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리포트]
‘직접 개발’은 대부분 실패…막강한 IP 보유한 넷마블·넥슨·엔씨 ‘3강 체제’
게임업계, 중국 공략 성공 모델은 ‘IP’ 판매
(사진) 엔씨소프트 ‘리니지2’의 중국판 모바일 게임 ‘천당2 : 혈맹’.

[정리=이정흔 한경비즈니스 기자]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신규 게임의 순위권 진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2016년 10월 국내 구글플레이 스토어 상위 게임을 살펴보면 ‘모두의 마블’은 3년 4개월째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클래시 오브 클랜’, ‘세븐나이츠’, ‘피파온라인 3M’ 등 상위 10위권에 랭크된 게임 중 4개가 출시된 지 2년이 지난 게임들이다. 매출액 상위 게임들의 순위 고착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투자 전략 역시 변화하고 있다.


◆중국 게임 시장, 한국의 5배 규모'

과거 온라인 게임 시절에는 신규 게임의 출시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때가 많았다. 모바일 게임 환경에서는 매출액 및 다운로드 순위 집계를 통해 성과를 비교적 실시간에 가깝게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주가의 변동 폭이 커지는 모습을 보였다.

좋은 성적이 기대되는 게임의 출시를 전후로 주가 모멘텀이 발생할 때가 많았고 초기 순위에 따라 종종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기도 했다.

반면 최근에는 모바일 게임의 흥행 가능성을 낮게 보고 투자하는 곳이 많아졌다. 게임 출시를 앞두고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소수의 기대작에만 국한된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 모바일 업종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2016년 들어 주요 상장 게임 기업들이 국내외 히트작이 부재했던 만큼 업종 수익률 역시 부진한 상황이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각광받는 곳은 중국 시장이다. 최근 수년간 한국의 모바일 게임 기업들은 다방면에서 중국 시장을 공략해 왔다.

한국 개발사가 직접 개발, 제작한 게임이 중국에서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컴투스와 게임빌이 각각 중국 시장에 진입한 결과 최대 매출액 8위(iOS 기준)를 기록한 ‘서머너즈워’를 제외하고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퍼블리싱은 텐센트를 통해 진출한 ‘몬스터 길들이기(4위)’, ‘모두의 마블(3위)’, ‘전투파검령(블소 모바일, 5위)’이 선전했지만 높은 순위 구간에서 장기간 머무르지는 못했다.
게임업계, 중국 공략 성공 모델은 ‘IP’ 판매
결과적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데 가장 경쟁력 있는 수익 모델은 현지 개발사에 지식재산권(IP)을 판매하는 형태다. 중국 개발사의 개발 역량 및 수익화에 대한 노하우는 과거 대비 빠른 속도로 진보하고 있는 데다 중국인의 선호도를 더 잘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별도의 비용 투입 없이 IP 대여만으로 매출액이 발생한다는 점에서도 리스크가 낮다. ‘전민기적(뮤 IP)’, ‘열혈전기’, ‘사북전기(각각 미르의전설2 IP)’, ‘천당2 : 혈맹(리니지2 IP)’이 모두 중국 현지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IP 보유 기업의 수익에 큰 폭으로 기여했다.

중국 시장 진출의 가장 큰 메리트는 시장 규모가 한국 대비 압도적으로 크다는 점이다. 시장조사 기관 뉴주에 따르면 중국의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100억 달러(약 11조원)다. 한국(19억 달러) 대비 5배 규모다. 중국 현지에서 매출액 1위 게임의 하루 매출은 5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국내 1위 게임의 하루 매출이 5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양국 간 격차가 매우 크다. 한국에서 자체 개발 및 퍼블리싱한 게임은 순매출 70%를 인식하더라도 중국에서 IP 판매 형태로 인식하는 수수료 수익(요율 10%)보다 더 낮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중국에서 경쟁력 있는 IP를 보유한 기업들은 엔씨소프트(리니지·리니지2·블레이드앤소울)·웹젠(뮤)·위메이드-액토즈소프트(미르의전설2·미르의전설3)·조이시티(프리스타일)·넥슨(던전앤파이터)·스마일게이트(크로스파이어) 등이다.


◆넷마블, 한국 1위 모바일 퍼블리셔

이와 같은 흐름으로 볼 때 향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경쟁력 있는 IP와 개발 능력을 갖춘 소수 기업 위주로 업계가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넷마블과 넥슨이 시장 영향력을 높여가는 가운데 2016년 4분기부터 엔씨소프트가 3강 체제에 합류하는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넷마블은 국내 1위 모바일 퍼블리셔로서의 시장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 ‘모두의 마블’, ‘세븐나이츠’, ‘몬스터 길들이기’, ‘레이븐’ 등 대표 IP들이 안정적인 매출액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해외시장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 나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넥슨의 가장 큰 경쟁력은 다양한 장르에서 풍부한 온라인 게임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신규 게임인 ‘메이플스토리M’과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을 잇따라 흥행시키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메이플스토리는’ 넥슨의 대표 IP이고 ‘삼국지 조조전’은 코에이가 보유한 원작 IP를 활용해 제작했다. 또 다른 대표 IP 인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게임 2종이 연내 출시될 예정으로, 중국의 텐센트가 2D 버전을, 원작 온라인 게임 개발사인 네오플이 3D 버전(던전앤파이터 : 혼)을 개발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경쟁사와 달리 온라인 대규모 다중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 장르에 특화돼 있다. ‘리니지1’, ‘리니지2’,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 등 국내에서 가장 강력한 MMORPG IP를 다수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체 개발 역량 역시 갖추고 있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