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트렌드]
‘숫자’ 아닌 ‘인격’으로 대해야…기업은 공감하고 감동하는 친구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관계 맺기’ 3법칙
(사진) 애플이 지난해 10월 아이폰7을 한국에 출시하자 서울 광화문 KT 매장에 고객들이 구름떼처럼 몰렸다.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 칼럼=전창록 IGM세계경영연구소 교수] 며칠 전 한 일간지에 ‘제조업, 서비스업 되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요지는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제조업체들이 장비의 유지·보수를 사업화한다는 것이다.

애플은 월정액(32.4달러)을 지불하면 1년 뒤 새로운 폰으로 바꿔 주는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2015년 론칭했다. 포화 상태의 시장을 타개하기 위해 스마트폰 교체 주기를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추가로 서비스 팩(129달러)을 판매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삼성전자도 2016년 비슷한 개념의 갤럭시 클럽 서비스를 론칭했다. 또한 제너럴일렉트릭(GE)은 항공기 엔진을 판매하는 대신 대여해 엔진 유지 관리 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한다. 또한 넥센타이어·코웨이, 중국의 하이얼 등도 렌털 사업을 시도했다.

이러한 현상의 본질은 고객과의 관계 맺기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고객의 로열티는 갈수록 낮아지는 상황에서 관계 맺기를 통해 고객을 잡아두고 더 나아가 상위 제품 판매(up selling), 교차 판매(cross selling)의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 애플·삼성이 ‘렌털 서비스’ 하는 이유

고객과의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먼저 누구와 맺을지 결정해야 한다. 하버드대에서 발간한 ‘전략을 보는 생각’에 따르면 전략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첫째 질문은 ‘네 핵심 고객이 누구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가’다.

부동산 개발업자와 매장 점주를 핵심 고객으로 선정했던 맥도날드는 소비자를 핵심 고객으로 재설정했다. 맥도날드는 지역별 차별화된 메뉴, 친환경 재료 사용, 커피 메뉴 강화, 연장 근무 등 소비자 중심의 조치를 취하면서 어려움에서 벗어났다.

최근 마케팅에서는 고객을 ‘전인격적’으로 이해하라고 조언한다. 나이·성별·소득과 같은 인구통계학적 숫자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 가치나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핵심 고객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을 전인격적으로 대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기뻐하고 두려워하고 어디서 시간을 보내고 중요한 가치에 대한 의견은 어떤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핵심 고객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고객의 니즈에 맞춰 비즈니스의 가치 제안을 구성해야 한다.

외식 브랜드 ‘와라와라’는 27세 오피스 레이디를 핵심 고객으로 선정하고 ‘즐거운 파티’를 콘셉트로 잡았다.

‘와라와라’는 도수가 높지 않은 다양한 과일주, 사진으로 찍으면 모양도 예쁘고 다양한 안주, 긴 머리 여성을 위한 헤어밴드, 짧은 치마 여성을 위한 무릎담요 등을 세심하게 준비했다.

또 ‘서비스 테마 6 원칙’을 정해 앉아서 주문 받고 대화하기, 원 토킹 서비스(사적인 대화하기) 등을 제공했다. 그 결과 20대 후반 여성이 30%에 정도에 이르렀고 이에 따라 다른 연령층이나 남성들이 몰려와 성황을 이뤘다.

◆ 불만은 해소하고 감동은 극대화하라

그다음은 고객 감동이다. 고객의 불만을 해소하고 감동을 극대화함으로써 차별화하는 것이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였던 고(故) 스티브 잡스는 “우리 모두는 우주에 흔적을 하나 파 놓으려고 이 세상에 왔다. 그게 아니라면 다른 어떤 이유가 있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잡스 전 CEO의 말대로 애플은 정말 완전한 경험의 우주 하나를 만들었다.

브라이언 솔리스 알티미터그룹 수석 애널리스트는 ‘무엇이 비즈니스의 미래인가’라는 책에서 고객 경험에 관한 네 가지 ‘진실의 순간’을 얘기한다. 진실의 순간은 고객이 회사나 제품에 대해 이미지를 결정하게 되는 짧은 순간을 일컫는 마케팅 용어다.

첫째는 웹에서 제품을 검색하는 순간이고 둘째는 매장에서 제품을 보고 첫인상을 형성하는 순간이다. 셋째는 상품을 만지고 냄새 맡고 느끼고 때로는 맛보는 순간이며 마지막은 타인과 경험을 공유하는 순간이다.

애플이 아이패드를 마케팅할 당시로 돌아가 보자. 애플은 아이패드를 웹사이트에 내놓으면서 “우리는 그 안에 무엇을 담을지 생각하기 전에 당신이 거기에서 무엇을 꺼낼지 생각했습니다”로 첫째 진실의 순간을 선보인다.

둘째, 이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매장을 찾은 고객들에게 스페셜리스트(매장 직원)가 따뜻하고 세심하게 고객을 맞으며 제품을 설명한다. 고객은 내 친구의 패드를 구경하듯이 친근하게 경험한다.

셋째, 고객은 매끄러운 결제 과정을 거쳐 제품을 구매한 후 순간 세심하게 다듬어진 제품과 대면한다. 애플은 너무도 유연하게 고객을 이야기의 절정으로 이끌며 고객을 열광적인 팬으로 바꾼다.

마지막으로 고객은 이제 자신의 이 같은 감동적인 경험을 공유한다. 이는 제품을 구입한 사람에게는 마지막 진실의 순간이자 아직 제품을 구입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첫째 진실의 순간이다.

그럼 감동을 준 고객과 어떻게 ‘관계’를 이어 가야 할까. 무엇보다 우선되는 것은 고객 생애 가치에 대한 전사적 공감대 형성이다.

베인앤드컴퍼니는 마케팅 비용 절감,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추천 효과, 고객 유지에 따른 승수효과(타인을 위한 구매 효과)를 내세우며 기존 고객을 재유치하는 것이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것보다 5배의 비용 효율성이 있다고 했다.

◆ ‘심플한 선행지표’ 만들어라

기존 고객을 재유치하는 방법 중 대표적인 것은 우량 고객에 대해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방법이다. 구체적으로는 금전적 보상과 비금전적 보상이 있다.

금전적 보상의 대표적인 예는 항공사 마일리지 프로그램이다. 비금전적 보상의 대표는 현대카드에서 운영하는 디자인, 트래블, 뮤직 라이브러리 등과 같은 것이다.

보상에 의한 고객 유지가 전통적인 방법이라면 밀레니얼 세대의 참여 욕구를 활용해 고객을 유지하고 충성 고객으로 만드는 회사가 있다. 바로 샤오미다.

샤오미는 운영체제를 개선하기 위해 매주 금요일 미유아이(MiUi)를 오픈한다. 고객들은 회사의 핵심 영역에 참여한다는 생각에 내 것처럼 여기면서 버그를 수정하고 열정적으로 불편한 점을 개선한다.

샤오미는 이런 ‘미펀(샤오미 팬)’들에 의해 매출 1%만을 마케팅 비용으로 쓸 뿐인데도 1억3000만 명의 충성스러운 고객 팬클럽을 유지하고 있다.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지속하기 위한 둘째 방법은 고객과 만나는 모든 접점에서 일관된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 차원에서 고객에게 전달하는 가치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일하는 방식에 대한 가이드와 구체적인 업무 프로세스도 존재해야 한다.

홍성태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패션 브랜드 루이까또즈에 ‘이지적 우아함’을 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는 이지적 우아함의 표상으로 나승연 평창올림픽위원회 대변인을 예로 삼은 후 해당 기업에 1년 동안 다양한 방식의 체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일례로 두 달 안에 본인이 보고 싶은 공연·연극·전시 등을 보고 그 공연에 나온 사람들 중 이지적으로 우아한 사람을 찾아내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적어 내게 했다.

또 이지적 우아함’을 가진 사람이 등장한다고 생각하는 책을 읽도록 했다. 이와 함께 길을 가다가 그런 사람을 발견하면 적어 내게 하고 왜 그런지 설명하게 했다.

매달 회사에서 결과를 공유하고 그중 뛰어난 발견에 대해 포상하자 열기가 뜨거워졌다. 1년쯤 지나자 직원들이 전화를 받을 때도 손님들을 맞을 때도 식사를 할 때도 ‘이지적 우아함’이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현대카드는 2012년 ‘50가지의 현대카드가 일하는 방식’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 책에서는 ‘기업의 수준은 말단에서 드러난다’고 디테일에 대해 집요할 정도로 강조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광고 카피를 뽑는 가이드’라는 글에서 “B급 정서를 유지하면서 욕설이 들어가도 안 되고 다른 사람을 비방해도 안 되고 누군가 불편한 마음이 들어서도 안 된다”는 기준을 제시해 기업의 문화가 체화되도록 했다.

즉 일관된 가치는 이런 집요함·디테일·반복을 통해 조직원들에게 체화되고 기업의 문화가 될 때 전체 접점에서 고객에게 일관된 가치 전달이 가능해진다.

고객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마지막 방법은 ‘측정’이다. 즉 고객과의 현재 관계의 정도를 측정한 후 미래에도 관계를 이어 갈 수 있도록 지표를 만드는 것이다.

기업은 통상적으로 시장점유율, 서비스 해지율, 고객 만족도, 고객 유지율과 같은 지표를 많이 활용한다. 하지만 그런 것은 후행적인 결과 지표다. 그보다 고객과의 관계를 이어 가는 데 중요한 것은 ‘선행지표’다.

하지만 선행지표는 쉽고 심플하고 가급적이면 단 하나이기를 권장한다. 지표의 가장 큰 의미는 활용이기 때문이다. 너무 많고 복잡하면 측정도 안 되고 활용도 안 된다.

지금까지 고객 관계 관리에 대해 알아봤다. 핵심은 고객을 잘 찾아 제대로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가치 제안을 하며 그 가치 제안 속에서 감동적인 고객 경험을 만들고 이 경험을 유지·지속할 수 있는 구조와 문화를 만들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