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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대선·의회 동시선거, 미 통상 정책 가른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11월 8일 치러진다. 역대 선거와 달리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는 모두 국민적 지지가 높지 않다.

누가 덜 싫은지를 선택하는 선거가 된 셈이다. 양측 모두 적지 않은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의 추이로 보면 트럼프 후보의 막말이 유권자들에게 더 이상 먹혀들지 않을 것 같다.

지금까지의 선거 유세 과정에서 트럼프 후보는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자국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주장하면서 백인 서민층의 표심을 끌어내 공화당 후보로 지명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미국의 이익 침해 등을 주장하면서 보호무역 강화에 대한 교역 상대국들의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다.

클린턴 후보도 선거 국면에서 현재의 TPP에 반대한다고 밝히면서 대선 이후 미국의 통상 정책이 누가 집권하더라도 지금보다 보호주의적 색채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 직후 레임덕 세션에 TPP를 의회에 상정해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지만 준비 과정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상황이 이렇기는 하지만 미국 대선 이후 이러한 보호주의 정책이 급격히 강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대선과 동시에 실시되는 하원 435개 의석 전체와 100개의 상원 의석 중 34석을 교체하는 선거 결과도 향후 미국의 통상 정책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에 각 당의 대통령 후보는 물론 양당의 정책 기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현재 미국의 하원은 공화당이 절반(218석)을 훨씬 넘는 247석을 차지하고 있고 이번 선거에서도 공화당의 우위가 확실시되고 있다.
11월 대선·의회 동시선거, 미 통상 정책 가른다
(일러스트 김호식)

상원도 공화당이 현재 54석으로 과반이지만 민주당이 추가로 4석을 확보한다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서는 민주당 클린턴 후보의 당선과 공화당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자유무역 정책 기조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민주당인 오바마 정부에서도 의회가 행정부에 무역 협상 권한을 한시적으로 위임하는 무역촉진권한(TPA) 등 통상 관련 법안이 통과될 수 있었다.

선거 국면에서 공화당이 중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를 비난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정강에 반영하는 등 보호주의적인 정책 기조를 강화했지만 무역자유화의 중요성은 여전히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후보의 주장들이 공화당 내에서도 큰 설득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클린턴 후보는 2012년 TPP에 대한 적극적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2015년부터 TPP에 포함된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ISDS) 조항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환율 조작에 대한 조항이 포함되지 않은 점, 자동차 관련 조항 등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면서 반대 의견 쪽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TPP 철회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감소와 중국의 영향력 증대를 초래하기 때문에 아시아 회귀 정책을 강조했던 클린턴 후보가 당선 이후에 실제로 TPP를 전면 철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철회보다 현안에 대한 재협상 및 수정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고 다수당인 공화당도 TPP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에 최종 발효 시점이 지연되기는 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TPP가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능성은 낮지만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큰 틀에서는 이와 비슷한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선 이후 미국의 통상 정책 변화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지나치게 과민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지만 보호주의 경향이 강화될 것에 대한 준비는 반드시 필요하다.

단기간 내에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 중 하나는 환율 조작국에 대한 제재와 무역 구제 조치의 강화다.

이미 철강 등의 분야에서 나타나듯이 미중 간 통상 마찰의 불똥이 우리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 또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

지난 2월 환율 분야의 슈퍼 301조라고 불리는 베넷·해치·카퍼(BHC) 수정법안이 발효됐기 때문에 환율 감시 대상국으로 지정된 한국은 환율 정책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미국이 완만하게라도 기준금리를 높여 나갈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원화 약세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큰 폭의 대미 무역 흑자가 지속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외환시장의 기대치가 한 방향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미세 조정을 지속해 나가되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입은 지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