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6만원에서 70만원으로 껑충…응시생 불만 폭발 직전
안전 위한 ‘불면허’에 허리 휘는 응시생들
(사진)'T자코스'와 경사로가 부활되는 등 강화된 운전면허 시험이 전격 시행중이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물면허’로 불리며 쉽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운전면허시험이 바뀐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운전 실력이 어지간하지 않고서야 합격이 어려워 ‘불면허’로 불린다.

이전에는 마음만 먹으면 독학으로도 취득이 가능했지만 올해부터는 사실상 운전전문학원의 문을 두르려야만 합격이 수월하게 된 셈이다. 면허시험이 어려워지면서 면허를 갓 획득한 뒤 도로에 나온 초보 운전자들의 황당한 사고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운전면허시험 응시생들의 부담과 한숨이 더욱 깊어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운전면허시험, 정확이 얘기하면 장내기능시험이 어려워진 이유는 초보 운전자의 사고율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2010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면허시험 간소화 정책을 시행해 왔다. 면허 취득 과정에서의 시간과 비용을 줄여 응시자들의 부담을 덜겠다는 게 목적이었다.

간소화 이전까지 장내기능시험이 어려웠기 때문에 대부분의 응시자가 교육과 검정을 함께 진행하는 운전전문학원을 이용했고 이에 따라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 했다.

◆지나친 ‘물면허’로 국제적 망신도

정부 정책은 주효했다. 간소화 정책 시행 이후 장내기능시험의 합격률이 90%까지 오른 것이다. 동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합격이 가능할 만큼 기능시험 난이도가 떨어졌다. 굳이 학원에 등록하지 않아도 돼 직접 국가 면허시험장을 찾아 시험을 보는 이들이 늘어났고 응시자들 역시 부담이 경감됐다.

하지만 이에 따른 폐단도 만만치 않았다. 쉽게 면허를 취득한 초보 운전자들의 사고 발생 비율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조사 결과 운전면허시험이 간소화된 이후 초보 운전자의 사고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경력자 대비 사고율이 간소화 전 1.7배에서 2015년 2.1배 정도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한국의 운전면허시험이 쉽다고 소문이 나자 중국인들이 면허를 따기 위해 국내로 몰려온 것이다. 중국의 운전면허 취득 과정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시간도 짧게는 4개월 길게는 1년까지 걸린다. 한국 면허증을 취득하게 되면 간단한 이론 시험만 보고 중국 면허증으로 교체할 수 있는데 이를 이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이 한국에서 취득한 면허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계속해 잡음이 일자 정부도 결국 운전면허시험을 다시 어렵게 개정했다. 즉, 국민의 경제적 부담보다 안전을 우선시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수강료 인상 막을 제도 필요”

장내기능시험이 어려워진 만큼 운전면허 독학 취득은 사실상 힘들게 됐다. 학원 등록이 합격의 지름길이지만 응시자들의 부담이 예상보다 더욱 커져 문제가 되고 있다. 당초 경찰청은 운전면허시험이 어려워지면 학원 수강료가 전국 평균 40만원에서 48만원으로 20% 정도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조사 결과 평균 수강료는 56만원으로 30% 넘게 비싸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 개정으로 시설을 개선하고 유류비 등 교육 시간이 늘었다는 게 학원들의 주장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능시험과 도로주행 시 지불해야 하는 검정료(약 10만원)는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결국 운전면허 취득까지 약 70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다. 검정료는 불합격해 재시험을 볼 때마다 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운전면허 연습만 시켜주고 시험은 국가면허시험장에서 보게 하는 학원도 가격이 약 30% 올랐다. 실제 자동차로 연습할 경우 수강료는 50만원대로 이전(30만원 중반)보다 비싸졌다.
다만, 실제 자동차가 아닌 시뮬레이터로 연습할 경우 가격은 20만원 중반대로 변동이 없었다.
안전 위한 ‘불면허’에 허리 휘는 응시생들
독학도 충분히 가능했던 이전과 비교해 보자. 1회 응시에 합격한다고 가정했을 때 면허 취득까지 들어가는 비용(1, 2종 보통 기준)은 최소 6만6500원이었다.학원에 등록하는 비용보다 10배 가까이 저렴한 셈이다.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운전면허까지 독학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응시자들의 불만이 더욱 고조되는 모습이다. 안전을 위해 운전면허시험을 강화한 취지는 좋지만 응시자들의 비용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 역시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현재 경찰은 전국 자동차 운전학원의 수강료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적정 수강료 책정을 위한 연구 용역을 추진하고 담합에 대해서는 집중 점검해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을 부과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담합이 아니라면 학원 수강료 인상에 대해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현재 마련돼 있지 않은 만큼 실효성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선형 법률사무소 서한 변호사는 “현행 도로교통법상 수강료 인하에 대한 규제는 가능하지만 인상에 대한 규제 조항이 사실상 미비하므로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실효성 제고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협업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