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세대’, 100세시대 대비한 앙코르 커리어 준비해야
(사진) 남경아 서울시50+ 서부캠퍼스 관장. /서범세 기자
[한경비즈니스=김서윤 기자] “은퇴 후에도 50년을 더 살아야 하는 100세 시대. 나이 70세면 생을 마감했던 앞 세대와 달리 살아온 만큼 더 살아야 하는 새로운 중·장년의 시간은 인류가 최초로 경험하는 시간입니다. 50년을 살아왔고 앞으로 5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지금 여러분은 무엇을 더하고 싶으신가요.”
남경아(49)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 관장은 첫 만남에서 이런 물음을 던졌다. 우리는 누구나 나이를 먹고 언젠가는 퇴직한다. 그리고 너 나 할 것 없이 퇴직 이후의 삶을 걱정한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퇴직의 문턱에 서 있는 50~ 64세 중·장년층을 위해 교육과 일자리 연계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베이비붐 세대의 새로운 인생 지원
“대한민국의 중·장년층으로 분류되는 베이비붐 세대는 민주화 과정을 겪었어요. 인구도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죠. 45세부터 62세까지 연령층이 전체 인구의 29%예요. 이들은 최근 신노년층이라고 불리며 자신들이 기존 노인 세대와 다르길 원해요. 가치 지향적인 네트워킹을 중요시하고 뭐든 스스로 경험해 보려고 해요. 도전 의식이 강하고 당신들의 커리어와 능력을 펼칠 무대를 원해요.”
남 관장은 이런 세대적 특징에 맞춰 커리큘럼을 새롭게 구성했다.
캠퍼스는 강의 중심이 아닌 참여자들이 직접 경험하고 관계를 맺어 나가는 네트워킹이 주를 이룬다. 캠퍼스는 이들이 새로운 탐색을 시도하고 학습하는 토대를 제공한다.
이 중 ‘50+인생학교’ 프로그램은 생애 전환기에 자신을 탐색하고 새로운 삶에 도전하도록 학습·체험·관계를 제공한다.
남 관장은 “인생학교 1기 졸업생들이 만든 커뮤니티가 6개인데, 단체 등록까지 해 사회에서 활동 중”이라며 “50플러스 서부캠퍼스를 지나간 이들이 성장·발전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남 관장은 2006년부터 ‘4060세대’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다양한 사회공헌 일자리 모델을 발굴해 왔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2000여 명을 교육·상담하며 전 세계 ‘50+세대’의 혁신적인 도전 사례와 콘텐츠를 국내에 적용해 왔다.
“2010년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하며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떠올랐어요. 최근 1년은 지난 10년에 비해 변화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중·장년층에 대한 대책이 시급합니다.”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에서는 △53개의 교육과정 △일자리 지원 △상담 및 정보 제공 △자율 활동(커뮤니티) 등을 지원한다. 또한 졸업생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사회에 공헌할 수 있고 현장에서 능력을 발휘하며 커리어를 개척할 수 있도록 서울시 공공 일자리를 운영한다.
이를 위해 전문 컨설턴트가 상주하며 맞춤형 생애 설계 상담과 정책 정보를 제공한다. 동료와 함께 기획한 프로젝트를 실행하도록 활동비 등도 지원한다.
◆ 경험과 역량 살릴 수 있는 '제2의 커리어' 일자리를
올해 특히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그램은 ‘50+앙코르 커리어 특강’이다.
“인생 100세 시대잖아요. ‘호모 헌드레드’ 시대요. 정년 연장이나 퇴직 후 중소기업으로의 취업 등 방법조차 임시방편일 수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약간의 수입과 함께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일을 찾아야죠. 의미 있고 생산적인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는 제2의 커리어가 필요합니다.”
남 관장은 앙코르 커리어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앙코르 커리어’는 미국의 비영리단체 ‘시빅벤처스’의 설립자 마크 프리드먼이 그의 저서에서 은퇴 이후 제2의 인생을 ‘앙코르 커리어’라고 정의한 데서 비롯됐다.
앙코르 커리어는 ‘3P(사회공헌·Purpose, 개인적 성취·Passion, 소득·Paycheck)’를 갖춘 사회공헌 일자리를 의미하며 대체적으로 비영리 기관에서 하는 일을 가리킨다. 남 관장이 말하는 앙코르 커리어는 조금 더 넓은 의미의 개념이다. 일과 삶, 공익과 사익이 조화로우며 개인과 소득의 성취도 포함한다.
남 관장은 50플러스 세대에게 “제2의 커리어는 제1의 커리어의 연장선처럼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또한 여유를 가지고 인생을 재설계한다는 각오로 새롭게 배우고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몇 달 전, 대기업 임원의 누님이 캠퍼스를 방문하셨어요. 동생이 퇴직을 앞두고 우울증에 걸렸다며 프로그램을 추천해 달라고요. 그분이 처음 오셨을 때 퇴직한 지 한 달 째였는데 삶의 의욕이 없어 보이더라고요. 평생을 바친 회사를 퇴직하며 경력 단절에 대한 심리적 충격이 크셨죠.”
남 관장은 당시의 기억을 회상하며 캠퍼스에서 보낸 시간들을 통해 변화된 졸업생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 분은 이곳에서 같은 고민을 가진 친구들과 멘토를 만나며 달라지셨어요. 지금은 자신의 인생에서 잠깐의 휴식 시간이라며 충분한 경험과 탐색을 통해 다시금 스스로의 길을 설계하겠다고 결심하셨어요. 지금까지 너무나 치열하게 살았다며 이제부터는 조금 더디 가며 삶을 즐기면서 살고 싶다고요.”
남 관장은 8세가 되면 초등학교에 가듯이 인생의 중반기에도 또 한 번의 배움의 과정을 거쳐 경험과 역량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앙코르 커리어를 제도화하고 정책적으로 확대하는 노력을 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 약력
1969년생.
1991년 홍익대 교육학과 졸업
2005년 한신대 사회복지 문학석사
2002년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
2003년 서울관악자활센터 기관실무총괄 실장
2006년 희망제작소 시니어사회공헌센터장 및 사무국장
2011년 수원시 평생학습관 총괄국장
2013년 희망제작소 교육센터 센터장
2014년 공간일상 대표이사
2016년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 관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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