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트렌드]
CEO가 명확한 ‘철학’ 제시해야 직원도 움직인다
기업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가치관 경영'을 하라
(사진) '직원과 고객에게 행복을 배달한다'는 기업 문화로 유명한 온라인 신발 판매 업체 '자포스'. /연합뉴스

[권상술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변화는 회사를 경영하는 모든 최고경영자(CEO)의 꿈이기도 하다. 늘 더 좋은 조직을 만들고 더 나은 가치를 사회에 제공하고 더 많은 고객에게 사랑 받는 것을 꿈꾸며 사는 사람들이 CEO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꿈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혼자서는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CEO의 바람과 다른 생각을 가진 직원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꿈을 이룰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명령이나 강압으로 바꿀 수 있을까. 불호령을 하는 CEO의 눈앞에서는 바뀐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뒤돌아서면 언제 그랬나 싶게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인센티브나 보상 제도를 이용해 직원들을 설득하려는 CEO도 있다. 하지만 돈의 효과는 오래 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때도 많고 돈을 주지 않으면 변화하지 않겠다는 못된 심보(?)를 키울 수도 있다.
기업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가치관 경영'을 하라
◆가치가 변해야 행동이 변한다

해법은 간단하다. 사람은 스스로 옳다고 믿으면,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행동하기 마련이다. 자신의 가치에 비춰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깨우쳐 줘야 비로소 변화가 시작된다.

즉, CEO가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 체계를 새롭게 세워 직원들이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 가치관만 제대로 세우면 직원들은 변화하지 말라고 해도 변한다. 그리고 이 가치관이 끊임없는 변화의 엔진 역할을 한다.

교보생명은 2000년 신창재 회장이 취임할 때 가짜 계약서가 30%였다.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출근했고 그래서 가짜든 뭐든 돈을 벌기 위해 움직였다. 이런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 과격한 징벌 같은 방식을 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엄하게 단속해도 들킬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은 계속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신 회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첫 단추부터 바로 꿰었다. 교보생명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진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부터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다. 교보생명의 존재 이유(사명)는 ‘모든 사람이 미래의 역경에서 좌절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고 직원들이 이를 실천하는 사람들이라고 말이다.

이렇게 가치 체계부터 바로 세우고 그렇게 세운 가치를 직원들에게 불어넣어 주는 일부터 했다. 그러자 직원들은 그들이 하는 일이 세상에 가치를 주는, 좋은 일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됐고 비윤리적인 행동을 그쳤다.

왜 가치관 경영을 하면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일까. IGM세계경영연구원이 37개 기업 4229명을 대상으로 가치관 경영과 조직 문화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가치관 경영이 잘되는 기업일수록 조직 문화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상관계수 0.71).

즉, 가치관 경영을 하면 조직 문화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한다. 반면 가치관 경영 점수가 낮은 기업일수록 ‘조직에 대한 자부심이 낮고’, ‘파벌이 존재하고’, ‘이직을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다’고 답한 직원이 많았다.

심하면 대놓고 싸우지 않는 게 다행으로 여겨지는 기업도 있었다. 이렇게 현상 유지마저 위태위태한 상황에 어떻게 직원들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따라서 변화하고 싶다면 가치관 경영을 통해 조직 문화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변화하려면 ‘가치관 경영’을 해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변화 관리는 한마디로 ‘기업에 일어나는 중대한 변화를 기업 성과가 향상되는 방향으로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가치관 경영을 하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를 일으켜 경영 성과가 향상된다.

아무리 직원이 많더라도 힘이 분산되면 분산되는 만큼 전체 힘은 점점 약해진다. 힘의 크기를 크게 하려면 한 방향으로 정렬부터 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생각을 일치시켜야 하는데 가치관 경영의 3요소인 사명·핵심가치·비전이 그 역할을 한다.

이 3요소는 변화 관리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먼저 핵심 가치는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 엔진의 마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비전이 방향성을 결정한다. 즉, 비전이 등대처럼 구심점이 돼 사람들을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이런 비전의 중요한 역할을 간과하고 막연히 ‘세계 최고 기업이 되자’와 같은 미사여구를 늘어놓는다. 비전은 그런 게 아니다. 기업이 반드시 달성해야 할 꿈이자 목표여야 한다.

따라서 비전을 수립했다면 단기·중기·장기로 나눠 구체적인 시간 안에 달성해야 할 목표를 세우고 각 단계별로 이를 완수할 전략까지 수립해야 한다. 그런 다음 본부→부서→개인에게까지 목표를 할당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회사 전체가 한 방향으로 정렬된다.

이렇게 하면 직원들이 싫어할 것 같지만 오히려 좋아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회사의 빛나는 미래를 일구는 데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게 되면 주인의식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책임의식도 강해진다. 자신이 맡은 바 역할을 다 해내지 못하면 회사 비전 달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공동체 의식을 갖기 때문이다.

가치관 경영을 하면 경영 성과가 높아진다는 것은 이미 통계로도 증명됐다. 세계적 석학인 존 코터 하버드대 경영대 교수는 가치관 경영을 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매출 성장률은 4배, 고용 성장률은 7배, 주가 성장률은 12배, 수익 성장률은 7.5배 더 높다고 발표했다.
대표적인 기업이 온라인 쇼핑몰 자포스다. 이 회사를 키운 토니 셰이는 스물두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링크익스체인지라는 인터넷 기업을 만들어 2억6500만 달러에 마이크로소프트에 팔았다. 그는 회사를 판 이유를 “자신이 만든 기업이지만 돈만 밝히는 사람들, 그런 문화가 싫어서”라고 말했다.

이후 자포스를 인수한 토니 셰이 CEO는 조직 문화와 가치관부터 바로 세우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사명이 딜리버링 해피니스다. 가치관 중심으로 경영을 하자 별로 특별할 것도, 대단할 것 없는 온라인 쇼핑몰이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한다.

10년 만에 매출액이 750배나 늘었고 마침내 아마존이 12억 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사들인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CEO는 큰돈을 들여 자포스를 인수한 이유를 ‘조직 문화’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형의 재산보다. 무형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한 것이다.
기업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가치관 경영'을 하라
◆가치관 경영이 어떻게 변화를 만들까

이렇듯이 가치관 경영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직원에게 회사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이해시켜야 하고 그다음 이를 자신의 가치관으로 받아들여 실제 행동으로 옮기도록 해야 한다. 이를 간단히 인식·공감·실행의 가치관 내재화 3단계라고 한다.

IGM 내재화지수(VII : Values Internalization Index) 분석 결과 ‘인식’이 잘돼야 ‘공감’이 잘되고 ‘공감’이 잘돼야 실행한다. 그리고 바로 이 ‘실행’ 단계가 제대로 이뤄져야 건강한 조직 문화를 바탕으로 탁월한 경영 성과를 내는 기업을 만들 수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가치관만 수립한 기업은 아직 ‘인식’ 수준에 머물러 있는 기업이다.

그리고 국내에는 아직 가치관 경영의 초입인 이 ‘인식’ 수준에 머물러 있는 기업이 많다. 이런 기업들은 ‘인식’이 ‘공감’과 ‘실행’으로 이어지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결실을 거둘 수 있다

◆리더 스스로 확실한 가치관을 정립해야

가치관이 생활화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리더들이 구성원들을 이끌면서 가치관을 잘 지킬 때는 칭찬과 인정을 해주고 가치관을 위배하는 행동을 했을 때는 질책하는 가치관 기반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다.

가치관 기반의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먼저 사람들의 마음과 자신의 가치관을 철저하게 이해해야 한다(comprehend).

그 다음 리더 자신의 가치관과 조직 및 구성원들을 연결할 수 있어야 하며(connect) 리더 자신이 가치관 실천에 대해 솔선수범하고 구성원들에게도 가치관이 살아 숨 쉬도록 지속시켜야(continue) 한다. 이를 가치관 기반의 리더십을 실천하는 3C 과정이라고 한다.

먼저 리더가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바로 모든 리더십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리더십 전문가인 쿠제스와 포스너는 “리더십의 여정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무엇을 중시하는지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다. 이 여정에는 당신의 진실한 목소리의 원천인 내면세계로의 탐험이 포함돼 있다. 이 탐험은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한 과정이다. 자신이 믿고 있는 바를 모르면, 자신의 말에 믿음이 없으면 그것을 실천할 수 없다. 따라서 조직원들의 신뢰도 이끌어 낼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리더가 개인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나면 자신이 이끄는 조직의 정체성과 연결 지어야 한다. 리더라고 해서 자신의 가치관을 구성원들에게 무조건 따르도록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더는 자신이 강조하는 가치가 조직의 정체성(organizational identity)과 맥을 같이한다는 것을 보여줘야만 한다.

조직의 정체성은 ‘우리는 어떤 조직인가’에 대한 답이다. 그러한 답은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 조직이 추구하는 목적,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 운영 전략, 직원들의 행동 강령 등 여러 가지를 통해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체성이 조직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이런 이미지가 외부에 비쳐질 때는 그 조직의 ‘브랜드’가 되고 내부 구성원에 비쳐질 때는 ‘조직 문화’가 된다.

이 때문에 CEO라면 자신의 가치관이 조직 전체의 정체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본부장이나 팀장이라면 본부 또는 팀의 정체성과 자신의 가치관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솔선수범과 칭찬 및 질책을 통해 가치관을 지속시켜야 한다. 가치관 기반 리더십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리더가 가치관을 일관되게 실천해 구성원들에게 모범을 보일 수 있느냐 여부다.

자신이 지킬 수 없는 가치관을 선포하고 준수를 요구하는 것은 차라리 가치관 경영을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구성원들이 냉소하고 실망하게 돼 신뢰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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