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래 금맥, 첨단 농업의 최전선을 가다 ②]
뉴욕 ‘고담그린’ 옥상 농장
[특별기획] 홀푸드 옥상 위의 ‘고담그린’ 옥상 농장
(사진) 홀푸드 마켓 옥상에 있는 고담그린 고와니스 공장. 유기농 마켓 건물 옥상의 그린하우스 지붕이 멀리서도 눈에 띈다. /이정흔 기자

[뉴욕(미국)=이정흔 한경비즈니스 기자, 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지난 9월 9일 뉴욕 주 브루클린 고와너스 지역에 자리한 고담그린을 찾았다.

1층 홀푸드 마켓을 거쳐 2층 식당으로 올라가니 옥상을 향하는 문이 하나 보였다. 그 문 안에 말 그대로 거대한 ‘옥상 농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에어로팜이 미국 내 대표적인 ‘수직 농장’이라면 고담그린은 ‘미국 내 최대 규모의 옥상 농장’으로 손꼽힌다.

2009년 설립된 고담그린은 현재 뉴욕과 시카고에 모두 4개의 식물 공장을 운영 중이다. 옥상 농장을 기본으로 하는 고담그린은 흙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식물의 뿌리 밑으로 물을 흐르게 해 자라나게 하는 ‘수경재배’ 방식이다.

계절에 따라 햇볕이 줄어드는 때면 LED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태양빛을 쬐어 식물을 재배한다. 이곳에서 만난 니콜 바움 마케팅 매니저는 “식물을 재배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친환경 방식으로 조달하고 있다”며 “전기에너지도 풍력발전을 통해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남들은 사용하지 않는 옥상을 밭으로 쓰고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태양, 물과 신재생에너지를 기본으로 사용하는 덕분에 고담그린 역시 식물을 재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매우 적다. 물 사용량 역시 일반 밭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이에 비해 1년 내내 싱싱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으니 수확량이 매우 많다. 일반 밭보다 10배 정도다. 최첨단 스마트팜 기술을 활용해 각각의 식물마다 개별적으로 필요한 영양소와 물의 양, 빛의 양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최대한 깨끗한 식물을 자연과 가장 가까운 맛으로 길러 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특별기획] 홀푸드 옥상 위의 ‘고담그린’ 옥상 농장
(사진) 고담그린 내부 장면.‘수경재배’를 통해 일반 밭농사보다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 /이정흔 기자

무엇보다 ‘유통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 고담그린은 현재 뉴욕 시내에서만 해마다 10만 파운드 정도의 녹색 채소 제품을 공급 중인데, 기본적으로 생산지에서부터 소비지까지의 거리가 짧기 때문에 배달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장소가 바로 ‘홀푸드 마켓’과 붙어 있는 고담그린 그와너스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옥상에서 생산된 제품은 5분이 채 걸리지 않아 아래층의 홀푸드 마켓에서 소비자들에게 판매된다.

바움 매니저는 “고담그린은 일반 밭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비해 수익이 20~30배 정도 많다”며 “최첨단 농업 기술을 활용한다면 그만큼 이익이 많이 남는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밭농사보다 수익률 20~30배

소비자들의 반응 또한 매우 긍정적이다. 이곳의 소비자들은 유기농 마켓에서 고담그린이 식물을 재배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원하는 때에 ‘지금 막 재배한 신선한 먹거리’를 사서 요리해 먹을 수 있다.

1주일에 한 번씩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고담그린 프리투어를 진행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고담그린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고 이를 즐길 수 있도록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만 프리투어 참가자들에게도 ‘음식 안전’과 ‘위생’ 문제 때문에 공장 내부는 공개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노력 덕분에 시간이 지날수록 홀푸드 마켓 내에서도 고담그린 제품의 판매량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바움 매니저는 “현재로서는 유기농 마켓의 옥상에 입점한 것은 이곳이 유일하다”며 “앞으로는 이와 같은 협력 시스템을 더 늘려 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특별기획] 홀푸드 옥상 위의 ‘고담그린’ 옥상 농장
(사진) 옥상에서 생산된 제품은 5분이 채 걸리지 않아 아래층의 홀푸드 마켓에서 소비자들에게 판매된다. /이정흔 기자

실제로 이곳 고와니스만 하더라도 홀푸드 마켓에서 먼저 옥상에 입점할 것을 제안했다는 게 고담그린 측의 설명이다.

이 밖에 얼마 전 오픈한 시카고에서는 천연 비누를 생산하는 메소드 공장 위에 자리를 잡았다. 유기농 마켓은 아니지만 ‘친환경’과 ‘깨끗한 먹거리, 생필품’이라는 같은 비전을 공유하고 있는 파트너사와 협력해 이뤄낸 성과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에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도 성과가 크다. 현재 130명 정도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 고담그린은 얼마 전 새롭게 문을 연 시카고 지역에서 올해에만 40여 명의 새로운 인력을 고용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바움 매니저는 “버려진 공간이나 다름없는 옥상을 활용해 깨끗한 먹거리를 생산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친환경적인 사업”이라며 “현재는 미국 내의 대도시들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 가는 단계지만 향후에는 해외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vivajh@hankyung.com

[첨단 농업 기사 인덱스]
(1) 식물 공장 : 일본 편
(2) 식물 공장 : 미국 편
- 폐공장에서 '녹색 기적'이 자란다
- 홀푸드 옥상 위의 ‘고담그린’ 옥상 농장
- 딕슨 데스포미어 컬럼비아대 명예교수 "첨단 농업은 '기술'보다 '왜'가 더 중요"
(3) 식물성 고기
(4) 스마트 팜 : 유럽 편
(5) 스마트 팜 : 미국 편
(6) 국내의 미래 농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