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허은철 녹십자 사장, 300억원 혈액제제 수출
이경하 JW홀딩스 회장·윤웅섭 일동제약 사장도 ‘두각’
제약업계 3세, 신약 개발·글로벌화 ‘승부’
(사진) 최근 증설된 녹십자 오창공장 혈액제제 제조 라인. /녹십자 제공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국내 산업 가운데 가장 오래된 업종으로 꼽히는 제약업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창업자의 손자인 3세 경영인이 전면에 나서 회사를 이끄는 추세다. 이들은 보다 공격적인 연구·개발(R&D)과 사업 다각화 등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녹십자, 사상 최대 수출 성과

허은철 녹십자 사장은 지난 3월 11일 조순태 사장의 임기 만료로 단독 대표이사에 올랐다.

허 사장은 창업자인 고(故) 허채경 회장의 손자이자 2세 경영인인 고(故) 허영섭 회장의 차남이다. 1998년 녹십자에 입사해 연구·개발 부문을 중심으로 경력을 쌓으며 회사의 R&D 방향성을 확립했다. 2013년 기획조정실장(부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영업·생산 등의 현장까지 총괄하다가 2015년 1월 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녹십자는 2015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1조47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유한양행에 이어 한미약품과 함께 이른바 ‘제약업계 1조 클럽’에 가입했다.

허 사장은 회사의 성장 해법을 제품 ‘글로벌화’에서 찾고 있다. 녹십자를 대표하는 사업 분야는 혈액제제와 백신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혈액제제와 백신제제가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39.2%, 28.9%다.

허 사장은 두 분야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품과 인프라를 높여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해 3월 국제기구 입찰에서 회사 창립 이후 사상 최대 규모(약 3200만 달러)의 독감 백신을 수주했다.

허 사장은 최근 역대 최대 규모의 혈액제제 수출을 이끌어 내며 또 한 번 주목받았다.

녹십자는 브라질 정부 의약품 입찰에서 약 2570만 달러(약 301억원) 규모의 면역글로불린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을 수주했다고 6월 17일 발표했다. IVIG-SN은 지난해 국내외 시장에서 6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IVIG-SN은 이르면 올 하반기 미국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제약업계 3세, 신약 개발·글로벌화 ‘승부’
◆일동제약, 사업 다각화로 주목

일동제약은 지난 8월 3일 지주회사 체제로 새롭게 출범했다.

기업 분할을 통해 일동홀딩스를 지주회사로 일동제약·일동바이오사이언스·일동히알테크 등 3개 사업회사로 재편했다. 인적 분할을 통해 재탄생한 일동제약은 윤웅섭 사장이 이끈다.

윤 사장은 창업자인 고(故) 윤용구 회장의 손자이자 2세 경영인인 윤원영 회장의 장남이다. 조지아주립대 대학원에서 회계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KPMG 등에서 회계사로 근무하다가 2005년 일동제약에 입사했다. 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쳐 2014년 4월 일동제약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전년 대비 14.1% 증가한 4764억원(연결 기준)의 매출을 올렸다. 비만 치료제 ‘벨빅’과 피로회복제 아로나민 등이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일동제약은 미국 바이오 기업 아레나로부터 판권을 받아 지난해 2월부터 국내에서 벨빅을 판매 중이다. 의약품 시장 분석 기관 IMS헬스에 따르면 2015년 벨빅의 처방액은 135억원으로, 국내 비만 치료제 1위를 기록했다.

아로나민은 지난해 588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국내 일반의약품 단일 브랜드 매출액 1위를 기록했다.

윤 사장은 신약 개발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B형간염 치료제인 ‘베시포비르’ 임상 3상을 완료했고 표적 항암제인‘IDF-11774’ 등에 대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임상 2상 중인 천연물 신약 후보 물질 ‘ID1201’은 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 극복이 가능한 신약 성분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동제약은 이 밖에 건강기능식품·화장품· 음료·생활용품 등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 중이다.

◆JW중외제약, ‘신약 메카’ 노려

이경하 JW중외제약 사장은 지난해 7월 JW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 오르며 본격적인 3세 경영을 시작했다.

이 회장은 창업자인 고(故) 이기석 회장의 손자이자 2세 경영인인 이종호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1986년 JW중외제약에 입사해 지역 영업담당부터 마케팅·연구개발 등 다양한 부서를 거쳤다. 2001년 JW중외제약 사장에 취임한 이후 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해 왔다.

JW중외제약은 지난해 전년 대비 5.2% 증가한 4344억원(연결 기준)의 매출을 거뒀다. 체액을 대신하는 일반수액 등 수액제 매출만 약 13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일반수액제는 응급 환자 등의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퇴장 방지 의약품(퇴출 방지 및 생산 장려를 위해 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필수 의약품) 중 하나다. 일반수액제의 가격은 생수보다 저렴해 대부분의 제약사가 생산을 꺼린다. JW중외제약은 1959년부터 수액제를 생산해 오며 국내 공급량의 4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회사 창립 70주년을 맞아 ‘70+5’ 비전을 선포했다. 충남 당진의 최첨단 수액공장 등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2020년 매출 2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올해에는 ‘CWP291’ 등 신약 개발 부문의 성과가 기대된다. CWP291은 암 세포의 성장 등에 관여하는 특정 신호 전달 경로를 억제하는 신약 후보 물질이다. JW중외제약은 오는 9월 임상 1상 결과와 향후 임상 진행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1상 결과를 근거로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 수출을 추진할 방침이다.

JW중외제약은 일본 주가이제약과 공동 투자로 설립한 C&C신약연구소를 통해 통풍치료제·항암제·항염증제 등의 신약도 개발 중이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