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 부회장의 세계 : 한국의 부회장들]
전문경영인 비율 높아…현대차그룹 9명으로 ‘최다’
‘평균 나이 62세, 서울대 출신의 서울 남자’가 표준
‘평균 나이 62세, 서울대 출신의 서울 남자’가 표준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한국의 대기업은 주로 오너가 이끈다. 이 때문에 의사결정의 최상단인 회장이라는 자리는 대개 오너가 맡는다. 그 결과 전문경영인으로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자리는 사실상 부회장이다.

이 때문에 주요 그룹도 부회장은 손에 꼽는다. 오너와 혈연관계가 없는 직장인으로서는 사실상 부회장이 승진을 꿈꿀 수 있는 가장 ‘명예로운 자리’다.

한경비즈니스의 조사 결과 자산 총액 5조원 이상(공정거래위원회 2016년 4월 기준, 공기업 제외)의 대기업집단 52개 중 ‘부회장’이 있는 기업은 29곳이었다.

물론 부회장이라는 자리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다. 앞서 말한 것처럼 회장과 함께 의사결정의 최상단에 위치하며 그룹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하는 부회장이 있다. 또 일종의 명예직으로 회사를 위한 공로를 치하하는 의미에서 부회장 직함을 달아주기도 한다.

한경비즈니스의 조사는 이 두 가지 중 명예직이 아닌 현재 실제 그룹 경영에서 실무적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하거나 혹은 아직 그룹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를 대상으로 했다.

조사 결과 29개 그룹의 부회장은 모두 63명이었다. 부회장이 있는 그룹사는 평균 2명 정도(전체 기업집단 대상으로는 평균 약 1명)의 부회장이 있는 것이다.
‘평균 나이 62세, 서울대 출신의 서울 남자’가 표준
‘평균 나이 62세, 서울대 출신의 서울 남자’가 표준
◆고등학교는 ‘경복고’ 출신이 가장 많아

출생지별로 보면 서울이 모두 29명(46.0%)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은 부산·전남(각 6명), 강원·경기·경남(각 5명), 경북(3명), 인천(2명), 충남·충북(각 1명) 순이었다.

출신 대학(학사 기준)은 서울대가 가장 많았다. 서울대 출신 부회장은 모두 23명으로 전체의 36.5%를 차지했다. 그다음은 연세대(8명)와 고려대(8명) 순이었다. 한국외국어대와 전남대는 각각 3명의 부회장을 배출해 서울대와 연세대·고려대의 뒤를 이었다. 뉴욕주립대 등 외국 대학 출신은 5명이었다.

부회장 63명의 평균나이는 62세(1954년생)로 나타났다. 부회장들의 출생 연도를 5년 단위로 보면 1951~1955년생이 22명(34.9%)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 1946~1950년생(14명), 1956~1960년생(11명) 순이었다. 최고령자는 선우영석(1944년생) 한솔제지 부회장, 최연소자는 정교선(1974년생)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었다.

출신 학과(학사 기준)는 경영학(상학 포함)이 18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의 28.5%다. 그다음은 무역학 6명, 전자전기·기계공학 및 경제학 각각 4명 순으로 나타났다. 문과와 이과의 비율은 문과 출신이 45명(71.2%)으로 이과 출신 18명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사 출신과 석·박사 출신의 비율은 석·박사 출신이 더 많았다. 학사 출신은 26명이었고 석·박사(MBA 포함) 출신은 모두 37명이었다. 이 중 박사는 9명으로 1명(역사교육학)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학박사 학위였다.

출생지나 출신 대학 및 학과와 달리 출신 고교는 다양한 편이었다. 하지만 무려 9명의 부회장을 배출한 고교가 있었다. 경복고다.

경복고 출신 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권문식 현대차그룹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허명수 GS건설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이재형 동부라이텍 부회장, 선우영석 한솔제지 부회장 등이었다.

주로 회장과 혈연관계가 있는 부회장들이 많다는 것이 눈에 띈다. 경복고 다음으로는 경기고(6명)·서울고(4명) 순이었다.

부회장들 중 최대 주주 회장 일가의 비율과 전문경영인의 비율은 아무래도 전문경영인의 비율이 높았다. 전체 63명 중 전문경영인은 44명(69.8%)이었다. 회장과의 혈연관계는 부자, 모자·형제·남매·사촌 관계 등으로 다양했다.
‘평균 나이 62세, 서울대 출신의 서울 남자’가 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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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그룹 중 롯데·한진은 부회장 없어

부회장이 가장 많은 기업집단은 현대차그룹이었다. 모두 9명의 부회장이 있다. 부회장 9명의 면모를 보면 2명(정의선·정태영 부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혈연관계가 있고 나머지 7명은 전문경영인이다.

재계 10위권 내 기업집단 중 부회장을 한 명도 보유하지 않은 곳은 롯데그룹과 한진그룹이다. 롯데는 최근까지 이인원 부회장이 있었지만 최근 이 부회장의 사망 후 부회장 자리가 공석이 됐다. 한진그룹은 2003년 조양호 회장이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부회장직을 두지 않고 있다.

대기업 부회장들은 대부분이 기업인 출신이다. 해당 그룹에서 오래 근무했거나 타 기업에서 스카우트돼 자신의 전문 분야를 살려 그룹 내에서 영향력을 가진다.

반면 공직자 출신도 있다.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이다. 197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정 부회장은 경제기획원·기획예산처 등을 거쳤다. 2001년 두산 IT부문 총괄사장으로 두산그룹에 합류한 정 부회장은 2007년 두산건설 부회장을 거쳐 2008년부터 두산중공업 부회장을 맡고 있다.

또 한 사람의 공직자 출신 부회장도 있다. 셀트리온제약의 박성도 부회장이다. 박 부회장은 1974년 국가정보원(옛 중앙정보부)에 입사해 제2차장까지 지냈다. 이후 2011년 셀트리온 부회장으로 영입돼 2014년 셀트리온제약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의숙 세아홀딩스 부회장도 눈에 띄는 인물이다. 회장과 혈연관계가 있는 대부분의 부회장들은 회장보다 연배가 낮다. 주로 아들딸이나 동생이 부회장직을 맞는다. 하지만 박 부회장은 세아그룹 고(故) 이운형 회장의 부인이자 이태성 세아베스틸 대표이사의 어머니다. 현 세아제강 회장인 이순형 회장은 이운형 회장의 동생이다.
‘평균 나이 62세, 서울대 출신의 서울 남자’가 표준
◆선우영석·강유식 부회장이 최장수

그러면 전문경영인 출신 중 가장 오랜 기간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사람은 누굴까. 선우영석 한솔제지 부회장과 강유식 LG경영개발원 부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선우 부회장은 2002년부터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한솔제지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아 왔다. 햇수로만 15년째다.

한솔그룹이 범삼성가인 만큼 선우 부회장도 삼성 출신이다. 1970년 제일모직에 입사해 삼성중공업·삼성항공을 거쳐 1993년 한솔에 합류했다. 그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팬아시아페이퍼코리아의 대표이사를 역임하는 동안에도 매년 매출액을 약 10%씩 성장시켰다. 선우 부회장은 2002년부터 부회장으로 승진해 한솔제지를 맡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

강 부회장도 2002년 부회장직에 올랐다. 그는 오랫동안 구본무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혀 왔다. 1970년대 중반 구 회장이 럭키(현 LG화학) 심사과 과장으로 경영 수업을 시작했을 무렵 같은 부서 대리로 일하면서부터 손발을 맞춰 왔다.

특히 LG그룹이 지주회사를 도입해 안착시키는 작업과 외환 위기 이후 구조조정본부를 이끌면서 재무구조 개선, 사업 구조조정, 출자 구조 재편 등 LG의 구조조정 업무를 성공적으로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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