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2017 한국·세계 경제 대전망 : 금융]
인터넷은행 ‘K뱅크·카카오뱅크’ 출격…채권수익률은 박스권 예상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경계 모호해진다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금융 환경은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저성장·저금리 현상이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된 지 오래다.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금융시장에서의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그동안 예금 금리의 지속적인 하락에도 불구하고 예금, 특히 수시 입출금식 및 1년 미만 단기 예금이 증가했다”며 “그뿐만 아니라 연금 및 보험으로도 자금 유입이 가속화돼 왔다”고 설명했다.

결국 금융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기대 수익률이 낮아진 만큼 자산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유가증권시장, 산업재와 소재주 ‘주목’

국내 금융시장은 핀테크를 비롯해 지금까지 추진해 온 개혁 과제들이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은 단연 인터넷 전문 은행이다. K뱅크와 카카오뱅크가 2017년에는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계좌 개설, 간편송금·결제, 개인 정보 비식별화를 통한 금융권 클라우드 등의 활성화가 주목된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다. 글로벌 자금 흐름의 방향이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세계 각국의 금리와 환율, 원자재 가격 등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

사상 최저의 저금리 상황과 시중의 넘쳐나는 유동성이 자산 가격을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지만 실물경기와 괴리된 자산 가격의 상승은 결국 버블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유가증권시장은 ‘지나친 낙관도 혹은 지나친 비관도 경계해야만 하는 장세’에서 ‘변화를 모색하는 장세’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국제 유가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를 기준으로 배럴당 50달러 이상에서 안착하고 이후 상승세를 보인다면 금융시장은 이것을 신흥시장의 경기 회복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한국 또한 원자재 수요와 관련된 기업들의 이익 증가 기대감이 생겨날 수 있다. 이 경우 코스피 지수는 산업재와 소재주들의 주가 상승에 따라 지난 수년간의 박스권을 상향 돌파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경계 모호해진다
코스닥시장은 2016년 7월 20주년을 맞았다. 코스닥 시장은 정보기술(IT)과 헬스 케어 두 섹터를 제외하고 생각하기 어렵다. 전체 시가총액의 62%에 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의 당선은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집권기에는 IT와 헬스 케어 섹터가 나스닥시장에서도 강세를 보여 왔다. 공화당 집권기에는 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2015년 말부터 하락세를 지속했던 채권수익률은 2016년 8월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유가가 상승세를 재개함에 따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국제 유가 상승은 수요 확대보다 공급 조정의 성격이 강하다”며 “국제 유가를 제외하고 원자재 가격들이 여전히 바닥을 헤매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인플레이션은 요원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향후 국내외 채권시장은 미국채 10년 1.40~1.90%, 국고채 3년 1.10~1.45%, 국고채 10년 1.35~1.80%에서 박스권 등락이 예상된다.


◆증권사, ‘기타 수수료 수익’ 증가

산업별로 보면 은행업은 고객 확보를 위한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위기 이후 지난 8년간 국내 은행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은행 수익성이 이자 이익, 수수료 이익 등 핵심 영업이익보다 대손비용이나 투자 유가증권 관련 이익 등 일회성 요인에 좌우되는 경향이 짙어졌다.

2017년에도 국내 은행들의 경영 성과는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은행과 유사한 사업구조를 지닌 인터넷 전문 은행의 출범이 예고돼 있다는 것도 새로운 위협 요인이다.

증권업은 대형사 위주로 재편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최종 목표는 자기자본 10조원 이상의 초대형 IB의 탄생이다. 이는 결국 증권사 수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파이는 그대로인데 슬라이스는 커질 수 있다.

지난 10여 년 사이 증권업의 수익 구조는 위탁매매로부터 IB와 상품 판매 및 자산 관리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IB(인수 주선, M&A 자문) 업무는 답보 상태인 반면 IB 업무 중 기타 수수료 수익으로 분류되는 자산유동화증권·신디케이션 등의 금융 주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수수료 수익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박혜진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증권사의 IB 영역과 리테일 영역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며 “이와 함께 증권사와 운용사 간 구분도 모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은 보험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회계제도 적용이 큰 변화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에는 국고 10년 금리가 하락해 연중 1.5% 내외에서 움직였다. 금리가 설혹 상승하더라도 국고 10년물 금리가 2.0%를 크게 웃돌지 않는 한 자산 운용 이익률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보험사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저금리 환경에서 IFRS4 2단계 기준서의 시행 시기와 그 세부적인 내용이 2017년 확정된다면 보험사들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반 보험이나 자동차보험 부문의 손해율 개선 효과가 나타나는 데다 고금리 부채 부담이 크지 않은 손해보험사들은 일단 무난한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저금리 대응으로 예정이율 등을 급격히 인하하고 있는 생명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 효과마저 크게 나타나 신계약 실적이 부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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