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최명화 CMO캠퍼스 대표]
여성 리더 자기 계발서 ‘플랜Z:여성을 위한 회사는 없다’ 출간
최명화 CMO캠퍼스 대표 “인간은 나약한 존재, ‘자뻑 일기’ 쓰며 스스로를 위로했죠”
(사진)최명화 CMO캠퍼스 대표. /서범세 기자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글로벌 기업 맥킨지의 마케팅 컨설턴트, LG전자 최연소 여성 상무, 두산그룹 브랜드 총괄 전무, 현대자동차 최초의 여성 상무. 그의 이력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최초’와 ‘여성’이라는 수식어를 늘 달고 살았다.

최명화 CMO캠퍼스 대표다. 그는 최근 현대차를 떠나 여성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키워 내는 교육 컨설팅 업체 ‘CMO캠퍼스’를 시작했다.


◆대기업 나와 여성 마케팅 임원 양성

국내 대기업에서 여성 임원까지 지낸 그를 만나기 전에는 소위 요즘 유행한다는 ‘걸 크러시(여성들이 동경하는 여성, 센 언니)’ 캐릭터를 예상했다. 하지만 가냘픈 몸집에 조근조근한 말투를 지닌 그는 ‘천생 여자’였다.

그런 그가 어떻게 험하디험한 조직 세계에서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일까. 최 대표를 만나 남녀를 불문한 직장 생활의 성공 비법을 들어봤다.

최 대표는 먼저 최근 출간한 책 한 권을 내밀었다. ‘플랜Z:여성을 위한 회사는 없다’.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책 제목이 된 ‘플랜Z’는 궁극적으로 도달해 가야 할 궁극적인 목표 지점을 의미한다. 그러면 남자를 위한 회사는 있는 걸까. 최 대표는 시원스레 답한다. 남자를 위한 회사도 없다. 그렇다면 굳이 그는 왜 ‘여성’이라는 말을 강조한 것일까.

“회사는 ‘프로페셔널’한 조직입니다. 직장 생활이 여성에게만 어렵겠어요? 남성들도 똑같이 고생하고 힘듭니다. 그럼에도 직장 생활을 하는 데 여성들은 ‘여성’이라는 프레임 안에 갇혀 있다는 거예요. 여성이 소수이기 때문에 그런 프레임이 덧씌워지는 겁니다.”

‘왜 국내 대기업에는 여성 임원이 많이 없을까.’ 그가 대기업의 여성 임원을 지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다. 현대차를 떠난 그가 ‘여성 임원 교육’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에 대한 그의 답은 예상외로 단순하다. 대기업의 임원 후보군 중 여성의 숫자가 적기 때문이다. 그는 ‘젖은 낙엽’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쉽게 말해 더럽고 치사해도 좀 견딜 줄 알아야 해요.‘젖은 낙엽’이라고 하잖아요. 어떻게든 버티는 겁니다. 그런 근성이 성공의 가장 큰 무기가 되거든요.”

그는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고위 임원이 될수록 ‘불확실한 상황’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대체로 여성들은 일을 추진할 때 이 불확실한 것들을 하나하나 제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때로는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부딪칠 수 있는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기술’이 리더의 자질로서 점점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다르다’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

이 불확실성을 관리하려면 스스로에게 자신감과 확신이 있어야 한다. 최 대표의 비결은 무엇일까. 의외의 귀여운(?) 답변이 돌아온다. 매일 ‘자뻑(자신에게 푹 빠져 있는) 일기’를 썼다는 것이다.

고려대 불문과를 졸업한 최 대표는 결혼한 직후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현재는 두 아들의 엄마다. 미 버지니아텍에서 소비자행동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여느 워킹 맘과 마찬가지로 두 아들의 엄마 역할과 대기업의 임원 역할을 동시에 해내야 했기 때문에 직장 생활은 그에게도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는 우선 ‘자신은 약한 존재’라는 걸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정받기 위해, 능력을 키우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이런 의지를 갖고 나를 몰아붙여 본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못 가더라고요. 사람은 참 약한 존재입니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위로하고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다. 매일매일 내가 무엇을 잘했고 이런 점은 나아지고 있고, 왜 사랑받을 만한 존재인지를 찾아 일기처럼 기록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직장 생활에서 ‘자기만의 강점’을 보여주는 데도 덕을 많이 봤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동차와 전자 업계는 남성성이 강하다고 여겨지는 분야다.

하지만 최 대표는 특유의 여성스러움을 장점으로 부각했다. 차는 남성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차를 구매하는 데 여성들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마케팅에 활용한 것이다.


“마케팅은 브랜딩입니다. 현재진행형이에요. 늘 변한다는 겁니다. 매우 능동적인 개념이에요. O2O 시대에 진입한 만큼 앞으로는 더 능동적으로 변해갈 거고요. 마케팅에 대한 패러다임 자체가 전혀 달라지는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르다’는 건 앞으로 점점 더 경쟁력있는 장점이 될 겁니다. 기업은 물론이고 그 기업에서 조직생활을 하는 개인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새로울 수 있습니다. 그 가치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의 현실적인 조언은 이어졌다. 회사의 모든 조직원들이 다 하는 업무에 대한 능력은 ‘내 발목을 잡지 않을 정도’로만 개발하면 된다. 그 나머지는 ‘내가 잘하는 것’을 아주 탁월한 정도로 발전시켜 나가는 게 중요하다. 새로운 인생의 출발선 앞에 선 그가 다름 아닌 ‘여성 마케팅 임원’을 길러내기 위한 후배양성을 또 다른 목표로 삼은 이유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마케팅업계에 여자 후배들이 많습니다. 이미 여자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여성 임원이 배출될 가능성도 가장 큰 분야죠. 마케팅이라는 업무에서 여자들이 가진 장점도 분명히 존재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좋은 여성 리더들을 키워내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었습니다.”

여성 임원들 대부분 멘토가 없고 선배가 없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그런 어려움을 공유하면서 ‘나만 겪는 게 아니구나’라는 유대감을 키우고, 동시에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다.

향후 CMO캠퍼스를 여성으로서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국내 여성 리더 네트워크의 구심점으로 키워내는 것, 새로운 목표를 향해 첫발을 내디딘 최 대표의 포부다.

[최명화 대표 약력]
고려대 불문과 졸업. 미국 버지니아텍 소비자행동론 박사. 맥킨지 마케팅 컨설턴트. 2007년 LG전자 마케팅 상무. 2011년 두산그룹 브랜드 총괄 전무. 2012년 현대차 마케팅전략실장(상무).2016년 CMO캠퍼스 대표(현)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