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인사이드]
‘은행 출신’ 선임 관행 꺼리는 분위기…윤경은·전병조 공동대표설도

[한경비즈니스=조현주 기자]KB금융지주의 현대증권 통합 작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현대증권은 지난 10월 4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KB금융지주와의 주식 교환 안건을 통과시켰다.

주식 교환이 승인되면 현대증권은 KB금융지주의 100% 완전 자회사로 전환되고 오는 11월 1일 상장폐지된다. KB금융지주는 이후 자회사인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을 합병할 예정이다.

이번 현대증권 임시 주총에서의 주식 교환 안건 통과로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합병 시기는 예상보다 더 앞당겨질 전망이다. KB금융지주와 현대증권은 10월 19일 주식 교환을 마치고 11월 1일 신주권을 상장하며 현대증권을 상장폐지할 방침이다.
통합 ‘KB증권’ CEO 찾기 “투톱이냐 외부 영입이냐”
(사진)KB금융지주의 현대증권 통합 작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현대증권 사옥 전경. /한국경제신문

◆“윤종규 회장, 전문가 영입에 긍정적”

KB금융지주는 지난 7월 초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 합병 법인 사명을 ‘KB증권’으로 확정했다”고 밝히며 통합 증권사인 KB증권의 공식 출범 시기를 오는 12월 말로 예고했다.

금융권에서는 주식 교환 등의 일정이 당시 예상보다 일러져 KB증권의 출범이 이르면 11월 말에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통합된 KB증권의 공식 출범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합병된 법인의 초대 사령탑을 누가 맡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B금융그룹 내부 인사가 초대 최고경영자(CEO)가 될 것이라는 예상에서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과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이 공동대표를 맡을 것이라는 전망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현대증권 인수·합병(M&A) 작업 실무를 지휘한 이동철 KB금융 전무도 후보군으로 주목받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통합 증권사 사장의 적임자를 찾기 위해 주위에서 여러 인물을 추천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통합 법인이다 보니 기존 관행대로 은행 출신 CEO를 선임하는 것은 오히려 일부 조직의 반발을 사는 등 위험부담이 클 수 있다”며 “윤 회장도 증권업에 전문성을 지닌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증권사 CEO는 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은 전문성을 지닌 인사를 선임하는 사례가 많다.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은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출신으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올 초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이다.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또한 신한금융투자의 전신인 옛 신한증권에 1988년 신입 사원으로 입사해 20년 넘게 증권업에 몸담은 베테랑이다. 그는 2002년 신한금융지주가 굿모닝증권을 인수한 이후 탄생한 신한금융투자의 첫 ‘증권맨’ 출신 CEO이기도 하다.


◆‘파생 전문가’ 윤경은, ‘관료 출신’ 전병조
통합 ‘KB증권’ CEO 찾기 “투톱이냐 외부 영입이냐”
(사진)윤경은 현대증권 사장. /한국경제신문

하지만 윤경은 사장과 전병조 사장 모두 증권업계 전문가로 꼽히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윤 사장은 해외 영업과 파생 상품 전문가로, 2001년 굿모닝신한증권(현 신한금융투자)에 부서장으로 영입된 뒤 부사장까지 올랐고 이후 솔로몬투자증권 사장을 역임했다. 2012년 현대증권 사장이 된 후 경영 실적도 좋은 편이다. 자신이 직접 영입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전문가들이 성과를 내면서 지난해 297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통합 ‘KB증권’ CEO 찾기 “투톱이냐 외부 영입이냐”
(사진)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 /한국경제신문

또 다른 후보인 전병조 사장의 실력도 무시할 수 없다. 전 사장은 기획재정부 본부국장 출신으로 2008년에 NH투자증권 IB부문 전무를 맡으며 증권업계에 발을 들였다.

지난해 초 KB투자증권 사장에 오른 뒤 경영 실적도 좋았다. 지난해 KB투자증권은 47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KB투자증권 사장으로서 그동안 KB금융지주와 호흡을 맞춰 온 점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KB투자증권이 자기자본 기준으로 증권업계 19위에 불과해 전 사장이 업계 3위로 몸집이 커지는 KB증권을 이끌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가 CEO로 재직한 기간도 2년 미만인 데다 기획재정부 본부국장 출신에서 증권업계로 옮겨 와 다른 후보에 비해 관련 경력이 짧다는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KB금융지주가 당분간 윤 사장과 전 사장을 공동대표로 두고 ‘투톱’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전병조 사장 등이 가장 유력하게 지목돼 왔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알 수 없다”며 “게다가 윤종규 회장이 지난해 KB생명 CEO로 (교보생명 출신인) 신용길 사장을 영입했던 선례도 있어 외부 인물 영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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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 KB증권, 윤경은·전병조 '투톱체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