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커리어 업그레이드]
자신을 원하는 ‘중소·중견기업’이 유일한 희망…현실을 직시하라
기업은 나이 든 신입 사원을 안 뽑는다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헤드헌팅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취업 시기를 놓쳤거나 경력이 단절된 사람들로부터 부탁이나 문의를 자주 받는다. 대학 졸업 뒤 시험을 준비했거나 대학원을 다니느라 취업 시기가 늦어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또 외국 여행이나 봉사 활동을 하고 집안일을 돕느라 시간을 보낸 사람들도 있다. 출산이나 육아, 아이들의 학교 뒷바라지, 혹은 남편이나 부인의 해외 근무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들이 헤드헌팅 회사에 부탁하고 문의하는 이유는 취업이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들은 나이가 좀 많은 것을 빼고는 특별한 약점이 없는 것 같은데 기업들의 반응이 탐탁지 않은 것이다.

이들은 “나이가 많다고 직급·직책·연봉에 대해 특별 배려를 요구한 것도 아니고 다른 지원자들과 동일한 잣대로 평가해 주면 되는데 기업들이 왜 부정적인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한다.

이렇게 기업의 문을 두드리다가 지친 늦깎이 취업 희망자들 중 상당수는 나이 제한이 없을 것 같은 공기업으로 방향을 돌린다. 공무원 시험에 나이 든 응시자들이 몰리는 이유 중 하나도 나이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 특히 대기업들이 나이를 ‘스펙’의 하나로 간주하다 보니 취업 시기를 놓친 사람들이 대거 공공 분야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 ‘나이가 많다고 대접 받을 생각이 없다고?’

도대체 왜 기업들은 나이 든 사람들을 뽑지 않으려고 할까. 아니 나이가 무슨 상관일까. 나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 경험을 많이 해 더 지혜롭다는 뜻일 수도 있지 않나. 다른 사람에 뒤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할 준비도 돼 있으니 매력적이지 않을까. 특히 석·박사 학위를 받았거나 자격증을 땄거나 외국어 능력을 키웠다면 추가비용을 들여서라도 뽑아야 하지 않을까.

유감스럽게도 기업이 바라보는 시각은 완전히 다르다.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나이 든 신입 사원은 뽑지 않겠다는 방침이 확고하다. 법에 위배되고 사회적 구설에 오르기 싫기 때문에 연령 제한을 명시하지 않을 뿐이지 대부분의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채용에 나이 제한을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들은 대졸 신입 사원 채용에서 남성은 28세, 여성은 26세를 상한선으로 보고 있다. 최근 어학연수와 인턴 등으로 취업 시기가 늦어지는 것을 감안해 일부 기업들이 나이 제한을 완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에서 신입 사원의 평균연령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 사이에서 여전히 남성은 32세, 여성은 30세가 절대 넘으면 안 되는 선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업이 나이든 신입 사원을 좋아하지 않는 핵심 이유는 조직 적응이 어렵다는 것이다.
“나이가 많다고 대접을 받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같이 입사한 다른 사람들처럼 대해 주면 된다. 연봉도 직급도 직책도 같이 입사한 사람들과 똑같이 해 달라. 절대 섭섭해 하거나 불만을 갖지 않을 것이다.”

나이 든 신입 사원들이 지원서나 면접 과정에서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하지만 입사 이후에도 이런 마음가짐을 계속 유지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입사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업무와 조직 문화에 익숙해지면서 주변이 보이기 시작한다.

상사나 동료들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고 그들의 역할과 권한, 책임과 보상도 알게 된다. 그러다 보면 마음속에서 의문이 싹튼다.

‘왜 나보다 능력이나 성과가 부족한 사람을 선배로 모셔야 할까. 단지 입사가 나보다 빠르다는 이유로 나이 어린 사람의 지시를 계속 받아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고 동료들과의 관계도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조직 안에 녹아들어가 업무에 매진해야 성과도 나고 성장도 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으니 대열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상사도 나이 든 신입 사원만큼이나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회사는 분명히 나이와 무관하게 업무를 맡기고 보상하기로 하고 나이 든 신입 사원을 뽑았다. 같은 신입 사원이긴 하지만 나이가 있으니 뭔가 다르게 일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나이가 들어 지식과 경험에서 앞서 있으니 업무 능력이나 업무 성과도 다를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것은 당사자나 조직 구성원들 모두가 직원들을 업무 경력이 아니라 나이로 판단하는 전통적 관념이 사회 전반에 폭넓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나이 든 신입 사원들은 자신의 눈높이를 졸업한 뒤 직장에 바로 들어간 자기 나이의 사람들에게 맞추게 된다.

자신의 역할·권한·보상을 이들과 비교하는 것이다. 직장에서도 조직 구성원들이 경력이 아니라 나이에 맞춰 자신을 대하길 기대한다. 조직 구성원들 역시 동료나 선후배들을 경력보다 나이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나이든 신입 사원에게 경력 사원 같은 업무 능력과 성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특히 연공서열의 유교적 문화가 아직도 남아 있는 기업에서 직장인들은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상사와 함께 일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아무리 업무 경력이 많고 성과를 잘 내도 나이 어린 사람이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것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마찬가지로 상사들도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부하 직원과 일하는 것을 거북해한다.

아무리 자신을 깍듯이 대해도 나이 많은 부하 직원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업무 결과에 대해 피드백을 주는 것이 불편하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같은 값이면 자기보다 나이 어린 직원이 와 주길 기대한다.

직장 동료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같은 또래로 말이 통하는 동료와 일하고 싶지 한참 나이 많은 사람과 일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같은 입사 동기라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면 동기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아무리 같이 어울리려고 노력해도 생각과 문화가 달라 모임에 끼어들기가 쉽지 않다.

◆ 대기업은 보다 젊은 신입 사원을 원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웬만큼 노력하지 않으면 나이 든 사원들이 조직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십중팔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조직을 떠난다. 장기근속하지 못하는 것이다. 남아 있는 사람의 직장 생활 만족도도 높지 않다. 옮길 곳이 있다면 언제라도 가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이런 사정을 잘알고 있는 기업들이 나이 든 신입 사원을 뽑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업무 몰입도가 떨어지고 오래 다닐 가능성이 없는 직원을 뽑아 훈련시킬 ‘바보 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업들은 신입 사원이 특별한 기술이나 탁월한 업무 능력을 갖고 있어 조직 적응의 어려움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필요성이 있다면 모르되 대체로 나이 든 신입 사원은 기피한다. 특히 여성은 나이 든 신입 사원이 조만간 결혼하고 출산해 육아에 매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에 채용을 더 꺼린다.

문제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취업 시기를 놓쳐 뒤늦게 기업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기업이 뽑지 않으려고 해도 취업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대기업에 나이 든 응시자들의 지원서가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이 서류 심사에서 탈락하거나 면접 과정에서 쓴잔을 마시게 된다.

그렇다면 취업 시기를 놓친 나이 든 취업 희망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중소·중견기업으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 앞서 말한 대로 대기업은 내부적으로 나이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웬만해선 기준을 바꾸지 않고 예외도 두지 않으려고 한다.

기업의 채용 담당자들은 졸업 뒤 공백이 긴 사람들의 이력서는 아예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나이 든 지원자들이 혹시나 하고 대기업에 지원서를 내고 기다리지만 결국 시간만 허비하고 만다.

반면 중소·중견기업들은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에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연령 제한 규정을 유연하게 적용한다. 유능한 적임자라고 판단하면 나이가 많아도 뽑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공채보다 상시 채용 비율이 월등히 높다. 따라서 자신을 원하는 기업을 잘 찾아낸다면 취업에 성공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물론 중소·중견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대체로 보상이나 복리후생이 뒤진다. 하지만 중소·중견기업은 승진이 빠른데다 업무 능력과 성과에 따라 파격적 승진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직장 생활 시작이 늦은 사람들은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

중소·중견기업 직원들은 같은 경력의 대기업 직원에 비해 업무 관장 범위가 넓어 기업이나 업계 전체를 조망하는 능력도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창업을 할 수도 있다. 또 임원이 될 가능성도 훨씬 높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나이 든 신입 사원이라면 최대한 빨리 자신의 나이에 맞는 직책과 직급을 찾아 가야 한다. 즉 나이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직장 생활의 만족도가 높아져 장기근속할 수 있다.

나이는 많지만 신입 사원이니 신입 사원처럼 행동하겠다고 생각하면 직장 생활이 순조롭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입사가 늦었다고 생각하고 최대한 일찍 자신의 나이에 맞는 자리에 올라가야 한다.

◆ 나이가 많다면 보다 많이 일해야 살아남아

물론 이렇게 되려면 입사 초반에 상당한 투입을 각오해야 한다. 동기생들을 앞서는 유일한 방법은 더 많이 노력하는 것이다.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더 빨리 습득해 더 많은 성과를 내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나이에 맞는 직급과 직책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이 든 신입 사원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기업은 나이 든 신입 사원뿐만 아니라 나이에 비해 낮은 위치에 있는 직원도 선호하지 않는다.

능력만 있으면 언제라도 원하는 회사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오판이다. 연봉이나 직급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면 된다는 생각도 옳지 않다. 기업은 적임자를 제대로 대우하면서 쓰고 싶어 한다. 유능하지만 나이가 많기 때문에 싸게 쓰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렇게 뽑은 사람은 결국 조직 적응에 실패해 떠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출발이 늦었다면 가급적 일찍 따라잡을 수 있는 직업·직장·직무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전력투구해 나이에 적합한 위치까지 올라가야 한다.

(일러스트 = 김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