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가득 실은 中 광물…벌크 선사 ‘순항 중’
BDI 1200 돌파…한달 새 70% 올라
(사진) 팬오션의 펄프 운송선 ‘할로필라호’. /팬오션 제공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세계 교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가 연일 상승하고 있다.

지난 3월 20일 BDI는 1205까지 올랐다. 최근 3개월간 600과 900 사이를 오갔던 BDI가 드디어 네 자릿수에 진입한 것이다. 최근 저점이었던 688(2월 15일)에 비해선 한 달여 만에 70% 넘게 치솟았다.

BDI의 고공 행진은 벌크 선사들을 웃음 짓게 하고 있다. 벌크 시장의 시황이 좋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물동량 증가와 선복량 감소로 ‘웃음꽃’

해운업의 시황이 좋으려면 일단 물동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벌크(부정기선) 운송량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총물동량의 52%를 차지하는 철광석과 석탄이다. 최근 중국으로 향하는 철광석과 석탄 물량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또한 물동량의 한 축을
책임지는 남미로 가는 곡물 화물이 예년보다 다소 일찍 수송된 것도 영향을 줬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중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와 함께 벌크화물 수요는 당분간 안정적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환경 규제도 벌크선 시장을 안정시킬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경제성 낮은 탄광을 퇴출시키고 엄격한 환경 규제 잣대를 들이대면서 석탄 내수 생산량이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실장은 “철광석은 중국 내 산업 발전에 따라 수요가 뒷받침되며 석탄은 환경 규제의 영향으로 중국의 수입량이 증가해 벌크 광물 물동량 증가치는 꾸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 요인은 선복 과잉이 해소됐다는 것이다. 벌크 선사 관계자는 “앞으로 시황이 다소 침체될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선복 공급이 차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2015년 이후 벌크 신조선 발주가 매우 적었기 때문이다.

클락슨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벌크 선복량은 약 7억9000만DWT(재화중량톤수)다. 향후 벌크 신조선 인도량은 3000만DWT, 해체량은 4000만DWT로 해체량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복량 증가율 역시 지난해 2%였지만 올해는 0.8%로 전반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년간 평균 선복량 증가율은 약 8.1%였다.

주목할 점은 연일 엄격해지는 환경 규제가 벌크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부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부터 원양항로를 기항하는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을 0.5% 이하로 규제한다.

이에 따라 선사들은 선박을 연료 효율이 좋은 ‘에코선’으로 교체하거나 별도의 처리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벌크 선사 관계자는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 노후 선박들은 신규 장비를 설치하는 대신 폐선될 수 있어 선복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진회 실장은 “에코 선박은 운영비용이 높아 일시적으로 운임 상승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BDI 1200 돌파…한달 새 70% 올라
◆팬오션, 올해도 호실적 이어갈 듯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내 벌크 선사들은 연일 낭보를 전해오고 있다.

팬오션은 지난 2월 28일 세계 최대 펄프 생산 업체인 브라질 피브리아와 7189억원 규모의 장기 운송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팬오션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총 5척의 신조선을 인도받아 15년 동안 연간 약 200만 톤, 총 3000만 톤의 추가 물량을 수송하게 된다. 이 계약은 옵션에 따라 최장 25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

또 지난해에는 브라질 발레와 20년간 총 3200만 톤의 철광석을 실어 나르는 장기 운송 계약을 체결했다. 팬오션은 이 계약으로 약 3억5900만 달러의 추가 매출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팬오션은 약 80척의 사선(社船)을 보유하고 있고 용선을 포함해 약 220척의 선대를 운영 중이다. 연이은 장기 계약 체결로 올해 실적 전망도 밝다. 대신증권은 2017년 팬오션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2조2900억원, 223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2.3%, 32.7% 증가한 수치다.

SM(삼라마이더스)그룹의 선사 대한해운은 3월 8월 에쓰오일과 원유 운반선 항해 용선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 계약은 한진해운이 과거 에쓰오일과 체결했던 것으로 계약 주체가 대한해운으로 변경됐다.

계약금액은 공시일 기준으로 382억원이며 2018년 2월까지 2년간 계약이 유지된다. 대한해운은 이번 계약을 통해 원유 운반까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한해운은 2016년 말 기준으로 사선 31척을 보유하고 있고 올 2분기 4척의 신조선을 인도받을 예정이다. 주요 화주는 포스코·한국가스공사·한국전력·현대글로비스 등이다.

‘장기 계약’은 벌크 선사를 지탱하는 힘이다. 시황과 관계없이 물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장기 계약이 이뤄지면 벌크 선사는 수년간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BDI는 연초의 상승세를 연말까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은 올해 평균 BDI지수가 지난해 675에서 31.5% 오른 888로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벌크 선사들은 당분간은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