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솔로 이코노미 : 가전도 ‘미니 열풍’]
TV도 소형 프리미엄 제품이 더 인기…빌려 쓰는 ‘렌털’ 시장도 급성장
1인 가구용 냉장고·에어컨·세탁기 다 갖춰도 ‘여유’
(사진)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전시된 소형 냉장고.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김태헌 기자] ‘1인 가구’는 최근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거듭나고 있다. 그간 4인 가족을 기준으로 만들었던 TV·냉장고·밥솥 등 가전제품 역시 트렌드에 따라 점차 소형화되고 있다.

◆데스크톱PC 대신 노트북 선호

직장인 장미선(31) 씨는 대학 진학 후 10여 년간 줄곧 33㎡(10평) 남짓의 오피스텔에서 ‘1인 가구’로 살아 왔다. 생활에 필수적인 냉장고·에어컨·세탁기 등도 모두 갖췄다. 물론 모두 소형이다. 집이 좁기에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제품은 부담스럽다.

데스크톱PC 대신 노트북을 사용하고 TV는 처음부터 구입하지도 않았다. 또 유선 인터넷 서비스 대신 스마트폰을 이용해 인터넷을 즐기고 스트리밍으로 TV는 물론 주문형 비디오(VOD)까지 시청한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기업들의 시장 접근 방식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 TV는 예전에 40인치 이상 대형 제품 생산에 집중한 반면 최근에는 프리미엄급 소형 TV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세탁기와 냉장고 등 대부분의 가전제품도 마찬가지다. 넓은 자리를 차지하는 제품보다 부피가 작은 제품, 이동과 보관이 자유로운 제품이 1인 가구가 주로 구입하는 가전제품들이다.

1인 가구 중 60대 이상 고령자 가구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소득에 비해 지출되는 생활비 비율이 낮다는 특징을 가진다. 경제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가치에 대한 소비 역시 자유롭고 제품 구입 비율도 높다.

특히 하나의 제품을 구입하더라도 고급스럽고 가격은 합리적인, 특별한 의미까지 부여되는 제품을 구입한다. 또 이들은 취미 활동에 대한 부담 역시 크지 않아 낚시·캠핑·카메라 등을 이용한 취미 생활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최신 정보기술(IT) 트렌드 제품에 대한 소비도 1인 가구에서 구입하는 비율이 높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대부터 40대까지 전국 500가구를 대상으로 ‘1인 가구 증가가 소비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1인 가구는 전체 수입에서 세금 등을 제외하고 실제 소비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의 비율이 32.9%로 3~4인 가구 17.2%보다 두 배 정도 높았다. 여유 자금이 많다는 뜻이다.

◆렌털 시장, 올해 26조원 예상

1인 가구들은 제품을 구입하는 것보다 빌려 쓰고 공유해 사용하는 데 거부감이 크지 않다.
이 때문에 렌털 서비스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렌털 시장은 2006년 약 3조원에서 2012년 1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올해는 25조9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여 품목 역시 정수기 등에서 매트리스, 승마 운동기구, 노트북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11번가는 최근 정수기·비데·공기청정기·안마의자·매트리스 등 280여 개 렌털 상품을 선보이는 ‘생활 플러스 렌털 숍’을 오픈했다. 또 일상복을 빌려주는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한 달에 8만원을 내면 드레스·원피스·백 등을 빌려 쓸 수 있다.

특히 1인 가구는 자신의 기준과 입맛에 맞게 상품을 소비하는 ‘모디슈머(modisumer)’ 성향 또한 높다. 새로운 트렌드에 빠르게 적응하고 얼리어답터적 성격이 짙기 때문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차량 등도 구입하기보다 그때그때 빌려 사용하는 방식을 취한다. 기분에 따라 승용차나 스포츠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을 골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홍혜림(21) 씨는 최근 화장품을 섞어 사용하는 레이어링 뷰티에 빠져 있다. 무색의 립밤에 색을 넣거나 파운데이션에 립스틱을 섞어 자신의 피부색에 가장 잘 맞는 화장품을 제조한다. 또 향수 원액을 배합해 직접 섬유유연제를 만들거나 가구와 디자인 소품 역시 스스로 제작한다.

1인 가구는 콘텐츠 소비를 통해 자신이 직접 겪지 못하는 행위에 대해 대리 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육아를 소재로 한 방송과 맛집 프로그램, 농촌 생활 등 혼자하기 어려운 일은 TV 콘텐츠로부터 대리 만족을 얻는다.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미디어 문화 속 먹방(먹는 방송)과 헤게모니 과정’이란 논문에서 “시청자들의 (먹방)채팅 내용을 관찰해 보면 1인 가구의 허기가 정서적 허기, 즉 외로움으로 이어지며 먹방이 일정 부분 이를 해소하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며 “이들은 온라인상에서 사회관계를 형성하고 화면의 매개를 통해 함께 식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1인 가구 맞춤 전자 제품 어떤 게 있나]

◆S빔
1인 가구용 냉장고·에어컨·세탁기 다 갖춰도 ‘여유’
삼성전자의 ‘S빔’은 가로 77.8mm, 세로 77.8mm, 높이 40mm로 크기가 작고 컴퓨터용 마우스 정도 크기로 한 손으로 들어도 부담 없는 무게다. 오슬람 RGB 발광다이오드(LED) 광원으로 최대 80안시의 밝기와 700 대 1의 명함비를 지원해 WVGA(800X480)급 화질을 자랑한다.

고용량 4000㎃h 내장 배터리로 2시간 이상의 영화 시청이 가능하고 자체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가격 : 29만~39만원

◆퓨리케어 슬림 정수기
1인 가구용 냉장고·에어컨·세탁기 다 갖춰도 ‘여유’
LG전자의 ‘퓨리케어 슬림 정수기’. 이름처럼 슬림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보통의 정수기는 큰 부피 때문에 1인 가구에서는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이 제품은 폭이 짧고 출수구와 받침대가 180도 회전이 가능해 가로 또는 세로로 모두 설치할 수 있어 좁은 공간에서의 활용도가 높다. 또 정수와 냉수는 물론 온수에도 직수 타입을 적용했다. 직수 타입은 물탱크가 필요 없어 이물질이 생길 우려가 없다.
가격 : 3만원대(렌털)

◆벽걸이 드럼세탁기 ‘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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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대우전자가 2012년 출시한 벽걸이 드럼세탁기 ‘미니’는 올해 7월까지 판매량이 작년보다 30% 늘었다. 이 제품은 3kg 용량의 소형 세탁기다. 특히 세계 30여 개국에 수출되며 누적 판매도 10만 대를 넘어섰다.

또 이 제품은 벽면에 설치해 허리를 굽히지 않고 세탁물을 넣고 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고령의 1인 가구에서 더 인기가 높다. 두께 역시 29.2cm에 불과해 넓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다. 가격 : 34만~50만원

◆프라우드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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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유위니아는 지난해 5월 소형 냉장고 ‘프라우드S’를 출시했다. 프라우드S는 1~2인 가구에 특화된 냉장고로 43~151리터까지 다양한 용량을 내세운다.

대유위니아는 프라우드S가 효율이 높은 컴프레서(압축기)를 사용해 좁은 공간에서도 소음이 거의 없어 인기를 끌었다.
가격 : 30만원대(118리터 기준)

◆미니 밥솥
1인 가구용 냉장고·에어컨·세탁기 다 갖춰도 ‘여유’
신일산업의 미니 전기밥솥(SCJ-200S)은 1인용 밥솥이다. 밥 짓기에 꼭 필요한 취사·보온 기능만 탑재해 1인분을 기준으로 15분 만에 쾌속 취사가 가능하다. 특히 이 밥솥은 도시락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가격 : 4만~5만원

◆초소형 미니 전자레인지
1인 가구용 냉장고·에어컨·세탁기 다 갖춰도 ‘여유’
동부대우전자의 1.5리터 전자레인지(KR-B151G)는 기존 20리터 제품 대비 크기는 30% 이상 줄였지만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면적은 같다. 이 제품은 출시 5년 6개월 만인 지난 3월 누적 판매 100만 대를 돌파했다.

간단한 다이얼 조작만으로 출력을 세분화한 7단계 출력 조절 기능(기계식), 한 번의 버튼 조작으로 1인용 음식 조리가 가능한 자동 조리와 원터치 조리 기능(전자식)을 추가해 편의성을 강화했다. 가격 : 5만원

◆햅쌀밥용기
1인 가구용 냉장고·에어컨·세탁기 다 갖춰도 ‘여유’
락앤락 ‘햅쌀밥용기’는 미리 해둔 밥이나 국을 1인분씩 냉장·냉동했다가 식사 때마다 데워 먹을 수 있도록 만든 밀폐 용기다. 열에 강한 내열유리로 만들어 전자레인지에 바로 데워 먹을 수 있고 뚜껑에는 뜨거운 증기를 빼주는 ‘스팀홀’이 있어 전자레인지 사용이 잦은 1인 가구에 적합하다.
가격 : 3500원(개당)

k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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