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1위 탈환 채비…광동제약 ‘제약업계 1조 클럽’ 첫 가입 유력
국내 제약업계 순위 또 바뀌나?
(사진)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매출 순위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상위 3사는 한미약품(1조3175억원)·유한양행(1조1287억원)·녹십자(1조478억원) 순이었다.

한미약품과 녹십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이른바 ‘제약업계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올해는 광동제약의 매출 1조원 달성이 유력해 보인다.

◆지난해 1위 한미약품 매출은 소폭 감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유한양행·녹십자·광동제약이 연결 기준 1조원 이상의 매출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위 제약사는 유한양행이다. 유한양행은 971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6%(8258억원) 증가한 액수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유한양행은 지난해 한미약품에 빼앗겼던 매출 1위 자리를 탈환할 가능성이 높다. 유한양행은 2014년 제약업계 최초로 1조원의 매출을 달성한 이후 2년 연속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전문의약품과 원료의약품 등 수출 품목이 고르게 성장한 결과”라고 말했다.

녹십자의 매출 1조원 달성 전망도 밝다. 녹십자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87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7778억원) 늘면서 2위를 기록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백신 사업을 중심으로 고른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3분기 누적 매출 3위는 광동제약의 몫이었다. 광동제약은 전년보다 16.4%(6797억원) 증가한 7912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현재 속도라면 올해 사상 첫 ‘1조 클럽’ 가입이 유력하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기업 소모성자재 구매대행(MRO) 회사인 코리아이플랫폼을 지난해 2월 코오롱글로벌로부터 인수했다”며 “이 회사의 실적이 포함된 결과”라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 1위였던 한미약품은 올해 4위로 밀렸다. 한미약품은 올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2.3%(7276억원) 감소한 710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미약품의 매출 감소는 지난해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에 따른 기저효과가 주요 원인이다. 중국 당국의 약가 인하 정책에 따른 북경한미약품의 매출 감소도 영향을 줬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지난해 총 7건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반면 올해에는 1건에 그쳤던 게 매출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지난 9월 말 체결한 미국 제넨텍과의 먹는 표적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과 관련해 계약금 8000만 달러(약 941억원)가 4분기에 입금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대웅제약은 올 3분기에 전년보다 3.7%(6247억원) 증가한 647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5위를 기록했다.

대웅제약은 MSD의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 이탈파마코의 뇌기능 개선제 ‘글리아티린’ 등의 판권을 종근당에 넘기면서 매출이 다소 주춤했다.
국내 제약업계 순위 또 바뀌나?
◆종근당, 개별 기준 매출 3위로 껑충

종속회사의 실적을 반영하지 않는 개별 기준 매출 순위는 연결 기준과 다소 차이를 보인다. 개별 기준 매출 순위는 유한양행·녹십자·종근당·대웅제약·한미약품·광동제약 순이다.

유한양행과 녹십자는 연결 기준뿐만 아니라 개별 기준으로도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 2위 자리를 지켰다.

유한양행은 전년 동기 대비 17.6% (8204억원) 증가한 9644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길리어드사이언스로부터 도입한 B형 간염 치료제 ‘비리어드(1031억원)’와 베링거인겔하임의 당뇨병 치료제 ‘트라젠타(730억원)’, 고혈압 치료제 ‘트윈스타(632억원)’ 등 3개 제품이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이들 제품의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4.6%다.

녹십자는 11.5%(6785억원) 증가한 756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BMS로부터 도입한 B형 간염 치료제 ‘바라크루드(1873억원)’와 박스터의 혈우병 치료제 ‘애드베이트(586억원)’, MSD의 대상포진 백신 ‘조스타박스(783억원)’ 등의 매출 비율이 42.9%에 달했다.

개별 기준 매출 순위에선 종근당이 돋보인다.

종근당의 3분기 누적 매출은 612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0.1%(4370억원) 증가했다. 올해 초 도입한 자누비아 매출이 781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2.8%를 차지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대웅제약과 한미약품의 개별 기준 3분기 누적 매출은 각각 5809억원(-4.5%), 5641억원(-1%)이다. 광동제약은 4816억원(12.3%)의 매출을 기록했다. 광동제약의 전체 매출 중 삼다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29.6%(1427억원)다.

한편 이들 매출 상위 제약사 가운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한미약품이었다. 한미약품은 개별 기준으로 3분기 누적 매출의 18.9%(1063억원)를 R&D에 투자했다.

이어 대웅제약 13.6%(793억원), 종근당 12.6%(770억원), 녹십자 10.7%(806억원), 유한양행 6.4%(618억원) 순이었다. 광동제약은 매출액의 0.8%인 36억원을 투자하는 데 그쳤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