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
음식 쓰레기 줄이고 환경보호까지…‘일석이조’
친환경 대체연료로 ‘빵’ 주목하는 유럽
(사진)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기반으로 하는 브로드노디흐재단이 도심에서 빵 수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브로드노디흐 제공

[헤이그(네덜란드)=김민주 객원기자] 최근 유럽에서는 늘어나는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식으로 먹는 빵을 버리거나 매립하는 대신 연료로 재활용하자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브로드노디흐(broodnodig)재단은 3년 전부터 도심 내에서 배출되는 빵 폐기물들을 모아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래된 빵은 쓰레기가 아니다’를 모토로 지역 내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 재단은 네덜란드에서 하루 평균 43만5000덩어리의 빵이 버려지거나 동물의 사료로 사용되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안젤리크 브로드노디흐재단 설립자는 지나치게 많은 양의 빵이 낭비되고 있는 것에 놀랐다고 했다. 그는 네덜란드 일간 NRC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더 이상 빵이 쓸모없는 쓰레기가 되거나 거리에 버려지는 일이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젤리크 설립자는 공원이나 슈퍼마켓 주변, 길거리 등 공공장소 내에 방치된 빵 부산물 때문에 도심의 환경이 오염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로테르담은 네덜란드 내에서 무슬림 이민자 거주 비율이 높기로 유명한 곳이다.

종교적 이유로 빵을 신성시하는 바람에 다른 쓰레기와 함께 담아 버리지 않고 길거리에 펼쳐 놓는 무슬림 시민들이 많아 야외 환경이 자주 지저분해진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젤리크 설립자와 뜻을 합친 젊은 환경 운동가, 비즈니스 전문가들이 모였다. 이들은 빵을 버리는 대신 재활용해 에너지를 얻자는 것으로 아이디어를 모았다.

재단 운영에 필요한 재정적·절차적인 도움은 시티랩 010, 리미츠투어스(Limits to earth), 로테르담 환경센터, 환경보호국(DCMR) 등과의 협력으로 해결했다. 재단은 이후 요나스 마틴이라는 엔지니어를 초빙했고 연구를 거듭한 끝에 빵을 구워 가스를 만드는 특별한 장비를 개발했다.

◆빵 활용한 ‘바이오가스’ 생산

네덜란드에서는 남은 빵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사례들이 이미 있다. 국제공항 인근에 자리한 반 더 발크 스키폴 호텔은 오래된 빵을 태워 자체적으로 바이오가스를 만든 후 이를 다시 호텔 주방에서 요리를 할 때 사용한다.

암스테르담의 예술 창작 집단인 핑크 포니 익스프레스도 몇 해 전부터 오래된 빵을 가스로 바꿔 건물의 온도를 높이거나 새 빵을 굽는 연료로 사용하는 운동을 전개해 왔다. 바이오가스 일부는 암스테르담 내의 레스토랑으로 보내기도 했다. 핑크 포니 익스프레스가 보유한 소각 기계는 하루 평균 10kg의 빵을 태워 하루에 3000리터의 바이오가스를 생산할 수 있다.

이들과 유사한 형태의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브로드노디흐는 일단 빵을 모으기 위해 현재 페예노르트·델프트하븐 등 로테르담 도심 곳곳에 약 40개의 바퀴 달린 빵 수집 상자를 비치했다. 수거는 빵 쓰레기 문제에 관심이 높은 자원봉사자들이 맡고 있다.

이렇게 모인 빵들은 재단의 실험실에서 사용 가능한 연료로 바뀌게 된다. 이때 생산된 가스는 1시간 정도 작은 버너를 작동할 수 있다. 프라이팬에서 달걀을 부치거나 물을 끓이기에 충분한 화력이다.

정확히는 1kg의 빵을 태워 800리터의 가스를 얻는다. 재단은 빵 쓰레기로 만든 친환경 연료를 활용해 지역 농부들이 자신의 농장을 운영할 수 있을 때까지 실험을 계속할 예정이다.

이들은 남은 빵 태우기를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며 녹색 가스를 만들어 공급하고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궁극적으로 로테르담에서 더 이상 빵 폐기물이 나오지 않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영국의 한 대형 슈퍼마켓도 음식물 쓰레기를 연료로 재사용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영국 내 350개 매장을 운영 중인 유명 슈퍼마켓 웨이트로즈는 지난 2월 말 음식물 쓰레기에서 생성된 바이오 메탄가스를 배달 트럭의 연료로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미국 등도 음식물 쓰레기 활용

미국에선 이미 성공적으로 시도된 바 있지만 유럽 내에서는 웨이트로즈가 바이오 메탄 트럭을 상업적으로 사용한 최초의 기업이 됐다. 웨이트로즈는 올해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통해 얻은 연료로만 움직이는 10대의 새 배달 트럭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슈퍼마켓 측은 재생 가능한 바이오 메탄가스 공급 업체인 CNG퓨어스와 손잡고 식량 가스를 얻는다. 부패된 채소와 음식물 쓰레기를 통해 얻은 가스는 최대 500마일을 달릴 수 있다고 전해진다.

웨이트로즈 측은 음식 기반의 가스는 디젤 연료보다 35~40% 저렴하며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70% 정도 적어 이 연료를 이용할 때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의 실현은 물론 경비 절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식품 가스를 사용하는 트럭은 다른 트럭에 비해 구매비용이 더 비싸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연료비용 절감에 따른 이득이 더욱 크다. 회사 측은 트럭의 전체 사용 기간 가운데 총 10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웨이트로즈는 5년 전부터 팔다 남은 음식들을 쓰레기 매립지로 보내는 관행을 중단하고 자선단체와 음식이 필요한 곳에 이를 기부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품질에 문제가 없지만 못생긴 외형 때문에 폐기 처분했던 채소나 과일 등을 할인된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이벤트도 진행하는 등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일관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영국의 한 농업학 교수는 “영국 내 여러 사기업들이 환경 친화적이고 비용 효율이 높은 대체 연료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하지만 여전히 많은 양의 음식물 쓰레기가 매립지에 묻히는 것으로 끝나며 가치 있는 천연자원들이 개척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