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트렌드]
핵심은 ‘전략적 유연성’… 개편 후 꾸준히 보완하는 과정 거쳐야
‘성공확률 25%’ 조직개편 어떻게 할까
(사진) 지난 1월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한 LG CNS.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 칼럼=권상술 IGM 세계경영연구원 부원장] 많은 기업들이 전략을 새로 세우거나 사업 우선순위를 변경한 뒤 조직을 다시 설계한다.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 비용 절감, 새로운 성장 방향 모색, 조직 문화 쇄신 등을 위해 조직구조를 변경하기도 한다.

조직의 설계나 개편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한다. 조직 개편 이후 구성원들이 혼란에서 벗어나고 적응하는데 드는 비용도 상당하다. 이런 고비용의 조직 개편이 효과를 내고 있을까.


세계적 컨설팅사들의 조사에 따르면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베인앤드컴퍼니는 57건의 조직 개편 사례에서 실적 개선을 가져온 사례는 3건당 1건 미만이었다고 발표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세계 35개국 1000명 이상 대기업 임원 1600명 중 조직 개편이 성공적이라고 답한 이는 절반도 안됐다고 밝혔다. 실패할 경우 기회 상실과 비용 발생 외에 경영수지 악화, 생산성 하락, 시장 포지션 약화, 직원 만족 저하와 같은 부작용도 나타났다.


맥킨지가 2015년 132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성공 사례는 4분의 1 미만이었다. 개편 이후 오히려 활력을 잃은 회사는 44%였고 성과 개선에 실패한 기업도 3분의 1이나 됐다.

조직 개편이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전략과 한 방향으로 구조를 설계하지 못하거나 적합한 사람을 배치하지 못하거나협업과 같은 과정적 측면을 간과해서다.

◆ 사업 우선순위가 첫째 고려 요소

조직 설계의 첫 단계는 새로운 전략이나 사업 우선순위에 적합한 구조를 어떻게 짤지 고민하는 것이다.

기업은 새로운 고객 확보, 글로벌 시장 진출, 신제품의 신속한 출시, 대대적 비용 절감, 획기적인 혁신, 새로운 조직문화 구축 등 다양한 목표에 따라 무엇을 기준으로 조직을 구성할지 정해야 한다.

기업의 구조는 기능·제품·시장·지역·프로세스 등에 따라 사업부·매트릭스·네트워크 구조를 만든다. 소규모 기업일 때는 기능별로 운영하다 규모가 커지면 유사한 제품·시장·지역·프로세스 등을 기준으로 사업을 짠다.

규모가 더 커지면 구조가 뒤섞인 매트릭스 구조를 만든다. 외부 협력과 부족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타 기업들과 네트워크를 구성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서도 네트워크 구조를 갖춘다. 주민이 9만4000명인 미국 조지아 주 샌디스프링스 시청에는 공무원이 7명뿐이다. 이들은 다양한 민간 기업들과 네트워크를 이뤄 시정을 운영한다.

부서화의 기준은 경쟁 상황이나 전략의 변화에 따라 바뀌거나 혼합된다.

소비재 회사들은 전통적으로 시장별·지역별 구조를 갖는 경우가 많았다. 초대형 유통업체들은 구매 파워가 커짐에 따라 규모의 경제도 살리고 공급자 파워를 키우기 위해 제품 중심 조직으로 재편하기도 한다.

각각의 조직은 장단점을 지녀 모든 상황에 적합한 부서화 기준이란 없다.


조직 단위를 정하고 나면 각 부서의 인원수와 관리자가 담당할 직원 수(통제 폭)를 정해야 한다. 인원수는 업무량을 고려해야 하며 통제 폭은 업무 특성과 구성원들의 역량 및 태도를 감안해야 한다.

통제 폭이 좁을수록 계층은 늘어난다. 일반적으로 통제 폭이 7명 미만이거나 계층의 수가 8개 이상이면의사결정 속도가 떨어지고 관료화가 심해진다. 가능한 한 계층 수를 줄이면 업무의 본질에 초점을 맞추게 돼 생산성이 올라간다.

부서를 편성한 뒤 책임 중심점을 정해야 한다.


원가 또는 비용 발생에 대해 책임지는 원가 중심점은 제조부서나 연구개발부서에 적합하다. 수익과 매출의 발생을 책임지는 수익 중심점은 영업부서에 알맞다. 수익과 원가를 통제해 이익까지 책임져야 하는 이익 중심점은 사업부 조직에 적당하다.

책임 중심점 설정은 회사 전체의 손익 구조 결정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 책임 중심점에는 적절한 수직·수평적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수직적 권한 배분은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보고할 활동과 자율적으로 처리할 업무가 무엇인지 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소규모 기업은 CEO가 거의 모든 활동을 챙길 수 있지만 규모가 커지면 경영상 아주 중요한 요소만 관장하고 나머지는 위임하게 된다. 리스크나 브랜드 관리 등 일관성이 중요한 사안, 연구·개발이나 생산 등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활동, 전략적 중요성이 높은 사안은 집권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수평적 권한 배분은 영업·제조·연구개발·관리 등 어디에 상대적으로 많은 권한을 부여할 것인지 사업 특성이나 CEO의 경영 스타일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역량에 따라 적재적소에 사람들을 배치하라

구조가 결정되면 각 조직별로 사람들을 배치해야 한다. 이후 회사의 사명·비전·전략을 실행할 핵심 성공 요인과 반드시 수행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정한다. 전략 실행에 적합한 리더와 구성원을 정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역량의 수준을 파악해야 한다.

리더 선정은 실행력, 전문성, 인재 관리 능력, 변화 관리 능력 중 하나 이상을 갖추고 있는지 봐야 한다. 이들 역량 중 상대적으로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는 각 부서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신규 사업을 주로 하는 부서는 실행력과 변화 관리 능력이 더 필요하고 안정된 사업을 운영하는 리더라면 전문성과 인재 관리 능력이 더 요구된다.


리더의 역량 파악은 인터뷰, 분석 및 발표, 사례 분석, 집단 토의, 비즈니스 게임 등 전문가들의 평가센터 기법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구성원들의 역량은 단순한 ‘감’이나 평판을 기준으로 판단하지 말고 역량 모델을 활용하거나 해당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수적인 역량이 무엇인지 기준을 정해 판단해야 한다.
‘성공확률 25%’ 조직개편 어떻게 할까


◆ 협업 촉진 위한 ‘역할협의서’ 합의 중요

조직 구성원을 배치하고 나면 모든 사람들이 서로 협업하며 성과를 낼 수 있는 틀을 만들고 책임의식을 높여 줘야 한다. 모든 구성원들은 성과에 대해 개인 책임과 공동 책임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구성원들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려면 CEO부터 자신의 역할에 대해 명확한 내용을 정해야 한다. 개인 책임과 공동 책임에 관해 정하고 핵심 성과지표와 의사결정 권한을 규정한 뒤 ‘역할협의서’를 작성한다.


역할협의서는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단순히 기술하는게 아니라 상사와 동료 및 부하들과 내용을 공유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통해 작성돼야 한다.

역할협의서는 CEO 및 상위 2~3개 계층까지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먼저 CEO가 자신의 역할협의서를 작성한 뒤 직속 임원들에게 내용을 설명하고 조직 전체의 목표와 역할 분담에 대해 논의한다.

직속 임원들도 각자 역할협의서를 작성하고 토론을 통해 모호하거나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 수정 및 보완한다. 임원들은 자신의 직속 부하들(주로 팀장들)을 모아 동일한 과정을 진행한다.


역할협의서는 결과물보다 합의에 이르는 과정 자체가 더 중요하다. 작성 절차를 잘 준수하면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한두 차례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 서로 책임져야 할 사항, 핵심 성과 지표, 의사결정 권한, 바람직한 행동 등을 폭넓게 논의하고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의사결정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 책임 소재의 모호성, 협업 저해 요인 등을 찾아낼 수 있다. 조직 설계는 톱에서 방향만 정하고 원칙에 따라 현업의 책임하에 진행하는 것이 좋다.

부서화 기준 결정이나 책임 중심점 설정 또는 집권화 여부 등은 톱에서 정하되 구체적인 방안은 현업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기 조직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현업의 리더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조직 개편은 기업의 사정이 좋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시행하는 것보다 사정이 좋을 때 선제적으로 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조직 구조는 설계된 순간이 최적 상태이고 이후로는 조금씩 부적합 상태로 빠지기 마련이다. 한 번에 완벽한 조직을 설계하려 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간다는 자세로 진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