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직종별 매뉴얼]
‘행정기관·언론·학교’ 직종별 사례 추가 설명…자가 진단 체크리스트도 선보여
권익위, ‘청탁금지법 직종별 매뉴얼’ 공개
(사진) 지난 7월 22일 권익위가 발간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청탁금지법)' 해설집과 교육자료. 권익위는 여기에 추가적으로 직종별 다양한 사례와 각종 서식 등을 포함한 '청탁금지법 직종별 매뉴얼'을 지난 9월 6일과 8일 내놓았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김현기 기자]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청탁금지법 직종별 매뉴얼’을 9월 6일과 8일 공개했다.

권익위 홈페이지(www.acrc.go.kr)를 통해 기존에 공개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해설집과 교육 자료에 추가로 직종별 다양한 사례와 각종 서식 등을 덧붙였다.

정부가 9월 6일 국무회의에서 권익위 원안대로 청탁금지법 시행령을 최종 의결하자 법 시행 초기의 혼선을 막기 위해 발 빠른 대응에 나선 것이다.

◆단계별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 소개

행정기관 및 공직 유관 단체를 대상으로 한 매뉴얼은 크게 부정청탁 금지와 금품 수수 금지 항목으로 나눠졌다. 단계별 부정청탁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를 비롯해 청탁자에 대한 대응, 신고 처리 절차 등 상황별 대응 방안이 자세하게 소개됐다.

4단계로 구성된 ‘부정청탁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는 7가지 부정청탁 예외 사유, 14가지 부정청탁 대상 직무, 법령 위반, 정상적인 거래 관행 일탈, 지위·권한의 남용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1단계 ‘예외 사유’에서 체크된 항목이 1개 이상이면 부정청탁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나머지 단계를 진행할 필요가 없다.

매뉴얼에 따르면 부정청탁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청탁자에게 ‘부정청탁임을 알리고 거절하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거절 의사를 명확히 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청탁자가 계속해 청탁한다면 상황에 따라 거절해 부정청탁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상·하급자 등을 핑계대거나 청탁 사실의 공개 등을 들어 거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매뉴얼은 또 금품 등의 종류 및 가액 산정 기준을 다시 한 번 상세하게 밝혔다. 수수 금지 품목에 해당하는 금품으로는 금전·유가증권·부동산·물품·숙박권·회원권·입장권·할인권·초대권·관람권·부동산 등의 사용권 등이 포함됐고 음식물·주류·골프 등의 접대·향응, 교통·숙박, 채무 면제, 취업 제공, 이권 부여 등도 규제 금품에 해당한다.

매뉴얼은 가액을 넘어서는 수수 금지 선물을 받았다면 문자 메시지 또는 전화 등 구두로 지체 없이 제공자에게 거절 의사를 표시하고 반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객관적 전달 방법인 택배나 퀵서비스 등을 통해 반환한 뒤 영수증 등 증명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프티콘과 같은 모바일용 쿠폰도 수신 후 즉시 ‘선물 거절(취소·환불)’ 기능을 통해 거부 의사를 표시하거나 반환해야 한다.

권익위는 ‘금품 등의 수수 금지 선물·음식물·경조사비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도 함께 소개했다. 가액별 선물·음식물·경조사비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를 공개해 법 적용 대상자 스스로가 금품 등의 수수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권익위, ‘청탁금지법 직종별 매뉴얼’ 공개
◆인턴 기자도 법 적용 대상자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매뉴얼도 행정기관 및 공직 유관 단체를 대상으로 한 매뉴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언론사 임직원 및 임직원의 배우자에게도 청탁금지법 조항이 그대로 적용된다.

언론중재법에 따른 법 적용 대상 언론사로는 방송사업자(516개), 신문사업자(3400개), 잡지 등 정기간행물사업자(7320개), 뉴스통신사업자(21개), 인터넷신문사업자(6149개) 등이 포함됐다.

언론사 직원은 취재·보도·편집 등의 직무뿐만 아니라 경영·기술·지원 업무 등에 종사하는 자도 포함됐고 인턴 기자와 같은 단시간 근로자 역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법 적용 대상자에 해당된다. 단,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사람은 언론사 직원으로 분류되지 않아 법 적용 대상자가 아니다.

사보 및 협회지를 발행하는 일부 기업은 우려했던 바와 달리 해당 기업의 전체 임직원이 아닌 ‘정기간행물 발행 업무에 종사하는 자’만 법적 제재를 받는다. 외국 언론사 및 방송국의 외주 제작사도 법 적용 대상 기관에서 제외된다.

업무 특성상 외부 행사가 많은 언론사는 ‘공식적 행사’의 판단 기준을 잘 살펴봐야 한다. 권익위는 행사 목적 및 내용, 참석 대상, 공개성, 행사 비용 등의 요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매뉴얼에 명시했다.

참석자가 특정되거나 차별되지 않고 개방돼 있는지, 행사의 전체 또는 일부분에 대한 공개가 이뤄지는지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권익위는 비공개 행사라고 하더라도 행사의 결과에 대해 사후 공개될 수 있는 경우와 비공개로 주최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공개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매뉴얼에 따르면 기업에서 홍보를 목적으로 일부 특정 언론사만을 대상으로 기자 간담회를 실시하는 경우 공식 행사로 인정되지 않는다. 기업이 해외투자 진출을 위해 해외에서 세미나를 열고 기자들에게 골프 및 관광 프로그램 등을 포함할 경우 역시 공식 행사로 인정하지 않는다.

한편 권익위는 언론사가 특히 주의해야 할 부정청탁으로 시청자위원·편집위원·독자권익위원 선정이나 탈락 등과 관련된 청탁을 꼽았다. 기사청탁은 법에 열거된 14가지 부정청탁의 유형 안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법 위반이 아닌 것으로 해석했다.

외부 강의 등에 대한 사례금의 경우 공영방송사인 KBS·EBS 등의 임직원은 공직 유관 단체 기준을 적용, 기관장급 40만원, 임원급 30만원, 일반 직원급 20만원으로 상한액을 정했다. 사례금 총액은 강의 시간에 관계없이 1시간 상한액의 150%를 넘지 못하는 반면 민간 언론사의 사례금은 총액 제한 없이 시간당 100만원이다.
권익위, ‘청탁금지법 직종별 매뉴얼’ 공개
◆부정청탁 여부부터 먼저 확인해야

9월 28일 이후 학교 담임교사가 성적 평가 등 직무와 관련해 학부모로부터 가액 기준 이하의 금품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해당 교사는 ‘3(식사)·5(선물)·10(경조사비)만원’ 범위 내라도 청탁금지법에 저촉된다.

학교 및 학교법인 대상 직종별 매뉴얼에 따르면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가액 기준 내라고 하더라도 원활한 직무 수행, 사교·의례, 부조 목적을 벗어나는 것으로 여겨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학부모가 현재 자녀의 담임교사가 아닌 지난해 담임교사에게 촌지나 선물을 하면 어떻게 될까. 매뉴얼에 따르면 이 경우 역시 청탁금지법에 저촉된다. 예전 담임교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 관련성이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성적·수행평가 등과 관련성이 있다면 예외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청탁금지법은 법에서 열거하고 있는 부정청탁 행위에 대해서만 금지·제재하도록 명시돼 있다. 모든 청탁 행위를 금지·제재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교직원 등은 요청받은 사항에 대해 부정청탁인지 여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학교 성적 조작 시 업무 방해에 해당

권익위가 분류한 14가지 부정청탁의 유형 가운데 교직원 등에게 적용되는 대표적인 부정청탁은 각급 학교의 입학·성적·수행평가 등의 직무와 관련된 것이다. 법령을 위반해 업무를 처리·조작하는 행위는 대표적인 부정청탁이다. 더욱이 학교 성적을 임의로 바꿔 달라는 청탁은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될 수 있다.

또한 특정 개인·단체·법인이 계약의 당사자로 선정 또는 탈락과 관련된 청탁도 부정청탁으로 간주돼 처벌 대상이다. 학교 또는 학교법인의 경우 학교 급식 사업자를 선정하는 업무에 개입하는 행위가 이에 해당될 수 있다.

권익위는 “청탁에는 교직원 등의 공정한 직무 수행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의 청탁과 공정한 직무 수행을 저해하는 수준의 부정청탁이 있다”면서 “모든 청탁은 교직원 등의 정상적이고 공정한 직무 수행을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익위는 이어 “사소한 청탁으로 인식할 수 있지만 이는 공정한 직무 수행을 저해하는 통로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방과 후 교사(강사) 및 대학의 시간강사는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고등교육법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시간강사도 교원으로서의 지위를 부여받게 돼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henr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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