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트렌드]
유연한 근무환경·소통하고 협업하는 캐주얼한 분위기·개인의 행복 존중해야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하는 회사의 ‘5법칙’
(사진) KEB하나은행 새내기 직원들이 경기도 용인 하나은행연수원에서 소망을 담은 풍선을 날리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 칼럼=권상술 IGM 세계경영연구원 부원장] 기성세대라면 젊은 세대들의 행동과 태도 때문에 곤혹스러웠던 에피소드 한두 개 이상은 있을 것이다.

아파서 출근하지 못하겠다며 상사에게 문자를 보내는 직원, 부장이 업무 지시를 했더니 과장에게 물어보겠다는 사원, 팀장이 자신을 잘 배려해 주지 않는다고 임원에게 하소연하는 사원, 개인 일정을 이유로 회식 참석을 거부하는 팀원, 야근을 자주 시킨다고 회사에 전화해 항의하는 직원 부모 등의 사례는 더 이상 신기한 일이 아니다.

기성세대들이 골치 아파하는 ‘젊은 직원들’은 1981년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millennials) 세대다.

미국에서는 2015년부터 밀레니얼 세대가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를 제치고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한국은 밀레니얼 세대들이 3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조직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 세대 갈등은 항상 있어 왔다

어느 시대든 세대 간 갈등은 존재했다. 갈등의 대부분은 각 세대가 지닌 가치관, 관점, 기대, 태도, 의사소통 스타일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각 세대들은 자신과 다른 문화를 가진 다른 세대들을 옳고 그름의 잣대로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특권 의식이 있고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으며 자기 권리만 내세우고 버릇없이 자랐으며 게을러터진 세대”라는 평은 1968년 5월 17일 ‘라이프’지가 베이비붐 세대에 대해 묘사한 내용이다.

“이들은 회사 내에서 승진 사다리를 올라갈 바에야 차라리 히말라야산에 오르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한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TV에 나오면 열광하다가도 순식간에 채널을 옮긴다. (중략) 또한 직장을 구하고 결혼해야 할 시기가 돼도 그러한 통과의례를 거치기를 주저한다.” 이는 1990년 7월호 ‘타임’지에 실린 X세대의 특징이다.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은 “각 세대는 저마다 자기 앞 세대보다 머리가 좋고 뒤 세대보다 좀 더 지혜로울 것이라고 상상한다”고 말했다. 시대를 막론하고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들로부터 못마땅하다는 이야기를 들어 왔다.

베이비붐 세대든 X세대든 자신의 젊은 시절을 되돌아 보면 밀레니얼 세대의 현재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야망, 신기술에 대한 열광,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 새로운 기회를 향한 도전, 권위주의에 대한 반발 등은 젊었을 때 누구나 한 번쯤은 가졌던 사항 아닌가.

밀레니얼 세대는 직장에서 높은 보수, 일자리 보장, 의미 있는 업무, 흥미로운 업무, 적당한 업무량, 자신의 공헌에 대한 인정과 보상, 개인에 대한 존중, 개인 생활과 직장 생활의 균형, 상사의 배려와 지원, 좋은 동료들과의 교류, 원활한 의사소통, 자율성과 통제권 보장, 업무 유연성 확보 등을 원한다.

이들 중 기성세대가 원하지 않는 게 있을까. 기성세대들이 직장의 현실이라고 눈감아 버리고 포기했던 것들을 그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 규칙 잘 따르지만 ‘이유’ 명확해야

브래드 카시와 커트니 템플린은 ‘넥스트 리더십 3.0’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자라온 과정이 그들만의 독특한 특성을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이 책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앞 세대들보다 얌전하게 자라 주어진 규칙과 질서를 더 잘 지킨다. 규칙과 질서를 지켜야 할 필요성을 부모로부터 자상하게 들으며 자라서다. 밀레니얼 세대의 10대 시절 폭력이나 약물 관련 범죄율은 전 세대의 10대 시절보다 낮다.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의 과보호 속에서 자랐다.

자식 머리 위를 빙빙 돌며 뭔가 잘못될 것 같으면 금세 내려올 준비가 돼 있는 헬리콥터 부모나 자녀를 방해하는 뭔가가 나타나면 잔디 깎듯이 말끔하게 해치워 주는 부모 아래서 보호받으며 컸다. 그래서 이전 세대보다 부모와 가깝고 가족 중심적 가치관을 갖고 있다.

또 어릴 적부터 스포츠 팀, 단체 활동, 캠프, 그룹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성장해 팀 활동이나 단체 활동, 협업에 매우 익숙하다. 어릴 적부터 스펙 쌓기에 매진했고 유치원에 들어갈 때도 면접을 보는 등 치열한 경쟁 속에서 커왔다.

훌륭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위해 리더 역할을 맡거나 자원봉사를 해 온 이도 많다. 이들은 성취 욕구가 강하고 높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크게 느끼는 편이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자신이 매우 특별한 존재라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 자신의 꿈을 펼치고 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며 컸기 때문에 바라는 것도 많고 자신감이 넘친다.

이들은 위계질서에 무조건 복종하는 걸 좋아하지 않으며 평등을 지향한다. 전 세대에 비해 덜 권위적인 분위기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으며 자랐기 때문에 직장에서도 평등하게 대우받기를 원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대학 졸업 비율은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높다. 또한 역사상 가장 부유한 부모 아래에서 자라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적고 어린 시절부터 세계여행이나 다양한 경험을 한 이도 많은 편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어떤 행동을 할 때 이유부터 알고 싶어 한다. 이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해”라는 말을 듣고 자란 이가 적다.

스포츠 활동이나 클럽 활동을 하면서 정확한 답과 규칙을 들으며 성장한 이들도 많다. 그래서 규칙을 잘 따르는 편이긴 하지만 따라야 할 이유가 있을 때에만 따르는 경향이 있다.

또한 어떤 일을 할 때 혼자 책임지기보다 공동 책임을 원할 때가 많다. 학교에서 수행했던 그룹 과제나 활동들이 공동 책임을 질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일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업무의 내용이나 수행 방식에서도 정해진 절차에 따르기보다 유연하게 수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개성에 대해서도 개방적이며 글로벌한 태도를 갖췄다. 따라서 유연근무제를 통해 업무 시간 자율성을 보장하거나 재택근무 또는 협업 공간을 제공해 원하는 곳에서 일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하는 회사의 ‘5법칙’
◆ 업무 시간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결과 중심 업무 환경(ROWE : Results-Only Work Environment)도 필요하다.

미국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는 업무가 제대로 처리되는 한 모든 직원이 각자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제공한다.

업무 처리나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요구할 때도 많다. 그들은 모든 일이 돌아가는 것에 대한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

기성세대는 중요한 정보를 윗사람들로부터 구했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동료나 외부에서 찾는다. 정보의 투명한 공유는 신뢰를 구축하는 첫 단계다.

이들은 자신의 연봉 정보를 외부와 공유하기도 하고 헤드헌터들로부터 다른 회사의 처우 수준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는다. 그들에게 정보를 숨기거나 왜곡하면 불신만 커질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일과 삶의 경계를 뚜렷이 구분하지 않고 놀이처럼 일하기를 좋아한다.

또한 경직된 서열에 얽매이지 않고 직장에서 재미나 새로움 또는 도전을 찾지 못하면 바로 그 직장을 떠난다. 일 자체에서 느끼는 내재적 동기가 매우 크기 때문에 일이 재미있어야 한다.

또한 규칙을 위한 규칙을 극도로 싫어하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좋아하므로 복장 규정이나 업무 규정을 너무 엄격하지 않게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밀레니얼 세대는 협력을 잘하며 팀으로 일하기를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것을 좋아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한다.

스스로 파트너십, 협력 의식, 관계 맺기, 직원과 관계 구축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모든 사람들이 모두가 발언권을 가지기를 원하며 다른 이들이 의견을 내는 것을 독려하고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을 좋아한다.

관계를 형성할 때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데도 능하지만 직접적인 대면 교류도 즐긴다.

4차 산업혁명이 전개되고 거의 모든 기술이 융·복합화되면서 어느 한 분야에만 정통해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외부와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주고 협업에 필요한 공간과 도구를 제공해야 한다.

팀 전체의 성과에 근거한 보상을 확대해야 하고 개인 간 과도한 경쟁을 유도하는 평가 시스템도 개선해야만 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의 부모 세대가 일만 열심히 하다가 결국 직장에서 밀려나는 모습을 목격하고 자랐다. 그래서 오로지 직장에서의 성공에만 매달리지 않고 인생 전반에서 성공을 거두고 싶어 한다.

일을 열심히 하지만 개인 생활을 너무 희생시킨다고 생각되면 다른 대안을 적극적으로 찾는다. 이들은 일과 삶을 통합하기를 원한다. 이들에게 일만 요구한다면 그들은 탈진하거나 회사를 떠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일을 대충하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자신의 시간을 투자해 배우고 싶어 하며 긴 시간 동안 일할 준비가 돼 있고 실제로 열심히 일한다. 그들은 일도 열심히 하고 놀기도 열심히 하는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들에게는 근무시간과 장소에 대한 유연화를 통해 그들이 개인 생활과 직장 생활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줘야 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평생학습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고 자라면서 누군가가 답을 알려주거나 방향을 제시해 준 경험이 많다. 업무 수행에 대해 즉시 그리고 수시로 피드백 해주기를 원하기에 더 자주, 더 많은 피드백과 코칭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윗사람들로부터 얻는 지식과 지혜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직장 생활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 대한 멘토링을 해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그들의 업무가 다른 사람의 업무나 조직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