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미 금리 인상 속도 빨라지며 관심…전문가 “달러에 투자하라” 한목소리
위기 때 빛나는 ‘달러의 위력’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세계경제가 흔들려도 달러는 절대로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는다.” 세계적 환율 전문가이자 오바마 정부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에스와르 S.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이를 ‘달러 트랩(The Dolla Trap)’이라고 불렀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세계경제는 달러가 지배할 것이고 앞으로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지배력이 보다 더 강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시 말해 안전 자산으로서의 달러 가치는 앞으로 점점 더 높아질 것이라는 의미다.

2016년 원·달러 환율 곡선은 유난히 ‘드라마틱’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8월 원·달러 환율 1100선이 무너지며 국내에서도 달러 관련 자산에 투자금이 대거 몰려들며 큰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11월에는 미 대선을 전후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며 강달러 추세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22일 이후 원·달러 환율은 1200선을 넘어섰다.

유독 ‘달러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2016년이 지났다. 2017년 새해에도 한동안 ‘달러 투자’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며 달러 강세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달러 투자는 환투기 아니다”

‘달러에 투자하라’는 말은 흔히 ‘달러를 사라’는 말과 같은 뜻으로 오해를 받곤 한다. 싼값에 사서 비싼 가격에 팔아 ‘환차익’을 취하는 개인 투자자인 ‘와타나베 부인’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달러 투자를 단순히 환투기로 접근해서는 위험하다”고 말한다. 환차익만 노리고 투자하면 경기변동이나 국내외 환경·정치 요소에 의해 환율이 급격하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기적인 환율에 베팅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자산 배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5년부터 ‘달러 자산에 투자하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대신증권의 최광철 상품기획부장은 “지금까지 관성적으로 원화에만 모든 것을 투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포트폴리오를 다원화하는 의미에서 일정 부분 달러 자산을 보유하자는 의미가 강하다”고 강조했다. 대체로 총자산의 10~20%는 달러 자산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그렇다면 궁금하다. 통화 관점에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면 위안이나 유로와 같은 다른 통화도 많은데 왜 굳이 ‘달러’인 걸까. 이는 안전 자산으로서 달러의 가치와 연관이 깊다.

달러는 위기에 강한 안전 자산을 일컫는 대표적인 ‘세이프 헤이븐(safe haven)’ 중 하나다. 단적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만 떠올려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국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경제 위기는 순식간에 글로벌 경제로 퍼져 나갔다.

당시 미국 경제가 흔들린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나라들의 사정은 더욱 더 나빠졌다. 최 부장은 “이와 같은 금융 위기는 앞으로도 언제든지 닥칠 수 있다”며 “이런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달러 투자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설명했다.

‘달러 붕괴’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 커질수록 달러 중심의 금융 시스템은 더욱 공고해진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안전한 자산의 보호막을 위해 ‘달러’를 원하는 이들이 더욱 많아지는 이유다.

최 부장은 이 밖에 “민간에서 달러를 보유하게 되면 국가 경제 차원에서도 큰 힘이 된다”며 “기축통화인 달러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달러RP·달러ELS 등 주목”

2016년 대신증권의 달러 자산은 9월을 기준으로 4억 달러를 넘어섰다. 2015년 초 2400만 달러에 불과하던 것을 감안하면 1년 반 만에 15배 이상 불어난 규모다.

신한금융투자는 2016년 10월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 잔액이 업계 최초로 3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미래에셋증권은 2016년 1월 말 4342만 달러에 그쳤던 달러RP 잔액이 11월 말을 기준으로 1억1930만 달러로 불어났다.

NH투자증권은 달러 주가연계증권(ELS) 청약 금액은 2016년 10월까지만 해도 7억1100만원 수준이었지만 불과 한 달여 만인 11월 40억7600만원으로 급증했다.

달러 투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될수록 투자자들의 자금 또한 보다 다양한 달러 투자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달러 자산에 관심이 많은 초보 투자자부터 고수 투자자까지 각각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위기 때 빛나는 ‘달러의 위력’
1)초보-달러 예·적금, 달러RP, 달러 보험

달러에 투자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달러 예·적금이다. 시중은행을 방문해 외화 예·적금 통장을 개설하면 된다. 원화로 돈을 맡기면 달러로 환전해 통장에 예치한다.

달러 예·적금 금리는 일반 예·적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사실상 저금리 상황에서 이에 따른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환차익을 통한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환차익은 이자소득세나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달러 예·적금에 비해 조금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투자자라면 달러 RP도 구미가 당길 법하다. 달러 RP는 정부나 공공 기관이 발행한 달러 표시 국공채, 또는 달러 표시 우량 회사채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짧은 기간이 지난 후 다시 매입하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단기자금을 운영하면서 이자를 받고자 하는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달러로 거래하는 수출 기업들에 수요가 많고 입출금이 자유로워 여행이나 유학에 필요한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달러 RP의 금리는 연 0.8~0.9% 정도지만 특판 RP는 최대 2%까지 제공하기도 한다.

다만 달러 RP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은행에 예치된 달러 예금이 있어야 하며 은행 달러 예금 계좌에서 증권사 해외투자 계정으로 송금해야 하기 때문에 수수료를 감안해야 한다.

원화가 아닌 달러로 보험료를 내는 달러 보험도 있다. 연 2%대의 금리를 제공하며 보험료 납입은 물론 자산 운용과 지급도 모두 달러로 한다. 10년 이상 유지하면 환차익뿐만 아니라 이자 수익도 비과세된다. 장기간 자금을 묶어 놓을 수 있는 투자자라면 고려해 볼 수 있다.

2)중급- 달러 ETF·ETN, DLB

조금 더 능동적으로 투자하고 싶다면 거래소에 상장된 달러 선물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증권(ETN)을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달러 강세 기조로 2016년 10월부터 12월까지 최근 3개월간의 달러ETF·ETN 수익률은 연 6~13%에 달한다.

달러 ETF는 거래소 미국 달러 선물지수의 일간 변동 폭을 1.5배 또는 2배로 추종하는 구조다. 달러 ETN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달러화 선물지수를 추종한다. 만약 달러 약세를 예상한다면 환율이 하락할 때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를 지닌 ‘인버스 ETF’나 ‘인버스 ETN’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달러가 약세로 갈지 강세로 갈지 방향을 예상하기 어렵다면 환율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기타파생결합사채(DLB)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원·달러 환율 연계 DLB는 원·달러 환율이 기준가격보다 상승하거나 하락하지 않으면 만기 시 정해진 수익을 제공한다. 고수익을 내기는 어렵지만 원금이 보장되는 형태다.

3)고수-달러 ELS, 언헤지(UH) 해외투자 펀드

환헤지(원화를 일정 환율에 고정) 없이 달러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달러 주가연계증권(ELS)도 눈여겨볼 만하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달러 ELS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대표 우량기업지수인 S&P500 등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지수형 ELS와 아마존·페이스북 등 미국 증시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상위 종목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종목형 ELS가 있다.

미국 경제를 대표하는 초우량 기업인 이들 종목의 주가가 폭락한다는 것은 금융시장이 대혼란을 빚게 된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이 온다면 원화 대비 달러 가치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급등하게 된다. 만약 수익률 손실을 보더라도 달러 자산 가치의 상승으로 상쇄할 수 있다.

반면 주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 간다면 투자 수익뿐만 아니라 상환 시 가입 시점 대비 환율이 오를 경우 환차익을 덤으로 챙길 수 있다.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연 3~5%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펀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역외 펀드(해외 등록 펀드)에 투자할 때 통화 헤지를 하지 않는 ‘언헤지(UH) 해외투자 펀드’다. 대부분의 해외투자 펀드는 환율이 오르거나 떨어져도 수익률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환헤지를 하고 있지만 달러화 강세 기조엔 UH펀드가 유리할 수 있다.

국민정 펀드온라인코리아 과장은 “펀드는 투자 대상의 가격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UH를 하더라도 순수하게 달러 가치에만 투자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며 “하지만 통화가치가 오르면 해당 국가의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분석했다.

장기적으로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 유리할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부담 또한 크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