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커리어 업그레이드]
기업은 ‘자기 발전’보다 ‘회사 발전’에 기여하는 직원 원한다
직장 생활의 ‘최종 승자’로 살아남는 법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몇 달 전 한 직장인으로부터 다소 황당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직장 생활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국내 중견기업에서 영업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직장 생활 7년 차 대리였다.

과장 승진 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직장 생활 경험이 아예 없는 취업 준비생이거나 직장 경험이 부족한 신입 사원이 할 법한 질문을 하니 조금 뜬금없었다.

그런데 그의 얘기를 듣다 보니 그의 질문은 결코 즉흥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직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현상에 의문을 갖고 있었다. 특히 열심히 일했는데도 고과를 잘 받지 못해 승진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직원은 적당히 일하는 것 같은데도 평가가 좋은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질문을 받고 나는 그에게 어떤 답을 줘야 할지 막막했다. 그동안 어떻게 해야 직장 생활을 잘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나도 신입 사원으로 입사해 직장 생활을 꽤 오래 했지만 그냥 맡은 일을 열심히 했던 기억밖에 없다. 한 번도 어떻게 해야 직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고민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그의 질문은 조금 엉뚱하게 들렸고 답변하기 어려웠다.

너무 평이했지만 생각할수록 답하기 어려운 이 질문은 한동안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는 답을 찾기 위해 그동안 내가 직장 생활을 어떻게 했나 돌아봤고 내가 좋게 평가했던 직원들을 떠올렸다.

유능한 인재라고 판단해 기업에 추천한 사람들을 다시 들여다봤고 그들이 입사해 어떻게 지냈는지 알아봤다. 서점에서 이런 주제를 다룬 책이 있는지 찾아보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직장 생활을 잘하는 방법은 회사의 발전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내가 내린 결론에 대해 “너무 평범하고 일반론적인 얘기가 아니냐”고 지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직장 생활과 인재 평가 그리고 기업 경영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사람들은 모두 회사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었다.

반대로 평가가 나쁜 직원들은 한결같이 회사 발전에 대한 기여가 부족하거나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직장인들 가운데 이 평범한 원칙을 소홀하게 여기거나 간과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내게 질문했던 직장인도 이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모든 평가의 핵심 기준은 ‘조직 기여도’

일반적으로 직장에서 자신의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면 성과가 난다. 또한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이 성과가 조직이 원하는 것이냐’는 점이다.

만약 자신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 조직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결과물에 대한 평가는 자신의 기대와 다를 가능성이 높다. 직장에서 한눈팔지 않고 충실히 일했어도 조직의 평가가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

조직 기여도는 특정 직무나 특정 직급의 직원에게만 적용되는 평가 기준이 아니다. 사실상 모든 분야의 모든 임직원에게 적용되는 기업의 핵심 평가 기준이다. 이 평가는 직원들의 성과 증대를 통한 조직 기여도 향상을 목표로 그들을 교육하는 기업의 인적자원개발(HRD) 담당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몇 년 전 한 경영대학원이 인사 세미나를 하겠다고 안내문을 보냈는데 주제가 조금 독특했다. 주제는 ‘조직에 기여하는 교육은 성과로 말한다’였다. 나는 ‘조직 기여와 교육’, ‘교육과 성과’를 연결한 것이 너무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세미나 담당자에게 왜 그런 주제를 선택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기업의 교육 담당자들이 가장 많이 하고 있는 고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HRD 담당자들은 자신의 업무인 임직원 교육이 과연 조직원의 성과와 조직의 성장 발전에 기여하고 있느냐에 대한 기업 내 회의론에 시달리고 있다.

교육 담당자들은 임직원 교육을 열심히 준비해 잘 마쳤는데도 종종 “교육과 성과는 별개”라는 교육 무용론을 듣기도 한다. 특히 “바빠 죽겠는데 자꾸 쓸데없는 교육을 받으라고 한다”는 핀잔을 들을 때마다 보통 속이 상하는 게 아니다.

교육 담당자가 조직 기여도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교육받은 직원들의 성과가 늘어나는 게 입증돼야 한다. 교육받지 않은 직원보다 교육받은 직원의 성과가 눈에 띄게 높아지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교육의 효과를 인정할 것이다.

교육 담당자들이 직원들의 성과를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이 무엇이고 이 교육을 어떻게 진행해야 좋은지를 고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의 효과라는 게 금방 나타나는 게 아니고 측정하거나 체감하기도 쉽지 않아 교육 담당자들은 수시로 교육 무용론에 직면하게 된다. 업무 시간이 부족하다 싶으면 아무리 열심히 준비했던 교육이더라도 순식간에 포기하는 게 비일비재하고 구조조정을 할 때 HRD 담당자들이 앞 순위에 놓이는 게 현실이다.

기업의 채용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도 조직 기여도다. 면접관들은 임직원을 채용하기 위한 인터뷰에서 지원자가 입사한 뒤 조직에 어떻게 기여할지 꼼꼼히 따진다. 지원자의 기술·지식·경험을 세세히 파악하는 것도 기여도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연봉 책정 기준도, 직급과 직책의 결정 기준도 조직 기여도다. 특히 면접관들이 입사 지원자들로부터 가장 듣고 싶은 얘기도 기여도에 관한 것이다.
직장 생활의 ‘최종 승자’로 살아남는 법
◆조직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아는 게 첫걸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조직 기여도를 높일 수 있을까.

첫째, 조직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이 회사 가치를 키우는 것이고 어떤 게 의미 있는 성과인지 제대로 알아야 조직에 필요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늘 저녁 늦게까지 남아 일하는 직원이 있었다. 가끔 늦게 퇴근하다가 사무실을 들러보면 그는 늘 자리에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연말 인사팀이 내놓은 평가 보고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도 그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승진자 명단에도 빠져 있었다.

나는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걱정하면서 인사 책임자를 불러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 인사 책임자의 얘기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랐다. 인사 책임자는 그 직원에 대해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열심히 할 뿐 회사가 필요한 것을 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했을 뿐 부서장이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일을 우선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인사 책임자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회사의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던 셈이다.

둘째, 조직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면 거기에 맞게 자신의 업무 방향을 맞춰야 한다.조직 기여도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자기 업무를 조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자기 업무를 그냥 열심히 하는 수준을 넘어 조직이 성과를 내고 가치가 커지는 쪽으로 자신의 업무가 시너지를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조직에 기여한다는 것이 반드시 매출과 직결되는 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조직에서 조직 기여도는 직원이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영업 담당자는 실질적 매출이나 신규 고객 발굴, 기존 고객과의 관계 등을 평가한다. 또 총무 담당자는 사내 업무 환경 개선과 업무 분위기 조성, 구매 효율성이 주요 평가 요소가 된다.

인사 담당자는 인재의 발굴과 육성, 조직원의 정확한 평가와 적재적소 배치 같은 것을 보게 된다. 따라서 자신의 업무가 조직이 원하는 것과 어떻게 연결되고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셋째, 조직이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해야 그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안다면 최적의 실행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직장인들이 어떤 것을 실행할 때 종종 간과하는 것이 있다. 업무를 추진할 때 가급적이면 조직이 원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결과만 내면 되지 무슨 방법까지 세세하게 따지느냐”고 볼멘소리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회사가 원하는 업무 수행 방식은 단순히 성과만 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성과뿐만 아니라 그 성과를 만드는 과정에서 팀워크와 기업 문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고객에게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전파하는 것 등의 간접적 효과까지 감안해 고안된 것이다. 이 때문에 조직은 구성원들에게 계속해 업무 내용뿐만 아니라 업무 방식까지 교육 훈련하고 있다.

가끔 조직이 원하는 결과를 조직이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상사와 동료들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성과에 대한 평가가 반감되고 만다.

성과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회사가 기대했던 간접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경영 철학이나 기업 문화와 다른 방식을 선택해 성과를 만들어 내고도 비판을 받기도 한다.

직장 생활에서 성과를 내는 것 못지않게 성과를 내는 과정에서 조직 구성원들과 함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자신의 조직 기여도를 극대화하려면 업무에 착수하기 전과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시로 상사나 동료들과 협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조직에서 화합과 협력이라는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언제나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성실하기만 해서 잘된다는 보장도 없다. 경영자나 상사에게는 성실한 직원 중 일부는 그저 부지런한 사람일 뿐 조직 기여도가 높지 않은 평범한 직원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직장인들이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자신의 업무를 통해 어떻게 조직 기여도를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나는 아직까지 조직 기여를 고민하는 직원이 직장 생활의 패자가 됐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회사에 필요한 사람은 출근부에 열심히 도장을 찍고 아무 일이나 무조건 열심히 하는 직원이 아니다. 조직의 가치를 키우고 성과를 만들어 내는 데 구체적으로 기여하는 직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