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인사이드]
15개 점포만 분양 완료…대형 서점 입점으로 집객 효과 기대
악성 미분양 딜라이트 스퀘어 “교보문고 덕 좀 볼까”
(사진) 서울시 마포구 합정역에 자리한 복합 상가 딜라이트 스퀘어. /이승재 기자

[한경비즈니스=김병화 기자] 악성 미분양으로 진땀을 흘려 온 합정역 복합 상가 ‘딜라이트 스퀘어’가 술렁인다. 국내 최대 규모 교보문고가 들어설 전망이기 때문이다.

딜라이트 스퀘어를 분양 중인 대우건설에 따르면 양사는 교보문고 합정점(가칭) 입점과 관련해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임대차 계약을 진행 중이다. 교보문고는 대우건설에 임시계약금을 지급한 상태로, 11월 말 이사회를 거쳐 본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계약 형태는 10년 장기 임대다.

교보문고 합정점이 입점할 자리는 합정역과 지하로 연결되는 딜라이트 스퀘어 지하 2층 전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계약 면적만 1만9830㎡(6000평)가 넘는 국내 최대 규모 서점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단일 층으로는 교보문고 광화문점(1700여 평)이 가장 크다.

◆ 큰 규모도 눈치 보이는 교보문고

양사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교보문고는 조심스럽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대우건설과) 논의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정해진 것은 없다”고 일축했다. ‘최대 규모’라는 타이틀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광화문점의 상징성 때문이다.

고(故) 신용호 교보문고 창업자는 1981년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 대한교육보험빌딩을 짓고 명당으로 꼽힌 지하에 수익 창출이 불투명한 ‘교보문고’를 열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책을 읽게 하자는 신 창업자의 정신과 함께 면적 5619㎡(1700평), 서가 길이 24.7km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해 왔다. 광화문점보다 큰 지점이 있어서는 곤란한 이유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지하 2층 전체를 서점으로 구성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광화문점보다 작다”고 강조했다. 서점 이외에도 커피숍과 문구·음반 판매점 등을 따로 입점시킬 계획인 만큼 하나의 서점으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대우건설은 모처럼 희소식에 한껏 들떴다. 딜라이트 스퀘어는 마포 한강 1·2차 푸르지오의 단지 내 상가다. 아파트(396가구)와 오피스텔(448실)은 2014년 말과 2015년 초 분양 개시 후 모두 조기 완판했다.

하지만 2015년 10월 본격 분양에 나선 상가는 입주가 시작(2016년 8월)된 현재까지도 대부분이 공실이다. 1차로 분양하는 70여 개 점포 중 분양이 완료된 점포는 15개(지하 1층 8개, 1층 3개, 2층 4개)뿐이다.

최근 합정역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메세나폴리스’와도 비교돼 왔다. 딜라이트 스퀘어 길 건너편에 있는 메세나폴리스는 GS건설이 짓고 운영 중인 복합 상가다.

대우건설 분양 관계자는 “1년 동안 비어 있다 보니 메세나폴리스 보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말이 많았는데 교보문고가 들어오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물론 입점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분양가도 조정된 만큼 투자 가치가 높다”고 강조했다.

현재 딜라이트 스퀘어 상가는 기존 분양가 대비 11~27% 할인해 전용면적 3.3㎡당 3500만~9900만원대로 가격을 조정한 상태다.

kb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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