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플레이 암표 200만원까지 치솟아…‘매크로 코드’ 처벌도 힘들어
‘암표충’에 멍드는 공연 티켓
(사진) 총 7차례 그래미상을 거머쥔 영국 대표 록밴드 콜드플레이. /현대카드 제공

[한경비즈니스= 주현주 인턴기자] 전 세계에서 8000만 장의 앨범을 판매한 인기 록밴드 ‘콜드플레이’가 첫 내한 공연을 한다. 콜드플레이의 인기를 반영하듯이 입장권 예매는 시작과 동시에 몇 분 만에 끝났다.

공연을 기획한 현대카드 관계자는 “반응이 좋은 인기 공연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 암표상들이 온라인상에서 매크로(자동 명령 프로그램)를 이용해 표를 ‘싹쓸이’했기 때문이다. 표 구하기 경쟁이 피가 튈 정도로 극심했다는 뜻에서 ‘피케팅(피의 티케팅)’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 ‘예매 대기’ 50석에 표 1장 나와

현대카드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내년 4월 15일 콜드플레이의 공연을 열기로 하고 11월 23일(현대카드 회원)과 24일(일반 고객) 이틀간 온라인 예약을 받았다.

좌석이 4만5000석이나 되는 대형 공연이었지만 예매 첫날 55만 명, 둘째 날 90만 명이 동시 접속하면서 표가 1~2분 만에 매진됐다. 2015년 현대카드가 주최했던 폴 매카트니 내한 공연의 동시 접속자 8만 명과 비교해도 10배가 넘는다.

예약이 끝나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암표가 쏟아져 나왔다. 암표 거래 사이트에서 정가 4만4000~15만4000원짜리 표가 보통 30만~100만원에 거래됐다. 12월 8일엔 암표 두 장에 최고 450만원까지 치솟았다. 예매에 성공한 직장인 홍모(32) 씨는 “표를 중고 시장에 내놓으면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귀가 솔깃했다”고 털어놓았다.

급기야 현대카드 측은 “국내 팬들의 성원에 콜드플레이와 협의해 공연을 하루 더 연장했다”고 말했다.
‘암표충’에 멍드는 공연 티켓
콜드플레이 티켓 온라인 거래 현황

이틀 동안 총 145만 명이 몰리면서 표를 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무용담처럼 이어졌다. 직장인 강모(27) 씨는 “PC방에서 인터넷 예매 창을 켜고 동시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표 예약을 노렸지만 실패했다”며 “1분 만에 매진돼 허탈했다”고 말했다.

강 씨는 11월 26일 밤 12시에 예스24, 새벽 2시에 인터파크가 취소 표를 푼다는 소식을 듣고 밤새워 기다렸지만 이마저 실패했다.

그는 “2차 취소 표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강 씨는 취소된 좌석이 예매 대기 중인 사람에게 넘어가는 인터파크 예매 대기 시스템을 통해 11월 27일 50석을 예약했다. 다음 날 오전 취소된 좌석이 한 자리 생겼다는 문자를 받고 곧장 입금했다.

그는 “중간에 암표를 사볼까 고민도 했지만 웃돈 몇 만원이 아닌 정가의 5~6배에 달해 포기했다”며 “암표충(암표상벌레)은 공연 문화에서 반드시 없애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 매크로 이길 수 없지만 처벌도 못해

강 씨는 3번의 시도 끝에 표 한 장을 얻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클릭 한 번 제대로 못했다. 반면 암표상은 1초 만에 공연 날짜와 시간, 좌석 선택, 결제 정보를 입력하는 ‘매크로 코드’를 이용해 단번에 수십 장의 표를 산다.

매크로는 일반인들도 의외로 쉽게 접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검색하면 전문적으로 제작·판매하는 곳과 일반인들이 쉽게 따라하는 방법을 소개한 블로그가 수십 개다. 대학 수강 신청이나 주식시장 모니터링 등 프로그램에 따라 가격도 1만~50만원으로 다양하다.

매크로 피해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처벌할 방법이 거의 없다. 현행 경범죄처벌법상 현장에서 사고파는 거래만 암표 매매에 해당하기 때문에 온라인상에서 거래되는 암표를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다. 정보통신망법은 타인의 컴퓨터에 악성 코드를 설치하거나 전달할 때에만 처벌한다.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하는 매크로는 정보통신망법의 제재도 받지 않는다.

경찰청 사이버 안전국 관계자는 “개인이 표를 수십·수백 장 대량으로 구매해 부당한 폭리를 취하는 등 위계질서를 해치지만 현행법상 처벌할 수 있는 법규가 없다”며 “사이버 침입이나 해킹이 아닌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처벌을 피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많은 분들에게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며 “암표상들이 불법적으로 가격 체계를 무너뜨리고 있지만 속상하게도 현대카드는 아무런 힘이 없다. 우리 영역에서 불법 방지에 기여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겠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전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도 “동시 접속자 최대 90만 명은 국내 공연 사상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것”이라며 “암표는 많아야 800~900장 정도로 보고 있고 매크로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매크로를 전부 막을 수는 없지만 두 예매처와 함께 대안 마련을 위해 고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공연업계는 매크로 피해가 계속되자 업무방해 혐의로 적극 대응에 나섰다. 예스24는 지난 8월 매크로를 이용해 아이돌 콘서트 표를 대량으로 상습 구매한 조모 씨 등 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아직까지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매크로 이용자에게 적용된 선례는 없다.

한편 12월 21일 2차 공연 예매날 현대카드 결제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 결제가 완료됐지만 표 예매 내역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고객들의 불만이 접수됐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한 순간 접속자가 몰리면서 일부 결제 시스템의 과부하로 생긴 현상”이라고 해명했다.

[용어풀이 = 매크로]
자주 사용하는 여러 개의 명령어를 묶어 한 번의 클릭으로 자동 실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문서 안의 같은 문자열을 한꺼번에 변경하는 등 여러 번 해야 하는 일을 간단하게 수행하기 위해 개발됐지만 표 예매 등에서 편법 수단으로 악용된다.

guswn10@hanky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