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내수 중요성 커져 집값 추가 규제 어려울 듯…금리 인상 지연도 호재
트럼프 당선으로 수출 ‘적신호’, 부동산 시장 온기마저 꺼질라
(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세간의 예상을 깨고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의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것이 국내 부동산 시장에는 어떤 영향으로 다가올까.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상의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의 교역 규모가 상당히 크고 경제적·군사적·정치적으로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2015년 한국 주요 수출 대상국은 중국(26.0%)·미국(13.3%)·홍콩(5.8%)·베트남(5.3%)·일본(4.9%) 순이다. 수치만 보면 미국은 둘째 수출 대상국이고 비율이 13.3%밖에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보고 일부 사람들은 대미 경제 의존도가 그리 크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 중국·베트남 수출도 종착지는 미국 시장

미국이라는 시장의 문이 닫히면 13.3%에 달하는 한국의 대미 직접 수출은 물론 중국이나 베트남을 통한 우회 수출이나 부품 수출도 타격을 입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보호무역주의를 기치로 내건 트럼프 후보의 당선은 한국 수출 경기에 빨간불로 작용될 것은 자명하다. 저학력 백인층들은 무너져 버린 미국 제조업의 최대 피해자다.
분노에 찬 이들의 지지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만큼 트럼프 당선인으로서는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살리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 제품과의 경쟁이 될 만한 한국의 수출 산업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자동차다. 자동차는 미국인의 생활의 일부이며 자존심이다. 하지만 그동안 일본이나 유럽 자동차에 밀려 미국산 자동차 산업이 점점 자리를 잃어 갔다. 가격 및 품질 경쟁력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미국산 자동차는 튼튼하기는 한데, 디자인이 유럽산에 비해 투박하고 마무리는 일본산에 비해 거칠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을 비롯한 그 지지자들은 품질 경쟁력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그 원인을 찾으려고 할 것이고 그 해법으로 환율을 중시하는 정책을 쓸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자동차로 상징되는 미국 제품의 수출에는 유리하게 작용하고 해외 상품의 수입에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환율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쉽게 말해 달러 약세 정책을 펼 것이라는 것이다.

달러 약세 정책은 달러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정책이다. 예를 들어 미국산 자동차가 2만 달러라고 가정해 보자. 만약 미국 1달러가 1200원이라고 하면 한국 판매가는 2400만원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달러화 약세 정책을 펴면서 1달러에 1000원까지 환율이 떨어진다면 미국 자동차의 한국 판매가는 2000만원까지 떨어지는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가격을 인하하지 않고도 환율 조정만으로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국 자동차 회사가 어떤 자동차 모델을 만드는 데 제조원가가 1200만원 들었다고 가정해 보자. 이를 달러로 계산하면 환율이 1200원일 때는 1만 달러가 제조원가라는 의미다.

그러므로 이 원가에 적정 이윤과 미국 내 판매관리비 등 부대비용을 50% 책정하면 미국 내 판매가는 1만5000달러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환율이 1000원으로 떨어지면 제조원가가 1만2000달러가 돼 부대비용을 50% 책정하면 미국 내 판매가는 1만8000달러가 된다.

간단하게 환율만 조정하면 미국 자동차의 한국 판매가는 20% 인하돼 잘 팔리고 한국 자동차의 미국 판매가는 20%가 올라 잘 팔리지 않는 것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해외 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되면서 달러 수요가 늘어나게 되고 강달러로 돌아서게 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원하는 방향과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면 트럼프 당선인은 어떤 정책을 펼까. 대내적으로 약달러 정책을 쓸 것이고 대외적으로 환율 조정 압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트럼프 후보 당선 이후의 미국은 시장에서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천천히 금리 인상 행보에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약달러 정책을 쓰지 않은 채 다른 나라의 환율 조정 압력을 가하는 방향을 취한다고 한다면 한국은 더 어려워진다. 미국으로의 수출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로의 수출까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 경기 침체 등 장기적으로는 악재

시각을 한국으로 돌려보자.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어떤 형태로든 지금보다 수출 환경이 나빠질 것이다. 그런데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나라다. 그런 상황에서 수출이 줄어든다는 것은 경제성장이 마이너스가 된다는 의미다.

물론 수출 대상 국가가 미국만 있는 것이 아니고 내수 부문이 있기에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거꾸로 해석하면 미국 수출이 줄어드는 만큼 내수 경기를 살리지 못하면 경제 전체가 더 어려워진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현재 내수 부문 성장률에서 건설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50%가 넘는다. 다시 말해 부동산 경기와 밀접한 건설 경기를 죽이고서는 경제를 작년이나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기도 어려운 시장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정부의 고민이 깊어 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 대선이 가까이 올수록 부동산 시장을 잡으려는 시늉이라도 내야 하는데, 정말 시장이 죽어버리면 큰일이 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국내 부동산 시장에 미칠 단기적 악재는 거의 없다. 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욱 낮췄고 부동산 규제 가능성도 줄어들기 때문에 오히려 호재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수출 주도형 경제를 지향해 왔던 한국에서 수출 시장이 어려워진다는 것은 실업자의 양산까지를 포함한 경제 전체가 흔들릴 요소가 있다. 경제가 나빠지는데 부동산 경기만 독야청청하기는 어렵다. 장기적으로는 악재라는 뜻이다. 다만 우리가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에 따라 그 충격의 차이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