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트렌드 = 소비자는 왜 그 제품을 살까]
시시각각 진화하는 광고 방식의 변화…하지만 정답은 ‘제품’에 있다
디지털 퍼스트 시대, 마케팅의 방향은?
(사진) 뉴욕타임스가 2014년 발표한 ‘혁신 보고서’.

[허지성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만일 그 뉴스가 정말 중요하다면, 그 뉴스가 (알아서) 나를 찾아올 겁니다(If the news is that important, it will find me).”

이 문장은 뉴스 소비 방식의 변화와 관련해 2008년 뉴욕타임스 기사에 등장한 한 대학생의 인터뷰 답변이자 ‘디지털 퍼스트’라는 개념을 상징하는 핵심 문구이기도 하다.

2014년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에 처음 등장한 ‘디지털 퍼스트’ 개념은 보고서 발표 이후 신문을 비롯한 미디어 업계는 물론 일반 소비자와 관련된 비즈니스 대부분의 영역에 걸쳐 미래 전략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거론돼 왔다.

이 보고서는 양질의 기사만 생산하면 됐던 과거와 달리 디지털 환경에서 콘텐츠를 전달하는 방법이나 새로운 독자를 유인하기 위한 방법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독자의 체험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고객 행동 빅데이터 분석과 이를 통한 사용자 경험(UX) 개선 활동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디지털 퍼스트 시대, 마케팅의 방향은?
(사진) 네이티브 광고들.

◆온라인 PPL로 불리는 네이티브 광고
고객 행동 파악, 이를 통한 UX 개선은 미디어 전략에서도, 마케팅에서도 중요하다. 최근 부상하는 네이티브 광고, 프로그래매틱 광고 등은 마케팅의 이러한 변화 추세를 잘 반영하고 있다.

‘토박이’란 뜻의 ‘네이티브’라는 단어가 붙은 네이티브 광고는 원래 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의 형태와 주제로 구성돼 소비자의 반감을 최소화하고 수용성을 높인 광고의 형태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온라인 간접광고(PPL)’다.

◆17억 달러의 가치 평가 받는 버즈피드

뉴욕타임스의 혁신 보고서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네이티브 광고 업체 ‘버즈피드’는 월평균 방문자 2억5000만 명, 월간 콘텐츠 조회 수 5억 회를 웃돌고 있고 트래픽 규모로는 2013년에 이미 뉴욕타임스를 넘어섰다. 2016년 10월 기준 17억 달러의 가치를 평가받으며 NBC 유니버설로부터 2억 달러를 투자받기도 했다.

버즈피드 광고의 대표적인 형태는 ‘랭킹’이다. ‘죽기 전에 꼭 방문해야 할 10곳의 관광지’, ‘가성비 좋기로 유명한 헤드폰 모델 10개’ 등 유익한 정보를 전문가의 큐레이션을 통해 제시하는 형식을 갖추되 광고하고자 하는 제품을 랭킹 안에 탄탄한 스토리와 논리를 갖춰 끼워 넣는 방식이다.

주로 여행·음식·음악 등 기호나 취향과 관련된 상품 영역에 활용되는데, 자신의 취향 수준을 인정받거나 시험해 보고 싶은 소비자들의 심리를 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취향을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소비자들이 모여 있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소셜 미디어 서비스에 이러한 ‘기사 형태의 광고’들을 콘텐츠의 형태로 유통한다.

이를 통해 관심 있는 소비자들이 콘텐츠들을 유사 취향을 보유한 지인들이나 커뮤니티로 자발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요한 콘텐츠는 스스로 소비자를 찾아간다’는 디지털 퍼스트의 명제에 충실한 전략이다.

하지만 광고의 형태인데도 불구하고 널리 확산되지 않는다면 광고의 가격 대비 효과를 담보할 수 있을까. 버즈피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콘텐츠별 확산 속도, 확산 범위 등의 히스토리를 모두 추적해 알고리즘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각 콘텐츠의 예상 열람 수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광고비를 책정한다.

‘프로그램’이라는 말로 시작되는 프로그래매틱 광고는 말 그대로 인터넷 쿠키 등 일종의 프로그램을 활용, 소비자들이 관심 있어 하는 주제나 제품에 대한 온라인 광고를 소비자들을 따라다니며 보여주는 광고를 뜻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인터넷에서 구두를 검색했거나 구두와 관련된 콘텐츠를 열람했다면 그 소비자가 구두 구매에 관심이 있을 것으로 간주해 소비자가 방문하는 사이트의 광고 영역마다 구두 광고를 노출하는 광고 방식이다.

◆이타마르 시몬슨 교수가 주장한 ‘절대 가치’

프로그래매틱 기반 광고 시장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프로그래매틱 기반의 디스플레이 광고(배너 광고) 시장은 2016년 기준 220억 달러로 전체 디스플레이 광고 시장의 67%를 차지하고 있다.

프로그래매틱 기반의 디지털 비디오 광고 시장 또한 2013년부터 연평균 20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 2016년 기준 38억 달러 규모로 커졌고 전체 디지털 비디오 광고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랭킹에 제품 정보를 끼워 넣고 그 정보를 소비자들을 따라다니며 보여주는 최첨단 광고 기법이 ‘디지털 퍼스트’의 조력자 역할을 할 수는 있어도 핵심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008년에 어느 대학생이 주장했다는 ‘훌륭한 콘텐츠는 스스로 확산된다’는 주장으로 돌아가 본다면, 정말 가치가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는 이러한 최첨단 광고의 힘을 빌지 않고서도 소비자들 간에 자연스럽게 확산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타마르 시몬슨 스탠퍼드대 교수가 주장한 ‘절대 가치’라는 개념은 훌륭한 제품이 갖춰야 할 조건을 역설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은 구매를 결정할 때 브랜드 인지도, 과거의 특정 브랜드 사용 경험 등을 감안하던 습관에서 벗어나 다양한 제품 리뷰, 다른 사람들의 사용기 등을 통해 제품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한 절대 가치로 구매를 결정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수많은 경쟁 제품이나 서비스들 사이에서 절대 가치, 즉 객관적인 가치 우위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가격과 품질 모두가 실시간으로 소비자들에게 평가되고 공유되는 상황은 시장 경쟁의 강도와 지속성 모두 심화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퍼스트 시대, 마케팅의 방향은?
(사진) 올여름 한국에서 큰 히트를 친 50만원대 선풍기 ‘발뮤다 그린팬S’. /발뮤다 제공

◆50만원대 선풍기의 성공 비결은

하지만 어떤 기업들은 디지털을 기반으로 ‘연결된 소비자’의 속성에 기초한 제품 속성을 통해 자칫 불리할 수도 있는 시장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바꾸는 데 성공했다. 소비자들이 공유하는 정보와 추천에 의해 제품의 판매가 영향을 받는 상황을 활용하기 위해 소비자들의 감정적·주관적 판단이 개입되는 제품 요소를 확보, 가성비 경쟁에서 벗어난 것이다.

올여름 국내에서 큰 히트를 친 고가의 선풍기 브랜드 ‘발뮤다’는 과연 네이티브 광고나 프로그래매틱 광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을까.

지난 수년간 관찰한 바에 따르면 이 브랜드의 성공은 소비자들 간의 자발적인 입소문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중 날개로 된 팬에서 나오는 서로 다른 세기의 바람이 충돌해 자연 바람처럼 느껴진다’는 제품의 특성은 자연풍에 대한 설득력 있는 스토리를 제시했고 제품의 외관 또한 기존의 선풍기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자연 바람이 나오는 아름다운 고가 선풍기’라는 스토리는 자발적인 입소문을 만들어 내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결국 디지털 퍼스트는 ‘연결된 소비자’들로 이뤄진 호수에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제품의 속성과 이를 둘러싼 스토리가 핵심이다. 네이티브 광고, 프로그래매틱 광고 등은 제품의 속성과 스토리의 확산 속도에 영향을 미칠 뿐 매력 없는 제품을 매력적인 제품으로 둔갑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 퍼스트 시대, 마케팅의 방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