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폴리틱스]
21년 만에 ‘법원의 종류’ 개편…권성동 의원 발의 개정안 본회의 통과
‘파산 전문 법원’ 내년 3월 설립 예정
(사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 지난 11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김현기 기자] 내년 3월엔 ‘회생·파산 전문 법원’이 탄생할 전망이다. 회생·파산·국제도산 사건을 전담하는 회생법원 신설과 관련한 법안 3건이 국회 문턱을 넘어섬에 따라 사법부에서 본격적인 설립 준비 절차에 들어갔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법원조직법’,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등 ‘회생법원’ 신설과 관련한 3개의 일부 개정 법률안을 묶어 지난 9월 22일 대표 발의했다. 국회는 지난 12월 8일 본회의에서 이들 3건의 개정안을 모두 통과시켰다.

◆도산 전문 법원 설치 요구 증가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기업 구조조정과 도산 절차를 개선하고 재판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회생법원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 구역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법원을 둬 서울 지역 사건을 담당하도록 규정했고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신설되는 회생법원에서 회생·파산·개인회생·국제도산 사건 등을 관할하도록 명시했다.

권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에 대해 “2000년대 후반 세계적 금융 위기 이후 지속적인 경기 불황으로 한계 기업과 가계 부채가 증가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채무자에 대한 구조조정 필요성이 상시화됐다”며 “보다 공정하고 효율적인 구조조정 절차를 담당하기 위해 도산 사건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도산 전문 법원의 설치를 바라는 요구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법원 체계는 총 여섯 종류의 법원으로 구성돼 있다. 대법원·고등법원·지방법원 이외에 특허법원·가정법원·행정법원 등 이른바 세 종류의 ‘전문 법원’이 있다. 개정안은 여기에 회생법원을 추가, 총 일곱 종류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1995년 이후 21년 만에 ‘법원의 종류’ 체계를 개편하려는 움직임이다.

법원은 그동안 기업 회생 및 파산 절차가 공정성·신속성·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기업 일반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제도를 개선해 왔다. 2011년 도입된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의 ‘기업회생 패스트트랙 제도’가 그 예다.

하지만 법정관리 사건은 2007년 116건에서 2015년 925건으로 증가하는 등 사건이 급증하고 제도 개선 소요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 법원 내의 파산부 조직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전국 도산담당 재판부는 올해 6월 1일 기준 총 288개로 2012년보다 87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통합재판부 형태의 파산부가 설치된 9개 법원 도산담당 재판부는 82개 늘어난 252개다. 특히 파산부가 설치된 9개 법원의 법인회생·파산 및 개인회생 재판부가 급증했다.

회생법원이 설치되면 기업 구조조정 또는 도산 절차에서 보다 공정하고 신속하며 효율적인 재판이 가능해지고 유관 기관과의 협력 체계 구축을 통한 제도 개선도 활발히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법원 체계의 근간을 개편하기 때문에 비용적인 측면과 관련 당국의 유기적인 역할 조율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종희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은 개정안 검토 보고서에서 “회생법원 설치는 21년 만에 법원 종류 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이라며 “국가 경제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기업 구조조정 및 도산 절차와 경제적인 사회 안전망의 역할을 하는 개인 회생 절차에서 획기적인 개선을 도모하는 발판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문위원은 이어 “국내 경제 및 금융 환경에서 회생법원의 필요성이 부각되지만 향후 상당한 규모의 법원 예산과 자원 투입이 필요하고 관련 당국의 유기적 협력이 있어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파산 전문 법원’ 내년 3월 설립 예정
◆서로 다른 시각차 보인 법무부와 대법원

한편 해당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기까지 적지않은 진통을 겪었다. 전문 법원 신설을 놓고 법무부와 대법원 사이에 미묘한 온도 차를 보여서다.

미국의 조속한 금융 위기 극복에는 파산 전문 법원의 역할이 컸다고 주장하는 대법원의 시각에 대해 법무부는 미국에선 연방지방법원의 한 부에서 파산 사건을 전담한다며 해외 선진국에서 도산 전문 법원을 설치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권성동 의원실 관계자는 “법무부와 대법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서로 다르다 보니 두 기관 간의 알력 다툼이 있었다”며 “대법원과 경제 단체에서는 전문성을 키워 한계 기업을 빨리 정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보는 반면 법무부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봤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법사위 소위원회에서 법무부는 현재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서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데 굳이 이 시기에 별도 법원을 둘 필요가 있겠느냐는 식의 반대 논리를 펼쳤다”고 덧붙였다.

henr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