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직장내 분위기’가 일·가정 양립 문화 정착 가로막아…‘아이돌봄 서비스’ 확대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 위해선 '사업주 인식개선' 급선무"
(사진)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이승재 기자

[한경즈니스=이정흔 기자] 올해 우리 사회에서 ‘육아하는 아빠’들의 모습이 유독 눈에 띄었다.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같은 TV 예능 프로그램이나 MBC의 ‘워킹맘 육아대디’ 같은 드라마 때문만은 아니다.

올 3분기까지 남성 육아휴직 신청자는 총 352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넘게 뛰어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길다는 연평균 근로시간(2015년 기준 2113시간), 한국 남성들이 집에서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하루 단 6분에 불과하다는 현실(2016 OECD 삶의 질 보고서)은 그만큼 우리 사회 내부 변화의 욕구를 키워 가고 있었던 것이다.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일·가정 양립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과 남성 모두의 문제”라며 “이를 통해 저출산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여성가족부 장관에 취임한 지 1년이 다 돼 갑니다.

“그동안은 이미 실행되고 있는 정책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여성가족부 직원들과 함께 가능한 한 많은 현장을 방문하고 밀착해 파악하려고 애썼죠.

지난 9월에는 전국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일·가정 양립 정책’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하기도 했어요. 그 결과 국민 10명 중 9명이 이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10명 중 7명이 실제로 효과도 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직장 내 분위기’ 때문에 이런 제도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응답자가 60%를 넘어요. 이처럼 정책과 현장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를 줄이는 것이 가장 급선무입니다.”

▶현장에서 일·가정 양립 정책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설문 조사에서 ‘사업주의 인식 개선’을 꼽은 응답자가 41.5%입니다. 현장 방문을 통해서도 가장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기본적으로 남성 육아휴직 제도나 가족 친화 기업 인증제 등 일·가정 양립 정책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근로자’와 ‘기업(고용자)’이 모두 다 주체가 돼야 합니다. 이런 제도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이미 많이 높아진 상태입니다. 대기업이나 공공 기관에서는 실제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문제는 중소기업이나 작은 업체들입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대체 인력’을 활용하는 데 특히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이미 정책적으로 ‘대체 인력 채용 지원금제’ 등이 마련돼 있지만 이를 잘 몰라 활용하지 못하는 거죠.

내년부터는 사업주에 대한 육아휴직 지원금을 대기업 대상으로 폐지하는 대신 중소기업 지원 금액을 인상(20만원→30만원)합니다. 이런 다양한 제도에 대한 정보를 기업에 정확하게 전달하고 홍보하면서 사업주의 인식을 차츰차츰 바꿔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 위해선 '사업주 인식개선' 급선무"
(사진)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이승재 기자

▶남성 육아휴직자가 크게 늘고 있는데요.

“특히 지난해에 비해 올해 증가율이 가파릅니다. 올해 9월만 해도 5398명에 달했어요. 남성 육아휴직자 증가가 왜 중요하느냐 하면 남성들의 육아 참여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예전에는 남성들의 출산휴가도 거의 사용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단 며칠이라도 ‘남성들의 권리’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것이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죠.”

▶부모들이 직장에서 마음 편하게 업무를 보기 위해서는 우선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필요한데요. 지원책이 있나요.

“그럼요. 휴직만이 절대적인 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육아를 위해 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어 줘야죠. ‘육아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직장 생활 중 휴직 기간 동안 경력을 이어 가지 못하는 상황에 부딪쳤을 때 현실적으로 고민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아이돌봄 서비스’도 반응이 매우 좋습니다. 까다로운 검증을 거친 돌보미들을 채용하고 아동 학대 예방 등 체계적인 교육 과정을 거치거든요.

인력의 질이 높아지는 만큼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아요. 지속적으로 이와 같은 전문적인 돌보미 양성을 확대하려고 합니다.”

▶경력 단절 여성에 대한 정책에 특히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소방119 긴급구조 시스템을 비롯해 통합 재난 관제 시스템을 만드는 위니텍이라는 기업을 창업하고 대표를 지냈습니다.

저부터 기업가 출신이기 때문에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정책의 필요성을 절감하죠. 무엇보다 경력 단절 여성을 최소화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여성의 경제력 향상이라든지, 기업 고위직에서 더 많은 여성 리더를 배출하는 데도 도움이 될 테고요. 경력 단절 여성의 평균임금이 경력 단절이 없는 여성에 비해 55만원 정도 적습니다.

육아 등의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연계할 수 있도록 직업교육 훈련의 품질을 높이는 데 역점을 두고 있어요. 올해 처음 ‘경력 단절 여성 전문 인력 양성 사업’을 도입했는데 내년에도 이를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기업 내에서도 남성의 평균 연봉이 여성보다 높다고 하는데요.

“제도적인 부분으로는 이미 많은 부분들이 개선되고 양성평등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대표적으로 공무원 조직에서는 직급별 남녀 간의 임금 차는 전혀 없고요.

다만 아쉬운 부분은 여전히 여성의 사회생활에 대한 편견을 해소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여성이 결혼하고 나면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거나 야근을 꺼린다는 등의 인식이 남아있거든요.

업무 성과를 측정하는 데서도 이와 같은 인식이 영향을 미치고 있고요. 빠르게 개선되고 있지만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 국내 직장인들의 업무 시간이나 성과 등에 대한 광범위한 ‘데이터를 수집’해야 합니다. 연구비를 좀 투입하더라도 비단 남녀 간의 차이뿐만 아니라 보다 포괄적인 범위에서 들여다보고 고민해야 합니다. ‘동일노동·동일임금’과 관련해 보다 다양하고 구체적인 사항들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남성을 향한 역차별’이란 점을 들어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도 있습니다만.

“사실은 여성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 모두를 위한 ‘양성평등 정책’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일례로 최근 외교관 후보자 선발 시험을 보더라도 여성 합격자 비율이 처음으로 70%를 넘어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에 따라 남성 3명이 추가로 합격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늘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여성과 남성이 균형을 갖추고 ‘같이 갈 수 있는’ 정책을 실행하는 데 중점을 둘 것입니다.”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약력]
1964년 대구 출생. 경북대 물리교육과 졸업. 동명중 교사. 2000년 위니텍 대표이사 사장.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2013년 새누리당 원내대변인. 2015년 새누리당 원내부대표. 2016년 여성가족부 장관(현).

vivajh@hankh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