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인사이드]
대우건설 사상 첫 외부 출신 박창민 사장
“수익성과 생산성에 중점 둔 내실 경영으로 2017년 위기 극복”
대우건설 박창민 사장의 ‘150일 경영 일기’
(사진)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 1952년 경남 마산 출생. 울산대 건축학과 졸업. 중앙대 건설대학원 건축경영학과 석사. 현대산업개발 사장. 한국주택협회장. 대우건설 사장(현). /대우건설 제공

[한경비즈니스=김병화 기자]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이 1월 19일 취임 ‘150일’을 맞는다.

박 사장은 1979년 현대산업개발에 입사해 상무와 부사장을 거쳐 2011년 사장을 맡아 4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2012년부터 2016년 초까지는 한국주택협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35년 동안 다양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업무 추진력과 조직 융합력을 인정받은 박 사장이 대우건설로 자리를 옮긴 것은 2016년 8월 23일이다.

◆ 우여곡절 끝에 취임…신뢰 회복에 중점

시작은 평탄하지 않았다. 박 사장은 선임 과정에서 다양한 시비에 휘말렸고 우여곡절 끝에 사장에 임명됐다.

대우건설 노조는 친박계 정치인이 그를 지지했다는 ‘낙하산 인사’ 의혹과 해외 건설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취임식 날에도 본사 로비에 모여 박 사장의 취임을 반대했다. 노조는 신임 사장 공모 과정에 대한 청문회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임직원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박 사장은 대우건설 40여 년의 역사에서 첫 외부 출신 대표이사다. 순혈주의가 강한 대우건설이었던 만큼 임직원들의 반발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우건설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박 사장을 선임했다. 국내외 건설업계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가운데 기존의 내부 인사보다 새로운 시각을 갖춘 외부 인사의 냉철한 분석과 판단이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박 사장은 현대산업개발 사장 재임 시절 다른 회사보다 먼저 금융 위기에 따른 회사의 손실을 반영해 이후 주가 상승 및 회사 발전에 기여했다. 또 해외 사업 부서를 만들어 신규 시장 창출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가 대우건설의 중·장기적인 성장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전문가로 지목된 이유다.

박 사장 취임 후 150일은 ‘소통을 통한 신뢰 회복’이란 경영 철학으로 정리된다. 그는 사장이라는 직책보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선배로서 형제애에 가까운 임직원들과의 격의 없는 만남과 대화를 지속하며 임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 주력했다.

박 사장은 “상대의 입장에서 들어주는 것이 소통의 기본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러한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솔선수범해 현장과 본사 임직원들과의 자리를 마련하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연말까지 총 11번에 걸쳐 국내외 37개 현장을 방문(해외 2번, 10개 현장)했고 월 2회 이상의 국내외 현장 방문을 통해 직원들과의 대화 및 현장 중심의 경영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박 사장의 현장 경영은 취임 직후인 8월 미사강변2차 푸르지오를 비롯해 하남 힐즈파크 푸르지오 등 서울 수도권 현장 방문으로 시작됐다. 이어 10월 알제리·모로코·카타르·쿠웨이트 등 북아프리카·중동 지역 해외 현장 방문 등으로 쉼 없이 이어져 지난해 12월 베트남·싱가포르 등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광폭 행보를 지속했다.

박 사장은 올해도 해외 현장을 비롯해 국내 현장에 대한 방문을 이어 가며 현장 속에서 직원들과의 소통을 실천할 예정이다.

특히 박 사장은 현장에서 의전보다 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현장의 어려움과 필요한 지원에 대해 격의 없이 의견을 교환하며 신뢰를 쌓았다. 그는 “선배는 후배의 의견을 진심으로 경청하고 후배는 선배의 생각을 존중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 후배 위한 변화와 혁신, 인재 경영 강조

박 사장은 취임 직후 수익성 강화를 통한 재무 안정성과 조직 효율화를 통한 생산성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외형적 성장 위주의 정책에서 탈피해 혁신적인 원가절감과 현금 유동성에 기반을 둔 목표 관리 및 리스크 관리를 통한 내실 경영을 주문하고 슬림하고 건강한 조직을 만들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박 사장의 경영 방침은 대우건설의 연말 조직 개편을 통해 확인됐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말 본사의 슬림화를 단행하며 사업 부문별로 프로세스 완결형 조직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대우건설은 각 본부별 책임 경영을 강화해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하도록 했다고 평가한다. 또한 자기 완결형 사업 구조를 구축해 생산성을 강화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취임 전부터 대우건설의 기업 문화인 ‘도전과 열정’에 대해 높이 평가해 온 박 사장은 대우건설의 기업 문화를 바탕으로 변화와 혁신에 대한 과감한 시도를 주문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창립 기념사와 올해 신년사에서도 인재 경영에 대해 강조했다.

박 사장은 창립 기념사에서 “훌륭한 인재 육성이 회사의 영속성을 위한 기본적인 의무”라며 후배 육성에 대한 관심과 교육을 선배들에게 당부했다. 특히 경험과 노하우 전수를 위한 매뉴얼 구축을 통해 시스템화한 교육 프로그램 마련에 중점을 둘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그는 신년사에서 임직원 스스로 회사의 주인으로서 후배들에게 어떤 회사를 물려줄 것인지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할 것을 주문했다. 회사의 10년 뒤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신성장 동력 개발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도 밝혔다.

박 사장은 올해 경영 환경이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와 금리의 불확실성, 소비 심리 위축, 국내 정치 리스크 등 대내외 변수에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주역의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를 인용해 “아무리 힘든 상황이더라도 스스로 변화하려는 의지와 노력으로 헤쳐 나갈 수 있고 생존을 위한 유일한 답이 결국 임직원 스스로의 변화에 대한 노력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kb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