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개탄시대, 대한민국 경제는 어디로 : 코스피지수]
코스피 내년 상반기까지 ‘좁은 박스권’ 전망… 해외 금융회사들도 ‘셀 코리아’
‘정국’에 발목 잡힌 코스피, 볕 들 날이 없네~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 기간이었던 2004년 3월 12일부터 5월 14일까지 코스피지수는 11.7% 하락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의 투자 심리까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3일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헌정 사상 둘째로 발의됐다. 탄핵안이 가결되든 부결되든 국정 리더십 공백이 우려된다. 탄핵 이후 개헌 논의 또한 확실한 게 없는 상황이다.

정치적인 혼란이 지속되면서 금융시장에도 타격이 커지고 있다. ‘최순실 사태’가 불거진 이후 급락을 거듭하던 코스피지수는 좀처럼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중일 랠리에도 한국은 ‘박스권’

지난 12월 7일 미국의 다우존스산업지수는 1만9558.42를 기록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11월 4일 1만7883.56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9.3% 오른 수치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던 11월 8일 이후 다우지수는 모두 11번 최고치를 갈아 치우며 랠리를 이어 가고 있다. 미국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내년 상반기에는 2만 선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는 12월 7일 3222.24로 거래를 마무리했다. 지난 1월 27일(2638.30)과 비교하면 18.5% 급등한 것이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는 지난 11월 27일 보고서를 통해 “중국 증시가 다시 ‘불 마켓(강세장)’에 진입했다”며 “상하이종합지수는 내년 4400에 육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반적으로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하면 강세장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한다. 향후 상하이종합지수가 4400선을 돌파한다면 현재와 비교해 30% 이상 상승한다는 의미다.

‘불 마켓’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이후 10개월 만에 1만8000선을 돌파한 닛케이지수는 12월 8일 1만8765.47에 마감됐다. 최근 1년 사이에 최저치였던 1월 20일(1만5450.60)과 비교하면 21.4% 뜀박질했다. 독일 닥스지수, 영국 FTSE100지수 등도 상승세다.

유독 한국의 코스피지수만 부진했다. 12월 7일 1991.89를 기록한 데 이어 다음 날인 8일에는 2000을 넘어섰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 완화 연장 기대감이 반영된 데다 연·기금의 순매수, 삼성전자의 사상 최고가(179만원) 랠리 등이 맞물린 결과였다.

한 달 만에 2000선을 회복했지만 내년 상반기까지는 코스피지수가 2000선 안팎의 ‘좁은 박스권’ 장세를 이어 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향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될 때까지는 코스피 상승 폭이 제한적일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초 탄핵 정국을 겪은 브라질은 지난 4월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의 탄핵을 전후해 오히려 증시 급등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탄핵안 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국내에서도 탄핵안이 가결된다면 증시에 긍정적인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탄핵 이후 개헌 논의까지 맞물려 있어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더 많다.

김호윤 KG선물 연구위원은 “이르면 내년 4월, 늦으면 9월까지 국정 리더십의 공백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국정 공백 리더십이 생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이 임박한 시점에서 한국의 국정 리더십 공백기가 길어진다면 금융시장 혼란 역시 가중될 수밖에 없다.


◆‘원화 약세’ 겹쳐 투자 심리 위축

당장 환율 변동성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12월 중 FOMC의 금리 인상이 유력하지만 국내에선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 이슈로 금리 인상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딜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동안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고 원화는 추가적인 약세로 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외국인 투자자들에겐 달러 환산 코스피지수가 내려가고 투자 매력도 또한 떨어지게 된다.

해외 금융회사들도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프랑스의 글로벌 금융그룹인 BNP파리바는 12월 7일 ‘2017년 경제 전망’에서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축소(underweight)’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글로벌 증시에서 한국을 ‘빅 루저(big loser)’로 꼽은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한국의 정치적 상황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이런 불확실성이 국무총리,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 수석 등의 교체와 같은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신용 평가 기관인 무디스도 한국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정치 불안을 꼽았다. 무디스는 지난 12월 1일 ‘한국과 대만 정부 비교 분석’ 보고서에서 국내 정치권이 양극단으로 나뉘어 있다는 점과 박 대통령의 스캔들로 정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 따라 정부의 경기 부양책 집행이 지연되면 국가 신용 등급 역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다.

김 연구위원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코스피는 오히려 약세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헌법재판소 심판, 조기 대선 정국 등 여러 변수가 상존해 있어 정치적 혼란이 길어진다면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탄핵 이후의 한국 증시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며 “탄핵안 가결 이후 헌재의 심판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는 점에서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크고 작은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지속적으로 한국 증시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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