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트렌드]
‘길들인 당나귀’는 지금의 경영 환경과 맞지 않아…‘과감한 권한 위임’이 핵심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는 방법은 '당근과 채찍'이 아니다
약팀을 강팀으로 만든 설기현 감독의 1위 비결
(사진) 성균관대 축구팀을 강팀으로 만든 설기현(오른쪽) 감독의 선수 시절 모습. /연합뉴스

[강소엽 휴먼솔루션그룹 전문교수] 새해가 시작되는 1월이면 모든 조직의 리더들은 비슷한 고민을 시작한다. 목표와 과제를 할당 받은 구성원들이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책임감 있고 열정적으로 실행하게 만들 것인가’에 관해서다.

예를 들어 식품회사 기획팀을 맡고 있는 김 팀장은 여느 때보다 혁신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이라 이번 상반기 워크숍이 잘되길 바란다. 담당자는 지난해에 승진한 박 대리로 정했다.

아직은 의욕이 살아있고 새로운 과제가 본인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다만 최근 박 대리에게 업무가 몰리고 있는데다 워크숍 기획이 주요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자칫 소홀히 준비할까봐 걱정된다.

당신이 김 팀장이라면 박 대리의 의욕과 열정을 높이기 위해 어떤 방법들이 떠오르는가. 성공적인 마무리를 조건으로 근사한 저녁이나 특별 휴가 지원 등을 약속할 수 있다. 그것도 나쁘지 않다. 괜찮은 방법이다. ‘보상을 주면 행동이 강화되고 처벌을 하면 행동이 약화된다’는 것은 검증을 거친 상식이니까.

그런데 이것도 알고 있는가. 그 방식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일시적인 ‘보상과 처벌’은 확실히 효과가 있지만 지속적인 효과를 내려면 그 강도가 점점 세져야 한다. 물론 당신에게 보상 자원이 무한정 있다면 상관없다.

하지만 당신도 조직의 일원으로 급여를 받고 있다면 결국 이 방식엔 한계가 있다. 그러면 구성원들을 움직이게 할 또 다른 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내재된 중요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인간의 내재된 욕구’를 활용하라

인간에겐 어떤 욕구가 내재돼 있을까.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필자의 조카가 보인 행동에서 그 힌트를 찾아보자. 최근 이 아이의 엄마(필자의 동생)는 외출할 때마다 너무 힘이 든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아이가 본인이 입을 옷을 고르면서 시간을 너무 많이 쓴다는 것이다.

보다 못한 엄마가 “그냥 골라 주는 대로 입고 가!” 그러면 끝까지 “내가 고를 거야!”라면서 고집을 피운다. 그러고 기어이 자기가 고른 옷과 양말·신발을 갖추고서야 헤벌쭉 웃으면서 만족해한다.

이건 어떤 욕구일까. 많은 심리학자들이 강조하는 ‘자율성’이다. 인간의 타고난 본능 중에서도 ‘내 행동의 원천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다’는 욕구다.

그런데 아쉽게도 자율성은 조직에서 발휘되기 어렵다. 왜일까. 조직은 구성원들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기를 바라기 때문에 통제를 원한다. 또한 성공 확률을 높이고 싶기 때문에 검증된 방식을 강요한다. 물론 조직의 관점에선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자율성을 억압하는 방식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에이, 하란 대로 하지 뭐”라며 수동적으로 변해 버린 구성원을 보게 될 것이다. 의욕과 열정을 상실한 채 마치 기계처럼 움직이는 모습만 남게 된다. 그렇다면 조직도 살리고 개인의 자율성도 발휘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약팀을 강팀으로 만든 설기현 감독의 1위 비결
◆‘아침밥은 먹고 싶은 사람만’

첫째 방법은 리더가 가지고 있는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다. 그런데 권한 위임을 이야기하면 많은 리더들은 걱정부터 한다. “역량도 부족한데 본인 마음대로 하다가 망치면 어떡합니까?” 이런 리더들에게 말하건대 그건 권한 위임이 아니다. 그건 방임이다. 우리가 말하는 자율은 방임과 다르다.

예를 하나 들어 보자. 대학 리그에서 중위권에 머무르던 성균관대 축구팀이 최근 몇 년간 눈부신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2015년엔 대학 리그 서울·경기권 대학 1위를 거머쥐더니 이듬해엔 FA컵 16강에 진출했다.

비록 16강에서 성남 FC에 패했지만 프로 축구팀을 상대로 이 정도 성적을 올렸다는 것은 대단한 결과다.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선수들은 하나같이 설기현 감독의 운영 방식을 꼽는다.

설 감독은 2015년 취임하면서 3가지 원칙을 내세웠다. ‘단체 훈련은 하루 1시간 10분 이내, 주말은 무조건 휴식, 아침은 먹고 싶은 사람만.’ 단체 행동과 획일성을 중시하던 기존의 문화와 정반대로 선수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설마 저것만 지키겠어?’라고 반신반의해 하던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방식이 실패해도 너희들을 탓하지 않겠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하지만 이게 옳다는 걸 너희들이 증명해 줬으면 좋겠다.” 다행히도 그 증명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설 감독의 사례를 보면 권한 위임의 중요한 두 가지 요소가 담겨 있다. 하나는 ‘의사 결정권’이다. 감독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나를 따르라’기보다 선수들의 역량과 개성을 최대한 존중해 그들에게 시간과 같은 ‘자원 활용’과 아침 식사 여부와 같은 ‘진행 방식’의 선택권을 줬다.

다른 하나는 ‘원칙’이다. 마냥 자율성을 주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할 룰은 정하고 공유했다. 가령 ‘주말은 무조건 쉬어야 한다’는 원칙이 그 예다.

그러면 김 팀장의 사례로 가 보자. 김 팀장은 박 대리에게 어떤 식으로 권한을 위임하면 좋을까.

먼저 줄 수 있는 ‘의사 결정권’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워크숍 장소와 시간, 사회자, 프로그램, 진행 방식, 하다못해 식사 메뉴라도 있을 것이다. 대세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가 재량을 펼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여기에 지켜야 할 ‘원칙’만 정하라. 가령 진행 상황에 대한 중간보고는 언제쯤이 좋을지에 관한 것 등이다.

이렇게 하면 박 대리로서는 워크숍 준비가 단순히 해내야 할 업무라기보다 자신의 역량과 개성이 발휘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초보 택시 운전사와 베테랑의 차이

자율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둘째 방법은 ‘질문’이다. 질문은 상대방이 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느끼게’ 할 수 있는 중요한 대화법이다. 필자는 서울에서 살고 있는데 급할 때는 택시를 자주 이용한다.

예를 들어 강남에서 택시를 타고 강북으로 가는데 운전사가 묻지도 않고 1호 터널로 갔다. 입구부터 엄청 막힌다. 그럴 땐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온다. “아이, 왜 1호 터널로 오셨어요. 막히는 거 모르셨어요?”

그런 반면 노련한 운전사는 다르다. 딱 타면 물어본다. “손님, 반포 탈까요? 한남 탈까요?” 아니면 “1호터널로 갈까요? 3호터널로 갈까요?” 그러다 막히면 나는 어떤 말을 할까? “이 시간대는 꼭 이렇게 막혀요. 그렇죠?”

차이가 느껴지는가? 같은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천지 차이다. 전자는 남 탓이고 후자는 내 탓이다. 왜냐하면 전자는 타인에게 강요당했고 후자는 내가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극명한 인식 차이는 단지 ‘질문’ 하나가 만들어 낸 결과였다.

질문의 힘을 아는 리더들은 무언가를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구성원들의 의견을 구한다. 의사 결정에 ‘참여했다’는 느낌은 ‘공동의 책임감’을 갖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노파심에 하나만 더 얹자.

질문은 던지되 결국은 본인 마음대로 결정해 버리는 리더들이 있다. 그럴 것이라면 차라리 질문을 하지 않는 게 낫다. 괜히 남아 있던 신뢰마저 탈탈 털릴지도 모른다.

리더에게는 지시와 통제가 더 쉽고 시간도 덜 걸릴 수 있다. 하지만 구성원들이 더 많은 행복감을 느끼기를 바란다면, 그리고 업무 수행 능력이 향상되기를 바란다면 그들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길 바란다.

‘인간을 당근과 채찍으로 길들이려고 하면 인간은 결국 당나귀가 된다’는 말이 있다. 당나귀와 일할 것인지, 인간과 일할 것인지 선택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