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물리치료에 '게임' 접목 ...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로 세계의 주목을 받아 (사진) 반호영 네오펙트 대표. /네오펙트 제공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해마다 1월이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떠들썩하게 만드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는 애플과 삼성전자, 구글 등 전 세계 IT공룡들이 인공지능(AI), 로봇 등 최첨단 미래기술을 뽐내는 각축전이나 다름없다.
국내 스마트헬스케어 스타트업인 네오펙트에서 선보인 ‘라파엘 스마트 글로브’는 CES 2017에서 떠오른 ‘뉴 스타 ’ 중의 하나다.
이번 CES 2017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라파엘 스마트 글로브는 CNN, NPR, 로이터, 테크크런치 등 글로벌 미디어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CNN에서 선정한 ‘CES 2017의 가장 멋진 작품 14개’, ZDNET에서 선정한 ‘CES 2017 베스트 스마트홈, 사물인터넷(IoT) 제품 11개’, CNet이 선정한 ‘CES 2017의 멋진 상품 50개'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제품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지만, 국내 참가 업체 중에서 동일한 제품으로 세군데 매체에 모두 이름을 올린 건 네오펙트가 유일하다.
우리에게는 이름조차 낯선 헬스케어스타트업에 이처럼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네오펙트의 반호영 대표에게서 그 비결과 함께 국내 헬스케어스타트업의 발전을 위한 조언을 들었다.
반 대표는 최근 가족들과 함께 거주지를 한국에서 미국 캘리포니아로 옮겼다. 미국 시장 진출에 보다 힘을 싣기 위해서다. 반 대표와의 인터뷰는 구글의 회상회의 솔루션인 '행아웃'을 통해 진행했다. (사진) 구글의 화상회의 솔루션 '행아웃'을 통해 인터뷰 중인 반호영 네오펙트 대표.
◆가족 뇌졸중에 ‘헬스케어’ 창업 결심
용인에 본사가 위치한 네오펙트는 2010년 창업 이후 연매출 20억원, 직원 50여명(해외법인 포함 60여명)규모의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이곳에서 개발한 ‘라파엘 스마트 글로브’는 겉모양만 보면 마치 로봇 장갑을 떠오르게 한다. 부드러운 하얀색 재질로 만들어진 이 장갑을 손에 끼우고 게임을 즐기면 ‘뇌졸중 환자들에게 필요한 재활치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뇌졸중은 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져(뇌출혈) 뇌가 손상되는 병이다. 옷을 입거나 걷는 것처럼 일상생활에 필요한 활동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재활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반복적인 이 과정이 상당히 지루하고 고되다는 것이다.
게다가 비용도 적잖이 들어간다.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중간에 포기하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장갑을 끼고 게임을 즐기면 어떻게 재활치료에 도움이 되는 건가요?
“라파엘 스마트 재활 솔루션은 하드웨어(장갑), 소프트웨어(게임 등 콘텐츠)로 이뤄져 있어요. 장갑을 낀 환자들은 PC한 대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재활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모니터에서 ‘화분에 물주기’ ‘도마질하기’ ‘과일 쥐어짜기’ 같은 게임을 즐기며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근육을 활성화시켜 줘요. 그 외에도 게임 속 캐릭터의 ‘색깔’ 하나까지 모두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선택했습니다.
뇌졸중 환자들의 시각과 청각 각감을 자극하고, 인지기능을 강화해 환자들의 뇌가소성을 촉진해요. 뇌세포의 일부분이 죽더라도 재활 치료를 통하여 그 기능을 다른 뇌세포에서 일부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겁니다. 처음부터 철저하게 ‘치료의 목적’을 띠고 만들어진 게임이에요.”
▶게임 외에 어떤 스마트헬스케어 기능이 있나요?
“게임을 즐기다 보면 환자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가 기록됩니다. 예를 들어 팔이 움직이는 범위가 기존과 비교해 얼마나 달라졌는지, 어떤 동작을 몇 번이나 반복한 것인지 등이요. 이런 자료들이 모이면 환자를 진료하는 데 ‘의학적 데이터’로도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어요.
우리는 환자용과 의사나 물리치료사들이 보는 진료용 콘텐츠를 따로 만들었어요. 이 게임을 통해 재활치료를 하는 환자들도 중요하지만, 이를 실제로 환자 치료에 활용할 전문가들도 편하게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제품 개발 과정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나요?
“하드웨어(글러브) 개발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고 소프트웨어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병원에서 환자, 의사, 물리치료사들을 다 직접 찾아다녔습니다. 종합병원부터 중소형병원까지 총 6개 병원에서 관찰과 함께 심층인터뷰를 진행했죠.
이를 위해 병원을 섭외하는 것부터 난관에 부딪쳐서 이 작업을 하는 데만 총 6개월 정도가 걸렸습니다. 환자들이 물리치료를 받을 때 어떤 과정을 거쳐서 병원을 예약하는지, 디테일한 동선들까지 전부 다 파악했어요.
의사나 물리치료사, 환자들이 실제로 불편하게 여기는 부분이 무엇인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를 꼼꼼하게 챙기려고 노력했습니다.”
▶의학은 꽤 전문적인 분야인데 어떻게 헬스케어 창업을 결심하게 된 건가요?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큰아버지, 사촌형, 사촌누나 등 가족들 중에도 뇌졸중을 않는 경우가 많았어요. 뇌졸중을 흔히 ‘중풍’이라고 부르죠. 환자 본인이나 가족들이 이로 인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고생을 하는지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랐습니다.
때문에 늘 관심은 많았어요. 그러다 우연히 아는 형이 미국에서 대학원 박사 과정으로 뇌졸중 재활분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때 그 형이 연구하던 게 우리 ‘스마트 글로브’의 초기 아이디어였어요. 그 형이 바로 공동창업자인 최용근 최고기술책임자(CTO)에요.” (사진) 네오펙트의 라파엘 스마트 글로버 시연 모습. /네오펙트 제공
◆4년 반의 집념 “돈 생각 했으면 못버텼죠.”
국내 헬스케어스타트업에 대한 뜨거운 열기는 벤처캐피털(VC)의 투자자금만 보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11년 933억의 투자 규모는 2015년 313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성장률이 연 평균 35.4%에 이른다.
2016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국내 바이오 및 의료 분야 스타트업 대상 투자기금은 1352억 원으로 신규 투자 비중 1위를 기록했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는 분야이지만,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이 많은 투자자금 중에서도 창업 3년 미만 초기 바이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비율은 12.3%에 불과한 것이다.
2010년 6월 창업한 네오펙트 또한 오늘에 이르기까지 4년여 간 불안한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사실 반 대표는 의료기기가 아닌 우주공학을 전공했다.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TV사업부에서 일을 했다. 미국 실리콘밸리로 넘어가 스타트업에 도전했지만 ‘쓴맛(?)’을 봤다. 이후 버지니아대 MBA를 마친 뒤 네오펙트를 창업에 뛰어들었다.
창업 후 2년간은 매출이 ‘제로’에 가까운 시절도 있었다. 반 대표가 외부 용역 일을 맡아가며 조금씩 번 돈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부었다. 2014년 라파엘 스마트 글로브의 첫 제품이 출시된 순간, 반 대표는 “눈물이 핑 돌만큼 감동적이었다”고 기억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들의 제품 개발 기간과 비교해 4년은 매우 긴 시간입니다.
“처음 회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하드웨어인 글러브는 금방 만들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었죠. 그런데 4년이나 걸릴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스마트헬스케어는 일반 제품과는 사용자과 완전히 달라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상식이 이 사람들에겐 상식이 아닐 수 있는 겁니다. 우리 장갑을 보면 배터리가 손목 부분에 있어요. 그러다보니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느낄 것 같아서 손등으로 위치를 옮겨 봤어요.
일반인들에게는 배터리를 손등으로 옮겨 놓으니 훨씬 가볍게 느껴지고 편한 겁니다. 그런데 이 제품을 의사에게 가져가면 ‘환자들에게 절대 사용할 수 없다’고 펄쩍 뛰어요. 배터리 무게가 손등에만 집중이 되니까 환자들로서는 움직일 수가 없는 거죠.”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선례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지금은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우리가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국내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불모지’나 다름없었죠.
그런 상황에서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제품을 설명하려다보니, 환자, 의사, 식약처, 심지어 투자자들도 이해를 못하는 겁니다. 막상 제품을 만드는 우리도 모르긴 마찬가지였고요.
아이디어는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몰랐던 겁니다. 처음부터 하나하나 시행착오를 거치며 배워나가야 했어요.”
▶그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인가요?
“처음으로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의 시제품을 의사들에게 보여줬는데 들은 얘기가 ‘환자들에게는 쓸 수 없다’였어요. 하하. 사실 ‘이걸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었으면 못 버텼을 것 같아요.
처음부터 ‘이거면 뇌졸중 환자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사업이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어요. 한국 의사들은 의료기기를 선택하는 데 매우 까다로워요.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기술’을 뽐내려다보면 중도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환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합니다.
다만 ‘의지’와 ‘고집’은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고객은 의사들이고 환자들이기 때문에 제 ‘고집’보다는 그분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국내 의료시장이 해외와 비교해 더 까다로운가요?
“기본적으로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의료업계는 보수적이고 까다롭습니다. 그중에서도 국내는 더 까다롭긴하죠. 개인적으로는 국내 헬스케어스타트업들의 경쟁력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또 젊은 의사들 가운데서는 실제로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기술 개발에 관심이 많고 적극적인 분들도 꽤 있고요. 우리 제품만 하더라도 젊은 의사 한 분이 제품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해 꼼꼼하게 피드백을 주시는 등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 결과 우리 제품이 해외 의학박람회 등에 참여했을 때도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가장 많이 들었어요.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았다면 세계 시장에서도 가능성을 검증 받은 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사진) CNN의 'CES 2017 멋진 작품 14개'로 소개된 네오펙트의 '라파엘 스마트 글로브'. /네오펙트 제공
◆ 해외시장의 폭발적 반응 “미국 100억 매출 목표”
세계 최초로 안드로이드 기반의 모바일 혈액진단기 ‘가오’를 만든 BBB(2014년 설립)는 현재 미국과 중국에 거점을 두고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본사에서 우주인을 위한 모바일 혈액검사 솔루션 연구개발 등을 진행 중이다.
의사 출신의 대표가 창업한 힐세리온(2012년 설립)은 의사들의 청진기를 대체할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기인 ‘소논(SONON)'을 개발해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30여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AI를 통해 의료영상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루닛(2013년 설립)은 최근 CB 인사이트에서 세계 최초로 발표한 100대 AI 기업 랭킹인 ‘The AI 100’에 선정됐다. 헬스케어 관련 기업들 중에서는 TOP 11, 의료 진단 AI 관련 기업들 중에서는 TOP 7이다.
1대1 맞춤형 다이어트 코치앱 운영하고 있는 모바일 헬스케어 기술회사 눔은 아예 본사가 뉴욕에 있다. 전세계 4000만명이 다운로드를 받아 사용 중이다.
네오펙트 역시 이번 CES 2017 참가 이전부터 해외시장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 2015년 본격적인 미국의 병원과 홈케어 재활시장 공략을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법인을 운영 중이다.
위스콘인 주립대 병원, 시카고에 위치한 세계적인 재활병원 RIC 등 대형 병원들에 제품을 판매했다. 최근에는 미국 퇴역군인 환자들이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를 집에서 사용할 경우 월 비용을 미국 재향군인부에서 보장해주는 시스템으로부터 승인을 받아내는 데도 성공했다.
2016년 11월 유럽 진출의 교두보 마련을 위해 독일 뮌헨에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들 모두 세계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국내의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이들에게 제대로 된 무대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중이다.
▶라파엘 스마트 글로브는 CES 2017 이후 정말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생각보다 현지 반응이 뜨거워서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CES Unveiled’라는 미디어 행사에 테이블을 설치하고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 라파엘 스마트 키즈 등을 전시했어요. 미국에서는 뇌졸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400만~600만명 정도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가족 중 누군가는 뇌졸중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거죠. 그렇다 보니 우리 제품에 대한 공감대가 컸던 것 같아요.
흔히들 CES는 ‘얼리 어답터’들만을 위한 잔치라는 비판도 받는데, 우리 제품은 일반 대중들에게 정말 필요하고 큰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많이 받았습니다. ”
▶앞으로 해외 시장에 더 역점을 두는 건가요?
“대부분의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처음부터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을 목표로 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첫 제품은 한국에서 출시하려고 했던 데는 그만큼 ‘테스트베드’로 좋은 시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장 규모가 크지 않으니까요.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에서 정면승부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매출 100억 달성이 목표에요.
CES 2017 이후 글로벌 시장에 우리 제품이 소개가 많이 되면서 미국에서도 뇌졸중 환자나 가족들에게 제품 관련 문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병원이나 물리치료사 분들이 환자들에게 소개를 시켜주는 경우도 많고요. 하하”
▶국내는 특히 스마트헬스케어 스타트업이 성장하기에 규제가 까다롭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분명 미국 시장이 더 자유로운 건 사실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국내에서 사업을 못할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는 원격진료가 불법이기 때문에, 집에서 스마트 글러브를 사용한 환자의 기록을 의사에게 보내지 못해요.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데 그 데이터를 활용하면 의료데이터가 되거든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의료기기를 대여하는 서비스만 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무조건 원격의료를 찬성하기에는 의료업계의 논리도 일리가 있어요. 미국이나 중국같은 헬스케어 투자에 적극적인 나라들은 땅 자체가 넓고 실제로 원격진료가 환자들에게 필요해요.
이와 비교해 한국은 당장 한 동네 안에서 병원 서너 개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잖아요.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규제만 탓하기 보다는 국내에서는 국내 규제에 맞춰 방법을 찾아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굳이 국내 시장만 보기보다는 조금 더 넓은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고요.”
▶해외 시장과 비교해 국내 시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사실 미국에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많은 이유는 그만큼 의료 시스템이 좋지 못한 때문이에요. 환자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이 많다는 얘기니까요.
이와 비교해 국내 시장은 구조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의료수가가 낮기 때문에 환자들은 더욱 저렴한 가격에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물리치료사나 간호사 같은 의료업계 전문인력들은 굉장히 낮은 인건비로 이 구조를 지탱하는 것도 사실이에요.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헬스케어 기술 혁신이 비집고 들어설 자리가 좁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술이 아니라도 싼 인력으로 대체할 수 있으니까요. 스타트업 헬스케어의 육성을 위해서는 이런 전반적인 부분들이 같이 개선돼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국내 헬스케어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 조언을 해주신다면?
“의료제품은 일반 제품과 달리 다수의 참여자들이 관여합니다. 휴대폰은 사용할 사람이 직접 돈을 내잖아요. 구조가 간단하죠.
그러나 의료기기의 경우 실제로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환자’들이지만, 사용할 물건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의사나 물리치료사와 같은 전문가들이에요. 그 비용은 또 보험쪽에서 지불하는 경우가 많고, 이를 컨트롤하는 건 정부에요.
이런 구조를 이해하고 있어야 해요. 의학을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산업은 스타트업뿐 아니라 누구에게도 진입장벽이 높은 건 분명합니다.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 또한 만만치 않죠.
하지만 보수적이라는 건 그만큼 마음을 쉽게 바꾸지 않는단 얘기잖아요. 한번 자리를 잡고나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합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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