이미지 적합성이 미치는 잠재적 효과를 규명하고자 했다.

◆연구 방법

연구진은 호주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중국의 소비자가 호주 및 호주 제품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연구 범위로 설정했다. 제품에 대한 신뢰가 국가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과정에서 제품에 대한 친밀도는 독립변수로, 국가에 대한 친밀도와 제품·국가 간 이미지의 일치성은 조절 변수로 구성했다.

제품·국가 간 일치성은 호주의 이미지와 일치한다고 선정된 와인과 불일치한다고 선정된 노트북을 활용했다.

연구진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총 세 번의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먼저 중국 광저우의 번화가에서 호주 방문 경험이 없는 146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다음으로 호주를 방문한 234명의 중국인 관광객을 조사해 1차 설문과 비교했다. 마지막으로 2차 설문자 중 80명을 대상으로 내재적 연관 검사(IAT)를 수행했다.

◆연구 결과

국가와 제품의 이미지가 일치하는 품목인 와인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는 호주에 대한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로 이어졌지만 이미지가 불일치하는 노트북에 대한 신뢰는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로 이어지지 않았다.

즉, 제품과 국가의 이미지가 일치할 때만 원산지 전략이 유효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특히 소비자가 원산지를 방문한 경험이 있을 때 제품이 국가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는 역원산지 효과가 낮게 나타났다.

반면 방문 경험이 없으면 오히려 역원산지 효과가 강하게 나타났다. 또한 제품 신뢰가 주는 후광효과는 제품·국가의 이미지가 일치하는 상황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시사점

연구 결과는 기업의 글로벌 마케팅 전략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하나의 시나리오는 신흥 시장에 진출한 선도 제품을 따라 진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호주의 와인 브랜드가 한 시장에서 성공했다면 유사 제품인 과일·치즈 등의 다른 식료품 역시 첫 제품이 형성해 놓은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활용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또 다른 전략은 바로 정부의 수출 기관과 민간 수출 기업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기업이 홍보하는 제품과 국가의 이미지가 일치한다면 상호 광고 활동이 의도된 맥락에 따라 소비자의 기억을 형성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올림픽 또는 월드컵과 같은 국제 행사와 브랜드 간의 공동 홍보 활동이다.
물론 세계적으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강점과 약점을 명확하고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한다.

이 연구는 원산지 전략이 오직 국가와 제품 간에 일치된 이미지를 가졌을 때만 경쟁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어울리지 않는 조합은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dohwipark@kr.kp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