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트렌드]
직장에서 가장 중요한 성공의 동력은 '인간 관계'
‘부정적 피드백’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발전의 속도가 달라진다
직장 생활에서 ‘자신에 대한 지적’을 잘 소화하려면
[김한솔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많은 직장인들은 말한다, 조직 생활은 힘들다고. 그래서 묻는다. 대체 뭐가 그렇게 당신들을 힘들게 하는지.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들은 어떤 답이 떠오르는가. 과중한 업무량? 딱딱한 조직 문화로 인한 답답함? 다 맞는 얘기다.

그런데 한 설문 조사 결과 사람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직장 내 인간관계’라고 한다. 그리고 조직 생활을 행복하게 하는 요인 역시 ‘직장 내에서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꼽혔다. ‘사람과 사람이 얽혀 있는 곳’이 조직이기에 사람 간의 관계가 직장 생활 만족도의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는 의미다.

◆인간인 이상 ‘지적’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

그래서 중요한 게 서로 간의 피드백이다. 무엇이 좋았고 어떤 부분이 아쉬운지를 제대로 알려 주는 것, 그리고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개선점을 찾는 ‘건설적 피드백’이 필요하다. 잘못된 피드백 하나 때문에 신뢰 관계에 금이 가기도 하고 진솔한 피드백 덕분에 돈독한 유대감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수많은 기업의 직장인들과 인터뷰를 하다 보면 피드백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유는 뭘까. 대체로 피드백을 하는 사람, 즉 상사들의 말하는 스킬이 부족해서? 맞다.

그래서 많은 회사의 리더십 교육에서 빠지지 않는 게 피드백 스킬이다. 하지만 피드백 하는 사람만 문제일까. 이들이 아무리 제대로 말을 해도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의 태도가 부정적이면 원하는 효과를 얻어 낼 수 없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피드백 역시 하는 사람의 스킬뿐만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열린 자세 역시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다시 물어야 한다. 우리는 ‘나에 대한 나쁜 피드백’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가.

사실 이건 쉽지 않은 문제다. 당신이 고집 센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에겐 자기 자신을 현실보다 긍정적으로 인식하려는 ‘자기 고양적 편견(self-enhancement bias)’이 있다.

그래서 자신이 참여한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역시 내가 투입된 덕분에 이런 결과가 나온 거야’라고 생각한다. 거꾸로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 땐 자기 행동에서의 문제를 찾기보다 타인 혹은 환경 탓을 하며 ‘난 제대로 했는데…’라는 생각을 갖는다.

이런 속성을 지닌 존재인 사람에게 ‘당신의 행동에는 이러 이러한 문제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부정적 피드백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걸 그냥 둘 수는 없다.

거울 없이는 자기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듯이 타인의 피드백을 통해서만 우리는 자기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이걸 개선하려고 노력할 때 발전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을 향한 부정적 피드백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알 필요가 있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들었을 때 사람들이 느끼게 되는 심리 상태를 알아보자. 자신에 대해 나쁜 피드백을 들었을 때 일차적인 대응은 ‘부정’이다. 상대의 피드백에 대해 ‘그건 말도 안 돼, 그 사람이 잘못 안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 이런 감정이 강화되면 ‘나를 깎아내리려고 일부러 저런 말을 하는 거야’라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진다.

‘부정’의 감정이 어느 정도 지나고 나면 그다음엔 ‘합리화’의 단계로 들어간다. 상대가 피드백하는 잘못된 행동에 대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나와 똑같은 상황이 되면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상대의 피드백 내용을 받아들이는 듯하지만 이에 대해 ‘나의 책임’은 아니라는 식으로 피해 가려는 태도다. 그래서 결국 ‘나는 옳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
‘합리화’ 이후에는 ‘과잉 행동’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상대의 부정적 피드백에 대해 화를 내거나 이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로, 즉 상대에게 지나칠 정도로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통해 ‘난 부정적 피드백도 충분히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어필하려고 한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저 사람 괜찮은 건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직장 생활에서 ‘자신에 대한 지적’을 잘 소화하려면
◆‘감정인지-거리두기-의도파악’이 핵심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3가지 대응 모두 부정적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실 왜곡을 통해 자기 합리화 지수를 높일 뿐이다. 그러면 자신에 대한 부정적 피드백의 수용도를 높이기 위해 알아야 할 것은 뭘까. 3단계를 기억하고 활용해 보자.

첫 단계는 부정적 피드백을 받았을 때 느끼는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이다. 상담심리학의 관점에서 상대의 마음을 읽기 위한 대화의 시작은 ‘상대의 감정 알기’다. 상대방이 지금 ‘어떤 마음 상태’인지 파악해야 제대로 된 대화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나와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피드백에 대한 대응(그것이 감정적인 것이든, 행동 변화로 이어지는 것이든) 이전에 그 내용에 대한 자신의 감정 변화를 인식하는 게 먼저다. 상대의 피드백에서 받은 느낌(예를 들어 부끄러움·억울함·슬픔 등 부정적 피드백)으로 인해 자기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제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게 왜 중요하냐고? 사람에겐 ‘공감 받고 싶다’는 기본적인 욕구가 있다. 그리고 그 공감은 ‘사실’이 아닌 ‘감정’에 대한 공감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흘러가 버리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나 스스로가 현재 이런 느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게 필요하다. 자기 자신에 대해 공감하기 위해서다.

둘째 단계는 자신과의 거리 두기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을 제삼자의 관점에서 검토해 보는 것이다. 자기 행동의 전후 맥락을 전혀 모르는 제삼자가 봤을 때 자신의 행동이 적절했는지 등을 확인해 봐야 한다.

이는 우리가 ‘성숙한’ 인간이기에 가능한 지적 행동이다. 어린아이들은 자기가 세상의 전부다. 자신이 아는 것은 상대도 다 안다고 생각하고 자기가 모르면 상대도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기 이외의 사람, 자신이 보는 관점 외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들었을 때에도 이런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만약 동료가 똑같은 상황에서 나와 같은 행동을 했다면 난 어떤 기분을 느낄까?’ 이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이 선뜻 나오지 않는다면 그 행동엔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지적한 부정적 피드백 역시 자신의 행동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이 된다.
직장 생활에서 ‘자신에 대한 지적’을 잘 소화하려면
◆오늘보다 더 나은 내가 되는 시작

마지막으로 셋째는 부정적 피드백의 진짜 의도 파악하기다. 피드백의 목적은 행동 개선이다. 단순한 불평을 쏟아내기 위해 껄끄러운 피드백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의도’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피드백은 많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말하는 사람은 ‘이 정도 말했으면 알아들었겠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드백은 ‘회의 때 너무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마!’처럼 상대 행동에 대한 지적으로 끝나버릴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얘길 들은 상대는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떤 행동이 이기적인 걸까?’, ‘내 발표 시간이 길었던 게 문제인가?’, ‘그럼 적정한 발표 시간은 몇 분이지?’, ‘아니면 중간에 급한 전화가 와서 통화하러 나갔는데 그것 때문인가?’

단순한 피드백 하나에도 수많은 생각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그것이 ‘나쁜’ 말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그러다 결국 앞에서 얘기했듯이 ‘저 사람이 뭘 모르고 말한 거야’라는 식의 ‘부정’의 심리가 튀어 오른다.

이런 오류를 막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질문이다. ‘그러면 제가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될까요?’처럼 피드백을 한 상대에게 물어야 한다. 의도가 파악되면 그다음부터 관심사가 ‘감정’에서 ‘행동’으로 바뀐다. 그리고 이게 피드백을 주고받는 진짜 목적이다.

칭찬은 달콤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칭찬의 힘을 예찬한다. 하지만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쓴 것처럼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는 칭찬이 아닌 ‘비판’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약을 비록 너무 쓰더라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 오늘보다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한 시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