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킨지 신임 파트너 4인의 조언]
‘한국 맥킨지’ 25년 사상 첫 4명 승진
“내년엔 성장보다 내실 다지는 게 더 중요”
(사진) 지난 12월 8일 맥킨지 부파트너에서 파트너로 승진한 임정수(왼쪽 둘째)·정재훈(왼쪽)·김수호(오른쪽)·서제희(오른쪽 둘째) 파트너가 맥킨지 한국사무소가 자리한 서울 중구 미래에셋센터원 빌딩 서관 20층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범세 기자

[한경비즈니스=김현기 기자] 글로벌 경영 컨설팅사 맥킨지&컴퍼니는 지난 12월 8일 국내 사무소에 근무하는 4명의 부파트너를 파트너로 승진시켰다. 임정수·정재훈·김수호·서제희 파트너가 영예의 주인공이다. 한국사무소가 1991년 문을 연 지 25년 만에 4명의 파트너가 탄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컨설팅 회사의 꽃’으로 불리는 파트너. 전 세계 60여 개국, 120여 개 사무소에 1만3000여 명의 컨설턴트가 근무하고 있는 맥킨지의 파트너는 약 1600명이다. 맥킨지는 연 1회 글로벌 차원에서 글로벌 평가 시스템에 따라 기준을 충족시킨 컨설턴트를 파트너로 임명한다.

이번에 승진한 4명의 신임 파트너는 8 대 1 정도의 높은 경쟁률을 뚫었다. 지난 12월 12일 맥킨지 한국사무소가 있는 서울 중구 미래에셋센터원 빌딩에서 이들을 만나 승진 비결과 산업별 글로벌 트렌드에 대해 들었다.

▶승진 소감은.

임정수 파트너 “잘 알다시피 맥킨지는 글로벌 회사라는 게 다른 회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많은 글로벌 파트너들과 관계를 맺는 파트너가 됨으로써 그동안 도움을 줬던, 그리고 앞으로 도움을 주게 될 국내외 글로벌 기업들이 더욱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게 돼 기쁘다.”

정재훈 파트너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면 브랜드 마케팅, 투자은행(IB) 등을 했는데 그중에서 컨설팅이 가장 잘 맞았다. 가장 훌륭한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컨설팅 회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맥킨지 파트너가 됐다. 예전과는 또 다른 도전이 몰려올 테지만 부담이 되는 만큼 잘 해야겠다.(웃음)”
“내년엔 성장보다 내실 다지는 게 더 중요”
▶파트너가 되기 위한 조건을 꼽는다면.

정재훈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다. 먼저 맥킨지는 글로벌로 한 팀을 이뤄 일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맥킨지에서 파트너로 성공하기 위해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사무소 직원들과도 어떻게 해야 일을 잘할 수 있을지 알아야 한다.

국내 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선 글로벌 선두 기업들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충분히 접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글로벌 역량을 지닌 직원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하며 그들을 리드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도끼를 갈아 작은 바늘을 만든다’는 뜻을 지닌 ‘마부위침(磨斧爲針)’의 마음가짐이다. 지난 2~3년을 되돌아보면 작은 도끼를 하나 갈아 바늘을 만든 듯한 느낌이다. 파트너가 됨으로써 더 큰 도끼를 갈아야 할 것 같다.(웃음)”

서제희 파트너 “예전에는 컨설팅 회사의 파트너를 떠올리면 해외 선도 기업의 유명 사례와 인사이트를 잘 포장해 국내 기업에 전달해 이를 경영에 접목할 수 있도록 돕는 모델이었다. 이제는 국내 기업이 배워야 할 정도로 못하지도 않다.

지금은 컨설턴트 개인이 열정을 갖고 관심 분야의 선도 기업들과 함께 새로운 지식을 만들고 방법론을 찾아 나설 때다. 국내외 고객사와 함께 실행하고 배워나가야 한다.”

김수호 파트너 “입사 초반에 애널리스트로 일했었다. 당시 팀장이 나를 보고 호기심이 많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지적인 호기심’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 번 더 파고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궁금해야 한다.

하지만 궁금한 것만으로는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풀 수 없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 바로 오너십이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 보지 않으면 답을 내리기 어렵다. 자기 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담당 부문별 글로벌 트렌드는 어떤가.

김수호 “금융업은 금리·환율·국내총생산(GDP) 등 매크로(거시)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융은 불확실성을 싫어하는데 내년은 불확실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는 전 세계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다가 미국은 대선 이후 상승세이며 국내에서도 오르고 있다.

국내 은행은 금리가 올라가면 수익성이 개선되는 반면 ‘크레디트 코스트(credit cost : 대출 잔액 중 대손충당금 전입 비율)’가 발생한다.”

정재훈 “중공업·건설·에너지 업계는 서로 연계돼 움직인다. 작년과 올해는 유가의 영향이 컸다. 중공업·건설업은 수주업이기 때문에 유가와 상관관계가 있는데, 수주를 못해 성과를 내지 못한 어려움이 있었다. 단기간에 급격하게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길게 보면 내년과 내후년까진 지지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각에서 업계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것은 운영 개선에 대한 부문이다. 업황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느냐 하는 데 관심이 높다.”

서제희 “제약·의료 부문은 ‘고령화 사회’와 ‘기술 발전’이라는 두 개의 거시적인 동인이 있다. 여러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임정수 “하이테크 부문은 하이테크뿐만 아니라 바이오·금융·에너지·건설 등이 다 연결돼 있다. 과거 인터넷·모바일에서부터 최근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에 이르기까지 협력을 통한 성장의 기회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최근 중국·인도·동남아시아 등의 현지 업체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특히 기존의 영역뿐만 아니라 ‘파괴적 혁신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영역을 찾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현금을 유보한 채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 주변의 회사들을 넘어선 생태계의 확장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내년엔 성장보다 내실 다지는 게 더 중요”
▶내년 국내 환경은 어떻게 예상하는가.

임정수 “국내외적으로 금리나 정치 환경 등 불안정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성장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내실을 다지는 게 매우 중요하다. 맥킨지에선 사전적 성공의 가능성을 확률적으로 나타내는 전략 공식을 만들었다. 일명 ‘파워커브(Power Curve)’인데 여기서 국내 기업을 글로벌 기업과 비교할 때 부족한 부분이 있다.

하나는 ‘자원 배분(resource allocation)’이고 다른 하나는 ‘생산성 향상(productivity improvement)’이다. 국내 기업은 영업 마진을 높이고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하는 부분에 있어선 열심인 반면 이 두 가지가 부족하다. 특히 국내 인터넷·벤처회사를 보면 성장만 갈구하고 있어 생산성 향상 측면에서 보면 미진한 부분이 있다.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

정재훈 “2017년 중공업·건설업의 패러다임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작년과 올해 많은 재무 손실을 입다 보니 수익성 경영이 업계의 주된 화두였다. 실제로 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 선택적인 수주 진행 등에 많이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개별 프로젝트의 수익성은 높아졌지만 전체적인 매출은 떨어졌다. 일단 체질을 개선했으니 내년과 내후년에는 과거 2010년대 초반과 같은 ‘무작정 성장’이 아닌 ‘수익성을 동반한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수호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는 정보 분석(data analytics)을 통해 고객 인사이트를 어떻게 뽑아내느냐가 관건이다. 국내 은행은 코스트인컴(CI : 이익 대비 비용) 비율이 높은 편인데 이를 개선하는데 ‘디지털’과 ‘정보 분석’을 통해 얼마나 낮출 수 있을 것인지가 단기적인 이슈다. 또한 해외에서 성장의 기회를 찾고 있다.”

서제희 “의료 부문은 국내 산업 규모나 성장성 자체가 크지 않은 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관리하기 때문에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해외 임상, 해외 병원 설립 등 글로벌화 움직임이 있어 큰 성장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실을 맺기까진 3~5년 정도 걸릴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운영 혁신과 경영 내실화가 요구된다. 모두가 세계화를 지향하고 연구·개발(R&D)에 나서는 상황에서 잘할 수 있는 차별화된 부분을 찾아야만 한다.”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김수호 “소비자 금융 관련 회사인데 4~5년 정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회사는 업계 내 독보적인 자리에 있어 경쟁사로부터 지속적인 도전을 받아 왔다. ‘어떻게 방어할 것이냐’ 하는 고민에서 ‘어떻게 업(業)을 확장할 것이냐’ 하는 고민으로 업의 정의를 새롭게 내렸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정보 분석’을 활용하면서 최고경영진이 잊고 있었던 기본적인 부분을 챙길 수 있었다.”

정재훈 “몇 조원대의 손실을 본 대형 프로젝트가 많았는데 그 중 하나를 턴어라운드시킨 적이 있다. 워킹 레벨급인 일선 실무진과 팀워크를 이뤄 공사 현장에 직접 나가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꿨다.

맥킨지가 실제로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도움을 줄 수 있다니 놀랍다는 얘기를 고객사로부터 들었을 때 보람을 느꼈다.”

henr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