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폴리틱스]
오신환·함진규·김학용 의원 ‘사시 존치법안’ 대표 발의
‘사법시험 존치’ 놓고 내홍 앓는 국회
(사진) 박한철(가운데) 헌법재판소(헌재) 소장 등 재판관들이 지난 9월 29일 서울 중구 헌재에서 사시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심판을 선고하기에 앞서 착석해 있다. 헌재는 이날 변호사시험법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김현기 기자] 2017년 12월 31일부터 폐지될 예정인 사법시험(이하 사시)의 존치 여부를 놓고 국회가 내홍을 앓고 있다.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일부 의원들과 이에 맞서 사시 폐지를 외치는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간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대 국회 당시 여러 의원들에 의해 발의됐다가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된 ‘변호사시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0대 국회 들어 새누리당 오신환·함진규·김학용 의원에 의해 각각 대표 발의됐다.

해당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 상정돼 지난 11월 28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위원장 박범계)에서 논의됐지만 토론만 거듭한 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개정안, 사시와 로스쿨 병행하도록

이번에 논의된 사시 존치 법안은 총 3건으로 지난 5월 31일 오신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과 6월 21일 함진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 6월 23일 김학용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이다.

서로 비슷한 3건의 개정안은 사시 제도를 현 로스쿨 제도와 병행해 계속 존치하도록 하는 내용을 주된 골자로 하고 있다. 다만, 사시 제도 병행 존치를 전제로 로스쿨 학생들의 사시 응시 기회를 재학생·휴학생·졸업생별로 달리 규정하고 있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사시 존치 필요성에 대해 이들 의원은 이구동성으로 현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높은 비용에 따른 학비 부담, 불투명한 입학 전형, 시험 성적 및 판검사 임용 기준 비공개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오 의원은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폐지 예정인 사시를 변호사 시험(이하 변시)과 병행·존치시킴으로써 빈부·학력·배경과 관계없이 누구나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고 변시 합격자 명단 및 성적을 공개해 시험 결과의 투명성 및 합격자 채용의 공정성을 담보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함 의원은 “입학 전형 과정에서 불투명성 문제가 제기되고 졸업하기 위해선 막대한 비용이 들어 경제적 약자나 서민층에게는 실질적으로 변호사가 될 기회가 줄어들었다”면서 “로스쿨이 유일한 법조계 진출 통로가 되면 로스쿨 출신만이 변시에 응시할 수 있게 돼 학력에 의한 차별이 심화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 역시 "로스쿨 제도와 함께 병행해 사법시험을 계속 실시함으로써 빈부·학력·연령·배경과 관계없이 누구나 노력 여하에 따라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동시에 현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시 존치 법안은 다음 번 1소위 회의에서 재논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사법시험 존치’ 놓고 내홍 앓는 국회
◆로스쿨협의회, 성명서 통해 반발

로스쿨협의회는 사시 존치 법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로스쿨협의회는 지난 11월 22일 “국민은 사법 개혁 대원칙을 지지한다”는 성명서를 내고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상황에서 사시 존치 법안은 사회적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 일동은 성명서를 통해 “국회의 입법과 정부의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개선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로스쿨협의회는 입학 전형의 불투명성 의혹과 관련해 2017학년도부터 입학 전형의 정량 요소 중심의 평가와 환산율 공시 등을 통해 입시 불공정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방침이다. 비싼 학비로 인해 저소득층의 진입이 어렵다는 주장에 대해선 장학 혜택을 실시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로스쿨협의회 관계자는 “전체 로스쿨 학생 6021명 중 70%에 달하는 4250명이 연 358억원 정도의 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다”며 “전체 로스쿨 학생 중 15.8%에 해당하는 953명이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월 28일 국회 법사위를 방문해 해당 개정안 논의에 대해 반대 주장을 펼친 이형규 로스쿨협의회 이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시 존치 법안은 19대 국회에 상정돼 논란이 계속돼 오다가 당시 이상민 법사위원장의 제안으로 전문가 협의체의 논의를 거쳐 폐기됐다”며 “비록 국회 회기 종료로 폐기됐지만 6개월도 채 안 된 상황에서 똑같은 법안을 재론하고 (사시를) 존치하자는 것은 국회의 이율배반적인 행위”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사시와 로스쿨 양자의 병존은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사시 폐지가 사법 개혁의 대원칙하에서 이뤄졌는데 불과 8년밖에 안 된 로스쿨 제도를 문제 삼는 것은 로스쿨 도입 취지를 퇴색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스쿨 변호사단체인 한국법조인협의회 관계자 역시 “현재 사시 존치는 지역 이익에 영향을 받은 것이고 법조인이 되는 것을 신분 상승이라고 여기는 구시대적 발상의 연장선”이라며 “로스쿨 제도의 보완은 자체적으로 실무 능력 함양 방안 등을 고민하고 해결해야지 전혀 이질적이고 기존의 병폐를 안고 있는 사시를 존치시키는 것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henr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