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유통·패션 업체까지 화장품 출시…등록된 제조사만 6422개

'맞춤형 화장품 전성시대'…너도나도 출사표
국내 화장품 시장이 고속 성장을 거듭하면서 기존 화장품업계는 물론 유통·제약·패션업계까지 관련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엔 정부가 기능성 화장품의 범위 확대 등 제도 개선에 나서면서 국내 화장품 산업에 훈풍이 불고 있다.

정부의 규제 개선으로 ‘맞춤형 화장품’이라는 새로운 판매 형태도 등장해 신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182개 색상 중 선택 가능

국내에도 이른바 ‘맞춤형 화장품’ 시대가 열렸다. 맞춤형 화장품은 소비자의 피부 특성이나 취향에 따라 기존 화장품에 색소·향료·영양성분을 즉석에서 조합해 판매하는 화장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업계에 따르면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맞춤형 화장품이 어느 정도 활성화된 상태다. 국내에서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21개 업체가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맞춤형 화장품 전성시대'…너도나도 출사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8월 8일 라네즈 명동 로드숍에서 맞춤형 화장품 ‘마이 투톤 립 바’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투톤 립 바’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배우 송혜교가 사용한 제품으로, 이른바 ‘송혜교 립스틱’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3월 출시 이후 240만 개 이상 팔렸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립스틱을 맞춤형 제품으로 출시했다. 립스틱 제작을 원하는 고객은 명동 매장을 방문, ‘뷰티미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피부 색상을 진단해야 한다.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상을 테스트한다. 입술 바깥쪽과 안쪽에 적용할 두 가지 색상을 최종 선택한 후 즉석에서 제품을 제작할 수 있다. 14가지 입술 안쪽 색상과 13가지 바깥쪽 색상을 조합한 총 182가지의 컬러 중 하나를 선택,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립스틱을 만들게 된다.

제품 용기에는 원하는 이름이나 메시지를 각인할 수 있다.

립스틱 제작은 사전 예약을 통해 이뤄진다. 피부 색상 진단부터 포장까지 약 4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최대 2명의 제품을 동시에 만들 수 있다.

가격은 3만원으로, 기성 제품보다 5000원 비싸다. 현재 외국 관광객보다 국내 소비자가 주로 찾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기존 공장 설비를 매장 환경에 맞게 개조해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맞춤형 화장품 매장과 화장품의 유형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도 올 하반기 맞춤형 화장품을 선보일 전망이다. LG생활건강은 기초 제품 일부를 바탕으로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특정 기초 제품에 고객의 피부 타입에 맞는 영양 성분이나 선호하는 콘셉트 성분(추출물)을 매장에서 혼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1위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의 랑콤은 미국 시장에서 맞춤형 색조 화장품을 선보이고 있다. 키엘은 맞춤형 메이크업 제품을 서비스 중이다.

◆‘맞춤형 화장품’ 새 트렌드로

'맞춤형 화장품 전성시대'…너도나도 출사표
국내 화장품 생산 실적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무역 흑자도 전년보다 100% 증가하는 등 화장품이 수출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화장품 생산 실적은 10조7328억원이다. 2014년 8조9704억원보다 19.64% 증가했다. 화장품 생산은 지난 5년간 연평균 13.9%의 고속 성장세를 보였다.

수출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화장품 수출액은 25억8780만 달러(약 2조9280억원)로 전년보다 43.76% 증가했다. 화장품 무역수지는 전년의 7억5250만 달러보다 100% 정도 급증한 15억10만 달러(1조6973억원)의 흑자를 달성했다.

업체별 생산 실적은 아모레퍼시픽(34.93%)·LG생활건강(26.90%)의 비율이 61.83%에 달하는 등 화장품 ‘빅2’의 비율이 절대적이었다. 이어 애경산업(1.84%)·더페이스샵(1.64%)·이니스프리(1.47%) 등의 순이었다.

특히 기능성 화장품은 지난해 3조8559억원의 생산 실적을 보이며 전체의 35.93%를 차지하는 등 매년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식약처에 등록된 국내 화장품 제조 판매 업체는 6422곳에 이른다.



국내 화장품 산업의 성장세에 정부도 관련 규제 개선에 나섰다. 정부는 올 들어 화장품 산업 경쟁력 강화와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화장품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식약처는 지난 3월 맞춤형 화장품 제작·판매를 허가하고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맞춤형 화장품 판매 대상은 향수·콜롱 등 4개 방향 제품과 로션·크림 등 10개 기초 화장품, 립스틱 등 8개 색조 화장품이다.
'맞춤형 화장품 전성시대'…너도나도 출사표
식약처 관계자는 “10월까지 시범 사업을 진행해 새로운 판매 형태인 맞춤형 화장품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안전성 확인 등을 통한 제도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지난 8월 11일 기능성 화장품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화장품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기도 했다. 염모, 탈염·탈색, 제모, 탈모 방지, 모발 굵기 등 다섯 가지 종류의 의약외품을 기능성 화장품에 편입했다.

‘아토피성 피부의 건조함 개선’, ‘여드름성 피부로 인한 각질화·건조함 방지’, ‘튼살 등 피부 갈라짐 개선 효과’가 있는 화장품도 기능성 화장품으로 추가됐다.

이에 따라 기능성 화장품 품목은 기존 미백, 주름 개선, 자외선 차단 등 3가지에서 총 11종류로 늘어났다.

◆이마트·롯데, PB 제품 내놔
'맞춤형 화장품 전성시대'…너도나도 출사표
화장품 산업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이 분야에 출사표를 던지는 기업도 늘고 있다.

유통업계는 화장품 업체의 제품을 판매만 해 왔던 과거와 달리 자체 브랜드(PB)를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7월 28일 용인 죽전점에 자체 화장품 브랜드 ‘센텐스’ 단독 매장을 오픈했다. 이마트는 센텐스 출시를 위해 화장품 제조업체인 한국콜마·코스맥스와 2년 여 간의 공동 개발을 진행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기초화장품과 헤어 제품, 보디 용품 등 총 54개 상품을 운영 중”이라며 “9월 중 50여 종을 추가로 출시해 경기도 하남에 2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6월 10일 자체 화장품 브랜드 ‘엘앤코스’를 론칭했다.

롯데백화점은 한국콜마와 공동 연구해 기능성 화장품 2종을 개발했다. 제품은 롯데백화점 본점·잠실점 등과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안에 라인업을 10여 가지 품목으로 확대하고 내년에는 단독 매장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업계에서는 화장품 사업을 현금 창출원으로 삼고 있다.

메디포스트는 지난해 8월 제대혈 줄기세포 배양액을 함유한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셀피움’을 론칭했다.

셀트리온은 2013년 화장품 기업 ‘한스킨’을 인수한 이후 3년간 상품 및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 중심으로 조직을 정비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기능성 화장품 전문 기업 셀트리온스킨큐어를 출범했다.

셀트리온스킨큐어 관계자는 “오는 9월 초 생명공학 기술을 적용한 화장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도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화장품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국제약은 지난해 4월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 24’를 론칭했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대표 제품인 ‘마데카 크림’은 출시 후 200만 개 이상 팔리며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유한양행·종근당 등도 화장품 사업 비중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업계의 시장 진출도 두드러진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12월 글로벌 1위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업자개발생산(OEM) 업체인 인터코스와 함께 합작법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설립, 화장품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두 회사의 지분율은 50 대 50이다.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는 지난 5월 경기도 오산 가장산업단지에 화장품 제조 공장 및 연구·개발(R&D)센터 건립 공사를 시작했다. 공장은 이르면 내년 1월부터 가동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인터코스의 기술력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아시아 시장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 화장품 회사들로부터 주문 받은 제품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며 “2020년까지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맞춤형 화장품 전성시대'…너도나도 출사표
LF는 지난 8월 12일 서울 청담동에 프랑스 화장품 ‘불리 1803’ 단독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하며 화장품 유통 사업에 나섰다.

불리 1803은 창립자인 장 뱅상 불리의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자연에서 추출한 유기농 원료 그대로를 사용하는 전통 제조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LF 관계자는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서 브랜드 사업 확장의 일환으로 화장품 브랜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의 규제 개선 등으로 국내 화장품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며 “최근 한반도 사드(THAAD :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에 대한 우려에도 7월 중국인 관광객이 91만 명으로 기대치 이상의 증가세를 보인 만큼 대중국 화장품 수출도 상승세를 이어 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
그래픽=송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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