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099호 (2016년 12월 21일)

삼성·SK·LG 이어 은행까지 ‘탈퇴’

기사입력 2016.12.19 오후 02:27

[커버스토리 = 전경련 '존폐 기로' : 떠나는 기업들]
55년 만에 해체 위기…5대 그룹 회비 200억원 감소할 듯


삼성·SK·LG 이어 은행까지 ‘탈퇴’

(사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 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그룹 총수들이 전경련 해체 반대에 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김태헌 기자] 그동안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아 온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1961년 창립 이후 55년 만에 해체 위기에 몰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국정감사에서 삼성그룹의 전경련 탈퇴를 공식화하면서부터다.

지난 12월 6일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감사에서는 전경련에 가장 많은 회비를 납부하는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에게 여론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거듭 “전경련을 해체하라”고 다그치자 “제 입장에서 해체를 얘기할 자격이 없다.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전경련에 기부금을 내는 것을 다 중지하겠다고 선언하라”고 하 의원이 종용하자 “그러겠다”며 “개인적으로는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시중은행까지 도미노 ‘탈퇴’

이 부회장의 이날 발언은 선대 이병철 삼성 회장이 주도해 만든 전경련을 3대인 이 부회장이 스스로 탈퇴하겠다고 선언한 것이어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 삼성은 연간 100억원 이상의 회비를 전경련에 납부하기 때문에 전경련 내 영향력이 커 다른 기업들의 탈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이 부회장의 발언 이후 SK·LG 등 주요 대기업 총수도 전경련 탈퇴 의사를 공식화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전경련은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처럼 운영하고 기업 간 친목 단체로 남아야 한다”며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0월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의 운영 자금을 우회 지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인천공항공사·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한국서부발전·한국에너지공단·한국석유관리원·한국산업단지공단·선박안전기술공단 등이 탈퇴했다.

이후 지난 12월 12일에는 KDB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도 전경련에 일제히 탈퇴 신청서를 제출했고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도 같은 날 우편으로 전경련에 탈퇴 서류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KDB산업은행은 올해 5월 전경련의 자금 집행 논란이 불거진 시점부터 연회비를 내지 않았고 미르재단과 K스포츠가 전경련과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연말까지 탈퇴 여부를 결론짓겠다고 밝혔었다.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12월 8일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서 “전경련 탈퇴에 대한 검토를 종료했다”고 밝히며 전경련 탈퇴를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전경련 탈퇴를 지금까지 미뤄 왔던 국책은행들이 연이어 탈퇴서를 제출하고 있는 데는 최근 진행된 ‘최순실 게이트 국정감사’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정감사 증인들로부터 전경련과 최순실·미르재단 등의 연관성이 밝혀지고 국회의원들이 전경련 해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에 탈퇴서를 제출한 한 회원사 관계자는 “여론이나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전경련 탈퇴를 요구하고 있고 전경련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에 굳이 회원사로 남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경련과 선 긋기하는 기업들

이 밖에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들도 내부적으로 전경련 탈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을 탈퇴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주요 그룹사들은 전경련 활동에도 선을 긋고 있다.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주재로 12월 15일 열린 30대 그룹 회원사 대상 회의에도 주요 그룹사 인사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삼성·SK 등 10대 그룹사 중 공식적으로 회의 참석을 밝힌 곳은 LG그룹뿐이며 나머지 주요 그룹도 대부분이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관계자는 “모든 그룹사가 참여하지는 않았다”며 “기존에 비해 참석한 기업이 적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기업들의 이탈이 가시화되면서 전경련의 운영과 관련된 예산에도 비상이 걸렸다. 회원사가 감소하면 회비가 줄어들고 이는 곧 활동과 조직을 축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경련의 연간 운영자금은 회비 400여억원과 임대 수입 300여억원 등 700여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5대 그룹이 분담하는 회비는 약 200억원이어서 이들 그룹의 탈퇴가 확정되면 전경련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편 삼성그룹 등 주요 회원사의 공개 탈퇴 선언으로 해체 위기에 몰린 전경련의 존폐는 특검 수사 이후인 내년 3월쯤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600여 회원사를 거느린 전경련은 간담회 등을 통해 내년 2월로 예정된 정기총회에서 최종 쇄신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kth@hankyung.com

['위기의 전경련'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 '존폐 기로'에 선 전경련
- '해체냐 대통합이냐' 격랑 속으로
- 삼성·SK·LG 이어 은행까지 '탈퇴'
- 허창수 전경련 회장, 해체 여론에 '임기' 맞물려 '속앓이'
- 경제 초석 다지고 경제성장 발판 마련
- '회장단 20인'엔 재계 총수들 대거 포진
- 600여 개 회원사 둔 순수 민간단체
- 9대 정권과 함께한 전경련 55년史
- 전경련, 헤리티지 같은 ‘싱크탱크’ 변신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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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6-12-20 1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