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2016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 다크호스]
‘기본기’로 무장한 신인들…보험·통신 등 ‘정체된 산업’에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
베테랑 애널리스트 못지않은 ‘앙팡 테리블’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2016년 하반기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 조사에서는 2016년 애널리스트로 갓 데뷔한 신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2016년 승격 후 이제 애널리스트 2년 차, 리서치 어시스턴트(RA) 경력을 포함하더라도 3년 차 미만이 대부분이다.

애널리스트 데뷔와 동시에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네 명의 ‘다크호스’를 꼽았다. 1985년생이 주축이었던 2016년 상반기 다크호스에 비해 연령대가 더 낮아졌다. 1988년생이 대세다. 시간이 지날수록 애널리스트업계에 ‘젊은 피’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메리츠종금증권 ‘기대주 2인방’

통신·초고속인터넷 부문에서 9위를 기록한 정지수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1985년생으로 애널리스트 경력 2년 차다. 미국 UCLA에서 수학과 경제학을 전공하고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인턴을 거친 뒤 2015년 메리츠종금증권에 입사했다. 2016년 6월 RA에서 애널리스트로 승격했다.

정 애널리스트의 강점은 ‘초보자도 이해하기 쉬운 보고서’다. 그는 “나부터 초보자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읽히는 보고서를 지향한다”며 “최대한 어려운 말이나 이해하기 힘든 표현을 배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ARPU’와 같은 전문 용어를 사용한다면 ‘서비스에 대해 가입자 1명이 특정 기간 동안 지출한 평균 금액’처럼 보고서 내에 설명을 풀어 써준다. 대부분의 보고서들이 ‘읽는 사람 또한 으레 뜻을 알고 있을 것’을 전제로 하는 것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정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작성할 때마다 최소 10번 정도는 다시 읽어보고 다듬는다”고 말했다.

정 애널리스트는 기대할 만한 통신주로 본업의 안정적인 사업과 자회사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SK텔레콤을 꼽았다. 통신주는 지난 몇 년간 성장이 성장돼 있어 주가 역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올해를 지나 2018년 5G 관련 투자가 나오기 시작하면 다시 시장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석유화학 부문 8위에 오른 노우호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도 주목받는 신예다. 1988년생으로 RA를 포함해 경력 3년 차다. 정지수 애널리스트와 마찬가지로 2016년 애널리스트로 승격했다. 2014년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하고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입사했고 2015년 메리츠종금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석유화학은 수급, 가격 데이터 등에 대한 접근이 용이한 분야다. 그만큼 정보 비대칭성이 나타나기 힘들다. 노 애널리스트는 “그럴수록 기본이 되는 데이터를 놓치지 않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해외 기업이나 자료를 수시로 살펴보면서 남들과 ‘다른 데이터’를 찾는 데도 애를 썼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정유·화학-2년 만에 변화를 맞이할 시점’이 대표적이다. 고무 업황을 설명하면서 ‘태국의 천연고무 신규 재배 면적’ 등의 데이터를 활용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화학 산업에 대해 모르는 것이 있으면 ‘노우호’라는 이름을 먼저 떠올리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노 애널리스트는 2017년 석유화학 유망주로 롯데케미칼과 대한유화를 꼽았다. 국내 화학 기업, 특히 나프타 분해 설비(NCC) 업체들은 호황 국면에 진입했기 때문에 장기간 호황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엔터 부문에 ‘보이지 않는 수치’ 찾아내

보험·기타 금융 부문 8위에 진입한 김도하 KB증권 애널리스트도 올해로 애널리스트 2년 차에 접어들었다. 1988년생으로 2014년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 5월 KB증권(옛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입사해 RA 생활을 시작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4년간 RA 생활을 하며 기본기를 충실히 익힌 것을 자신의 강점으로 가장 먼저 꼽았다. 국내 보험 산업 역시 통신이나 석유화학과 마찬가지로 이미 성숙기에 진입해 서서히 성장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큰 변화가 없는 산업 분야이기 때문에 신인으로서 두각을 보이기가 쉽지 않은 부문이다.

그는 “초짜이기 때문에 요령이 부족한 만큼 정석대로 기본을 충실히 담아내는 보고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확한 데이터 해석을 바탕으로 논리적인 결론을 이끌어 내는 데 가장 중점을 둔다.

김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꼼꼼하게 쓴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며 “가능하면 보고서를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고서 내에서 가능한 한 모든 궁금증이 해결될 수 있도록 작성하는 데 공을 많이 들인다”고 덧붙였다.

김 애널리스트는 올 한 해 보험 섹터의 전망을 꽤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국가 경제 차원에서는 우려 요인일 수 있는 고령화가 장기적으로는 보험 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헬스 케어 산업과 보험 상품의 연계를 통한 영역 확대가 기대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바이오 등 계열사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보험사, 연금 운용에 특화된 성과를 나타내는 보험사의 성장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이남준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디어·광고 부문 7위, 엔터테인먼트·관광 부문 8위를 차지했다. 그는 1986년생으로 2012년 캐나다 토론토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입사했다. 애널리스트 2년 차로, RA를 포함해 경력 3년 만에 2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미디어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특히 숫자로 나타내기 힘든 부분이 많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들을 숫자로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예를 들어 ‘태양의 후예’가 한창 인기를 끄는 시기에 대부분의 보고서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콘텐츠를 봤는지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이 애널리스트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다. 이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비용이 얼마가 투입됐고 중국에 얼마에 팔리면 누구에게 얼마의 수익이 돌아가는지를 분석했다. 지난해 4월 발표한 ‘드라마 제작사, 활로를 찾다’가 그 결과물이다.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목표라는 그는 유망 종목으로 CJ E&M을 꼽았다. 그는 “질 높은 콘텐츠를 위해서는 투자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지난 몇 년간 적자를 무릅쓰고 지상파 방송사에 버금가는 콘텐츠 투자를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CJ E&M 콘텐츠를 향한 해외 수요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것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2016 하반기 베스트 증권사 애널리스트]
-하나금융투자, 2회 연속 '대상' 수상
-하나금융투자 '전성기' 굳혔다.
-NH투자증권 '베스트 법인영업' 1위
-신한금융투자의 차별화된 분석 전략
-메리츠종금증권의 '광대승천'
-베테랑 못지않은 '앙팡 테리블'
-2관왕 3명...박종대, 5연속 2관왕
-2016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순위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