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불황 탈출 게이트'를 찾아라 : 자동차]
‘성장률’과 ‘수익성’을 잡아라…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미래 전략
자동차 불황을 이겨내는 마법은 ‘프리미엄’
(사진)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지난해 11월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과 관련한 간담회를 갖고 비전 및 전략을 발표했다.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2016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단어를 딱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프리미엄’이다.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경기 불황으로 소비 심리 위축에 대한 목소리가 높지만 국내 자동차 프리미엄 시장만큼은 분위기가 다르다. 출시되는 수많은 차량 앞과 뒤에 프리미엄이라는 단어가 붙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꾸준한 성장률’과 ‘높은 수익성’에 있다. 자동차 기업들은 신흥 시장에서 중소형차 위주로 판매량을 늘려 가는 한편 국내를 비롯한 미국·유럽·중국 등 거대 시장에선 고급차 판매를 늘려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자동차 시장은 경기 침체에도 프리미엄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이는 프리미엄 라인업이 다수 포진해 있는 수입차의 판매량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1~10월 신규 등록된 수입차는 18만5801대로 전년 같은 기간의 19만6543대보다 1만742대(5.5%) 감소했다. 독일 기업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투톱 체제’는 여전하다. 두 브랜드의 판매량을 합한 8만2279대는 전체 수입차 판매량의 44.3%에 이른다.
자동차 불황을 이겨내는 마법은 ‘프리미엄’
◆ 5000만원 이상 고가 차량 판매 증가

이렇게만 보면 프리미엄 시장마저 꺾인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가격대별 동향은 사뭇 다르다. 5000만원 미만 수입차 판매량이 지난해 8만4693대에서 올해 6만9566대로 크게 줄었다.

이 가격대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았던 폭스바겐이 디젤게이트에 휘말리면서 나타난 결과다. 반면 5000만~7000만원대 수입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 1~10월 6만429대에서 올해 같은 기간 6만7144대로 11.1%나 증가했다. 7000만~1억원의 고가 차량들도 판매량이 3.9% 늘어났다.

그런가 하면 프리미엄 시장을 꽉 잡고 있던 독일 자동차 브랜드 외에 다른 나라의 프리미엄 브랜드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일본 브랜드인 인피니티와 렉서스다. 인피니티코리아는 1~10월 총 2877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2144대) 대비 34.2%나 성장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142대만 팔렸던 ‘Q50S 하이브리드’는 올해 422대나 판매됐다.

인피니티는 지난 10월 7인승 럭셔리 크로스오버차량 ‘QX60’의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해 프리미엄 수입차 시장 공략 강화에 나섰다.

렉서스에서 인기가 높은 중형 하이브리드 자동차 ‘ES300h’는 2013년 2875대, 2014년 4386대, 지난해 5006대로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 올해도 10월까지 4598대가 팔려 전년 판매량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영국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재규어와 랜드로버도 최근 국내 판매 실적에 고무돼 있다. 특히 대표적 프리미엄 차량으로 꼽히는 랜드로버는 2015년 판매 10위에서 올해 6위로 올라왔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인 7171대에 비해 1700대나 더 팔았다.

시장점유율도 2.94%에서 4.77%로 뛰었다. 재규어도 판매량이 크게 늘면서 10월까지 2998대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40%의 높은 성장률이다. 중국 자본으로 넘어간 스웨덴 볼보는 지난 7월 ‘올 뉴 XC90’를 출시한 데 이어 9월 말부터 ‘더 뉴 S90’ 예약 판매에 들어갔다. 두 차량의 누적 판매량과 누적 예약 판매량은 각각 524대와 363대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프리미엄 브랜드 캐딜락도 대형 세단 ‘CT6’로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고 있다. 지난 8월 중순 판매에 앞서 받은 사전 계약만 300대가 넘었다. CT6의 국내 공식 판매 가격은 프리미엄 7880만원, 플래티넘 9580만원이다.

◆ 점점 치열해지는 ‘너도나도 ‘프리미엄’

이처럼 프리미엄 시장의 파이가 커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프리미엄 전략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프랑스 자동차회사 르노는 올해 고급 브랜드 ‘알피느(alpine)’의 출범을 알렸다. ‘국민차’로 굳어진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1995년 운영이 중단된 브랜드를 살려냈다.

또 하나의 프랑스 업체인 PSA(푸조·시트로엥그룹)는 시트로엥 차종인 DS를 별도의 고급 브랜드로 분리했다. 그동안 푸조와 시트로엥을 앞세운 투 트랙 전략을 펼쳤지만 비슷한 시장을 공략해 간섭을 피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PSA는 DS로 고급차 시장을 노리며 푸조는 중급, 시트로엥은 보급형 모델로 각자의 타깃 시장을 맡는다.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제네시스 브랜드를 내놓으며 고급차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동안 현대차는 ‘에쿠스’나 ‘쏘나타’처럼 개별 차종을 브랜드로 써왔다.

제네시스도 원래 차 이름이었지만 고급 브랜드 필요성과 해외에서의 인지도를 고려해 브랜드명으로 정했다. 강력한 브랜드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앞으로의 경쟁에서 뒤처질 것을 우려한 결정이다.

제네시스는 2020년까지 6종의 라인업을 갖출 계획이다. 내년 출시 예정인 중형 세단 G70에 이어 2020년까지 스포츠 쿠페, 대형 SUV, 중형 SUV 등 4종을 추가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제네시스 최초의 디젤 모델을 선보이는 등 새로운 차종을 추가해 다양한 소비자 취향을 맞춰 간다는 전략이다.

제네시스는 독자적인 브랜드 정체성을 갖추기 위해 현대차 내 별도의 연구 조직을 갖추고 상품 개발 등 전담 기구를 구성했다. 생산을 전담하는 울산 5공장은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 등과 상시 협업 체제를 갖춰 생산과 품질 경쟁력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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