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필명 쓰는 재야 고수들…‘강남 4구’와 ‘서울 2호선 역세권’도 안전성 높아
[2017 부동산 전망] 재야 고수 “서울 도심 재건축·재개발 주목”
[한경비즈니스= 김병화 기자] 부동산 시장에는 재야 고수들이 숨어있다. 아기곰·빠숑·조던 등의 필명으로 유명한 부동산 전문가들이다.

필명을 쓰면 조금 더 냉정한 잣대로 부동산 시장을 진단할 수 있다.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2017년 부동산 시장은 보다 정확한 예측으로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재야 고수들을 내세운 이유다. 이들의 속 시원한 ‘2017년 부동산 전망’을 들어보자.

부동산업계에는 ‘필명’만 대면 알 만한 재야 고수들이 있다. 아기곰(본명 문관식), 빠숑(본명 김학렬), 조던(본명 김장섭)이 대표적이다.

아기곰은 5만8000여 명의 실명 회원을 둔 부동산 재테크 모임 ‘아기곰 동호회’의 운영자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 ‘새 정부 하에서의 부동산 정책 방향과 그 대응 전략’이라는 글을 한 부동산 포털에 올리며 유명세를 탔다.

당시만 해도 아기곰은 정보기술(IT) 분야 제조회사에 근무 중이었다. 직장과 관련 없는 부동산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아 필명을 쓰게 됐다. 아기곰에서 ‘곰’은 그의 성인 ‘문’을 거꾸로 세워 놓은 것이다.

빠숑은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한국갤럽의 부동산 조사본부 팀장이다. 현재 12개의 부동산·재테크 관련 인터넷 카페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빠숑의 세상 답사기’라는 블로그도 운영 중이다. ‘부자들만 알고 있는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 ‘다시 쓰는 택리지 부자의 지도’ 등 다수의 책도 집필했다.

“부동산 답사가 일인 동시에 취미”라는 그는 전국을 발로 뛰는 현장 전문가로 유명하다. 필명 ‘빠숑’은 열정(passion)과 패션(fashion)의 유사 발음으로 고 앙드레김 디자이너의 발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조던은 부동산 전업 투자자다. 다양한 부동산에 실전 투자하면서 조언하는 전문가다. 그는 2004년 경매로 부동산 투자의 첫발을 내딛고 경매의 대중화로 시장이 포화된 2006년 재개발 투자로 전향했다.

당시만 해도 재개발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는 조던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는 미국의 3대 재즈피아니스트인 ‘듀크 조던’을 필명으로 쓰다가 현재 듀크를 빼고 조던으로 활동 중이다.

각양각색의 재야 고수이지만 새해 부동산 전망에는 공통분모가 보인다. 그들은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 지역별 온도 차가 크지만 기회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 아기곰 “지역별 각자도생의 길”
[2017 부동산 전망] 재야 고수 “서울 도심 재건축·재개발 주목”
아기곰(사진)은 2017년 부동산 시장을 2016년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2016년이 악재에 대한 우려감 때문에 어려웠다면 그것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 2017년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실제 악재의 위력보다 시장이 과잉 반응할 때가 많아 상반기는 어려운 시장이 되겠지만 하반기는 지역에 따라 차별화가 나타나며 하락하는 지역과 상승하는 지역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별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차별화를 가져올 요소로는 ‘공급’을 꼽았다. 2017년 4분기부터 공급이 많은 지역은 집값이 하락하고 공급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은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실 이러한 분석은 언론 등을 통해 이미 충분히 알려져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실제 악재 이상으로 과잉 반응하게 될 수 있다. 실제 가치보다 더 낮은 가격의 매물이 속출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위기는 기회다. 아기곰은 “낮은 가격의 매물이 속출할 때 오히려 저가 매수로 수익을 높일 수 있다”며 “지역에 따라 차별화가 심한 만큼 공급이 낮은 지역이나 그 주변, 그보다 입지가 떨어지는 지역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했다.

◆ 빠숑 “묻지 마 갭 투자는 필패”
[2017 부동산 전망] 재야 고수 “서울 도심 재건축·재개발 주목”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전국 모든 부동산이 상승장이었지만 2016년부터 지역별로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부터는 이러한 차이가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빠숑(사진)은 새해 부동산 시장에 대해 지역마다 필요한 신규 주택 수요량이 다른 만큼 지역별 온도 차가 클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최근 5년 동안 크게 상승한 지방 시장은 지역에 따라 조정장이 펼쳐지고 공급 대비 수요량이 더 많은 수도권, 특히 서울은 조금 더 긍정적인 시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는 2017년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악재로 ‘대출 규제’를 꼽았다. 시세가 높은 지역은 대출 없이 투자자가 매수할 수 없는 시장인 만큼 대출 규제가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빠숑은 “투자 수요가 빠진 지역은 입주 물량이 몰리면 역전세 및 시세 하락까지 연결될 수 있다”며 “지역 수요량과 입주 공급량, 기존 아파트와의 시세 비교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 수요의 감소는 실수요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춘다. 입지가 좋은 지역, 즉 수요가 많은 지역은 투자자가 들어가기 어려운 시장 조건인 만큼 실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찬스가 될 수 있다. 빠숑은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도심 재건축과 재개발 지역 중 관심 지역은 반드시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7년 ‘묻지 마 갭 투자’는 필패(必敗)의 지름길이다. 단순히 전세와 매매의 시세 차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매수해서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빠숑은 “인구 30만 명 미만의 중소도시라면 (묻지 마 갭 투자를) 더욱 지양해야 한다”며 “후발 진입자는 초기 투자자에게 탈출한 기회만 만들어 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금액이 조금 높더라도 입지가 좋고 상품이 좋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 조던 “외국인 동향 살펴야”
[2017 부동산 전망] 재야 고수 “서울 도심 재건축·재개발 주목”
조던(사진)은 2017년 부동산 시장이 단기적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장기적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체크포인트는 외국인들의 동향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처럼 외국인들의 움직임이 국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이를 통해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목해야 할 외국인 동향으로는 채권·주식 매도 여부, 환율 상승 여부, 외화보유액 감소 여부 등을 꼽았다. 조던은 특히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손절매하고 채권을 급히 팔아치우는 모양새면 ‘위기의 징후’라고 강조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오르고 있지만 외국인이 국내 증시나 채권을 대규모로 인출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아직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고 평가할 수 있는 이유다.

조던은 장기적으로 강남 4구와 서울지하철 2호선 역세권 정도가 안전한 부동산이라고 꼽았다. 강남 4구라면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왜 하필 2호선 역세권일까.

조던은 “서울시에는 100대 대기업 중 64개가 있고 그중에서도 광화문을 비롯한 시청역 인근과 강남역 인근에 대부분의 본사가 분포해 있다”며 “주택 공급과잉 현상이 가시화되면 직장과 가까운 곳을 위주로 이동이 많아질 전망인데 지하철 2호선이 시청역과 강남역을 모두 지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하철 2호선 역세권에는 서울대·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한양대·홍익대 등 다수의 대학이 자리해 대학생들의 주택 수요도 풍부하다”고 덧붙였다.

kb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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