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부회장의 세계 : 그룹별 특징]
SK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실세…LG는 참모형·전문가형 등 다양한 경력 특징
삼성의 부회장은 ‘최고 권위’…현대차는 전문가형 대거 포진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 직장인으로서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자리인 ‘부회장’. 하지만 같은 부회장이지만 기업 내에서의 역할은 다양하다.

회장을 모시는 참모형 부회장, 다양한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책사형 부회장, 경영을 직접 이끄는 야전형 부회장, 자기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형 부회장 등이 그것이다. 또 오너 일가가 부회장을 맡기도 한다.

눈에 띄는 점은 각 그룹별로 ‘부회장’의 권위와 역할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재계 1위와 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만 봐도 그 차이가 확연하다.

먼저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의 부회장은 모두 3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모두 그룹의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에 소속돼 있다. 반면 2위인 현대차그룹의 부회장은 삼성보다 3배나 많은 9명에 달한다. 또 철저히 역할을 분담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삼성의 부회장은 ‘최고 권위’…현대차는 전문가형 대거 포진
◆삼성, 전문가형·전략형 역할 나눠

삼성은 예전부터 참모형과 전문가형 부회장이 공존해 왔다. 삼성의 대표적 부회장인 이학수 부회장이 참모형 혹은 책사형으로 분류된다면 윤종용 부회장은 전문가형 및 야전형으로 꼽을 수 있다.

지금의 삼성도 이와 비슷하다. 삼성의 부회장 3인은 2세 경영인인 이재용 부회장 그리고 최지성 부회장과 권오현 부회장이 있다. 최지성 부회장은 미래전략실장을 맡고 있고 권오현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최지성 부회장은 참모형 혹은 책사형 부회장으로 꼽을 수 있다. 미래전략실은 삼성의 컨트롤타워다. 이 때문에 예전부터 미래전략실장은 막강한 권위를 가져 왔다. 하지만 최 부회장은 전임들에 비해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조용히 행동으로 보여주는 타입이다.

스스로도 미래전략실장을 맡을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그림자 역할만 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미래전략실은 군림하는 곳이 아니라 지원하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래서 최 부회장의 리더십은 권력형이라기보다 관리형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된다.

권오현 부회장은 전형적인 전문가형 부회장이다. 메모리반도체와 비메모리 사업을 두루 갖춘 반도체 전문가로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들을 추격하는 데 앞장섰다. 삼성전자의 세계 최초 64Mb D램의 개발 주역이다. 삼성전자를 세계 최고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 키우는 데 크게 공헌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화 초기 단계부터 사업에 참여해 왔다. 메모리 전문 기업이었던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구동 칩과 스마트카드 칩,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미디어플레이어 통합 칩 등 시스템LSI 4대 제품군을 세계 1위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반면 현대차는 전문가형 부회장이 대세다. 전체 9명의 부회장 중 6명이 전문가형 부회장이다. 김용환 현대차그룹 부회장 정도만이 참모형 혹은 책사형 부회장으로 꼽힌다. 나머지 둘 중 한 사람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부회장이고 다른 한 사람은 사위인 정태영 부회장이다.

김용환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현대차 부회장단 가운데 정의선 부회장을 제외하고 나이가 가장 젊다. 다른 부회장들에 비해 빠르게 승진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인 53세에 부회장에 임명됐다.

김 부회장은 기획조정실과 비서실 담당 부회장으로 그룹 경영에 직결된 주요 사안 등을 각 계열사들과 조율하고 계획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 김해진 현대파워텍 부회장,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은 그룹 내에서 전문성 있는 야전형 부회장으로 꼽힌다. 이들은 각각 현대차의 주요 계열사를 직접 이끌고 있다.

이형근 부회장은 현대차에서 수출마케팅실장·상품기획1실장을 지내고 기아차에서 중국 합작법인 부사장·유럽총괄법인장·해외영업본부장 등을 역임한 대표적인 해외 영업 전문가로 꼽히고 있다.

김해진 부회장은 1985년 첫 직장인 현대차에 들어온 이후 줄곧 엔진과 변속기를 연구해 온 파워트레인 전문가다. 우유철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내의 몇 안 되는 철강 전문가다. 현대제철을 포스코에 견줄 만한 제철사로 키워낸 공을 인정받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철저한 전문가형 부회장으로는 노무담당을 맡고 있는 윤여철 부회장, 연구개발을 맡고 있는 양웅철·권문식 부회장을 꼽을 수 있다.

양웅철 부회장은 기계설계학 박사 출신으로 포드자동차 연구개발센터에서 근무하다가 2004년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에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양 부회장은 현대차의 친환경차 개발과 전장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권문식 부회장은 기계공학 박사 출신으로 현대차그룹 전장부문 계열사 대표이사를 거쳤다.

윤여철 부회장은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경력 대부분을 노무 관련 부서에서 보냈다. 2004년 노무관리담당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이듬해 사장, 2008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12년 노조원 분신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2013년 다시 부회장으로 돌아와 현대차그룹의 노무 업무를 맡고 있다.
삼성의 부회장은 ‘최고 권위’…현대차는 전문가형 대거 포진
◆‘집단지도체제’ 돋보이는 SK

SK는 6명의 부회장이 있다. 이 중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최창원 SK가스 부회장은 각각 최태원 SK 회장의 동생과 사촌 동생이다. 이에 따라 전문경영인 부회장은 4명이다. 4명의 부회장은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임형규 SK텔레콤 부회장, 김영태 SK 부회장, 박주철 SK D&D 부회장이다.

SK그룹의 의사결정 시스템은 타 그룹사와 약간 다르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을 포함한 ‘수펙스추구협의회’라는 최고 의사결정 기관에 의해 그룹의 주요 사항들이 결정된다. 부회장 중에서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소속된 인물은 정철길·임형규·김영태 부회장이다.

정철길 부회장은 그룹의 주력 기업인 SK이노베이션의 수장임과 동시에 수펙스추구협의회 내에서 에너지화학위원회를 담당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임형규 부회장은 SK텔레콤을 이끌면서 동시에 협의회 내에서 ICT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영태 부회장은 그룹 내 홍보 등을 맏고 있다.
삼성의 부회장은 ‘최고 권위’…현대차는 전문가형 대거 포진
◆가장 다양한 경력 포진한 LG그룹

LG그룹의 부회장은 모두 6명이다. LG그룹 부회장의 특징은 오너·참모·책사·야전·전문가 등 다양한 유형이 모두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야전형 부회장은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다. 차 부회장은 2005년부터 10년 넘게 LG생활건강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LG그룹에서 전문경영인으로는 최장수 CEO이기도 하다.

차 부회장은 LG생활건강에 오기 전에도 CEO였다. 1998년 P&G 쌍용제지 대표이사로 시작해 CEO 근무 경력만 20년이 다 돼간다.

오랜 기간 CEO 직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차 부회장이 차별적인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그는 LG생활건강에서 2005년 3분기부터 44분기 연속 매출을 늘렸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차 부회장은 2011년 LG그룹에서 외부 출신 인사 가운데 최초로 부회장이 됐다.

구본준 (주)LG 부회장은 그룹 경영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구 부회장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구 부회장은 신성장추진단장으로 자동차 전장사업 등 LG그룹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핵심 키를 쥐고 있다.

전문가형 부회장으로는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을 꼽을 수 있다. 한 부회장은 줄곧 LG반도체와 LG디스플레이에 근무했다. 특히 회사에 다니면서 미국의 대표적 공과대학인 스티븐스대 대학원에 진학해 금속공학 석사 학위와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역시 화학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박 부회장은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후 LG화학의 전신 격인 럭키에 입사해 줄곧 그룹 내 화학 업종에서 일해 왔다.

책사 및 참모형으로는 강유식 부회장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을 꼽을 수 있다. 강 부회장은 현재 LG경영개발원 부회장으로 경영의 최전선에서는 물러나 있지만 아직도 그룹의 중요한 대내외적 행사에 꼭 참석한다. 강 부회장은 구본무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하는 인물로 꼽힌다. 권 부회장은 LG그룹을 대표하는 재무통이다.

롯데그룹은 고 이인원 정책본부장 겸 부회장이 오랫동안 신동빈 회장의 승진 후 그룹 유일의 부회장으로 일했다. 하지만 최근 세상을 떠나면서 그룹 내에 부회장 직급을 단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기업이 됐다.

◆한화그룹의 유일한 부회장 ‘금춘수’

재계 5위권 밖 그룹들의 부회장들도 각각 특징적인 모습이 눈에 띈다. 재계 7위인 GS그룹은 부회장이 모두 오너 일가다.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 허명수 GS건설 부회장이 그들이다. 세 부회장은 모두 GS그룹 회장인 허창수 부회장의 동생이다.

반면 9위 현대중공업그룹은 회장 및 부회장이 모두 전문경영인이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이 그들이다. 이 중 최 회장은 전문가 및 야전형으로, 권 부회장은 참모형 및 책사형으로 분류된다.

재계 8위인 한화의 부회장은 금춘수 부회장이 유일하다. 금 부회장은 골든벨상사(현 한화 무역부문)에 입사해 37년째 한화그룹에 몸담고 있다. 한화그룹 초대 경영기획실장을 역임한 뒤 한화차이나 사장을 맡았다가 복귀했다.

금 부회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평가받는다. 2006년 말 김 회장은 6개 계열사 사장단을 교체하고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했다. 김 회장은 구조조정본부를 대신해 경영기획실을 만들었는데 금 부회장이 초대 경영기획실장을 맡으면서 한화그룹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두산의 부회장단도 특징적이다.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은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뒤 경제기획원·통계청·재정경제원·기획예산위원회·기획예산처 등에서 25년 동안 공직 생활을 했다. 이후 두산 IT부문 총괄담당 사장으로 영입돼 두산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두산테크팩BG·두산산업개발·두산건설 대표를 거쳐 현재 두산중공업 부회장으로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사업지주회사인 (주)두산에는 두 명의 부회장이 있다. 이현순 부회장은 두산그룹의 최고기술책임자 격이다. 현대차 출신인 이 부회장은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던 2008년 현대차에서 부회장에 올랐다.

그는 현대차 최초 독자 엔진인 알파엔진 개발을 시작으로 ‘세타엔진·람다엔진·타우엔진’ 등 기술을 이끈 인물이다. 이 부회장은 2012년부터 두산그룹 최고기술책임자협의회를 이끌며 기술 혁신에 기여하고 있다.

이재경 부회장은 그룹의 ‘재무통’이다. 2000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소비재 기업에서 중공업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하는 등 뛰어난 실적을 바탕으로 성장한 전문경영인이다. 현재 그룹 재무 부문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hawlling@hankyung.com

시간 내서 보는 주간지 ‘한경비즈니스’ 구독신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