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성과연봉제·최순실’이 뒤흔드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 공공기관 평가 어떻게]
매년 정부 핵심정책이 잣대…‘최순실 사태’ 새 변수로
‘전문성·객관성’ 강화…평가조직은 축소
(사진)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지방조달청에서 3월 4일 열린 '2017 공기업 준정부 기관 경영평가단 워크숍'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공공기업 경영 평가의 계절이 돌아왔다. 오는 6월 공공기관들은 한 해의 희비를 결정지을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다.

정부는 공공기관 경영 평가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영평가단의 조직 규모가 축소됐지만 해당 분야를 잘 아는 인물들로 선정했다는 후문이다. 또 최순실 국정 농단에 관련된 기관들이 어떤 성적표를 받아 들지도 주목된다.

◆점점 높아지는 ‘비계량지표’의 비중

‘2016년 공공기관 경영 평가’의 심사 대상은 공기업 30개, 준정부 기관 89개로 최종 확정됐다. 당초 86개였던 준정부 기관은 올해 1월, 정부가 공공기관을 신규 지정하며 89개로 늘어났다.

새로 추가된 준정부 기관은 시청자미디어재단·아시아문화원·한국지식전략원이다. 한편 승강기안전기술원과 승강기안전연구원이 한 곳으로 통합되며 준정부 기관은 총 89개가 됐다.

유형이 변경된 곳도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다. KOICA는 공적개발원조 사업 규모가 확대되며 경영관리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기타 공공기관에서 위탁 집행형 준정부 기관으로 유형이 바뀌었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사업 이관으로 기금 사업비 집행 비율이 내려가며 기금 관리형 준정부 기관에서 위탁 집행형 준정부 기관으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2016년 공공기관 경영 평가 대상인 준정부 기관 89개 중 기금 관리형은 13개, 위탁 집행형은 19개, 강소형은 57개로 최종 확정됐다.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을 얼마나 따랐느냐는 매년 경영 평가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돼 왔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공공기관의 성과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공공기관 노동자의 급여 체계를 성과에 따른 연봉 차등제로 변경함으로써 조직 전체의 생산성을 길러내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2016년 공공기관 경영 평가를 살펴보면 ‘경영관리’ 범주에 있는 보수 및 복리 후생 관리 평가 지표에서 ‘성과연봉제 운영의 적절성’이 평가 항목으로 명시돼 있다.

성과연봉제 도입 시도는 지난해 10월 최순실 국정 농단의 발발로 잠시 추진력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국정 농단과 성과연봉제 도입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따라서 향후 공공기관을 평가할 때 성과주의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는 점차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계량지표와 비계량지표의 비율은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 늘 논란의 대상이 됐다. 2016년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 비계량지수와 계량지수의 점수 비율은 40 대 60이다. 계량지표는 눈에 보이는 재무제표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고 있다.

따라서 비계량지수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형성되기도 했다. 이러한 기조를 반영했는지 올해 2월 발표된 2017년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는 비계량지수의 비중이 45점으로 더 높아졌다.
‘전문성·객관성’ 강화…평가조직은 축소
(사진)국민연금관리공단 (/한국경제신문)

◆최순실 게이트, 공기업 청렴도에 큰 타격

지난해부터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이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국정 농단에 관련된 공공기관은 최하위 등급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KOICA는 ‘비선 실세’ 최순실의 인사 개입에 직접 연루돼 곤욕을 치렀다. 검찰의 수사 결과 최순실은 KOICA 자금이 투입되는 ‘미얀마 공적개발원조 사업’에 개입해 각종 이권을 챙기려고 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순실은 760억원 규모의 ‘미얀마 K타운 조성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행사를 통해 이익을 취하는 방법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김인식 KOICA 이사장은 지난해 5월 최순실의 인사 개입으로 이사장직에 올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이사장은 지난 2월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의 문형표 이사장은 구속 수감됐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당시 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찬성 결정을 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공단은 합병 전 삼성물산의 지분 11.2%를 가진 2대 주주로 합병에 중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 17.08%를 가진 최대 주주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지배 구조를 정리함으로써 원활한 승계를 위한 포석을 마련할 수 있었다. 검찰은 국민연금공단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는 조건으로 최순실 모녀에 대한 삼성그룹의 지원 거래가 이뤄졌다고 파악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삼성그룹을 비롯해 주요 기업들의 주주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의 세금을 운용하는 공기업이 비선 실세와 연루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국민연금공단의 투명성에 큰 흠집이 가해지게 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또한 최순실의 인사 개입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최순실은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 전 원장의 임명에도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성각 전 원장의 배후에는
국정 농단의 주역인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있었다.

차은택 전 단장 등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인사권을 쥐는 방법으로 대기업의 광고 물량을 독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 게이트 연루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올 1월 예산 편성에서도 당초 계획보다 약 1400여억원 삭감된 3175억4900만원을 받게 됐다.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 발발 후 공공기관들은 후임 인사를 쉽게 결정 하지 못하고 시간만 흘려보냈다. 혹여나 생길 낙하산 의혹을 피하기 위해서다. 앞서 언급된 기관들 외에도 최순실 게이트와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공공기관들은 올해 경영 평가 ‘청렴도’ 면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성·객관성’ 강화…평가조직은 축소
◆평가위원, 많다고 능사 아니야

통상적으로 경영 실적을 평가할 경영평가단은 2월 중순께 모습을 드러냈다. 평가단은 교수·회계사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3월부터 5월까지 평가를 진행해 6월 말 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공기업 경영 평가를 담당할 평가단의 단장으로는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내정됐다. 기획재정부는 박 단장에 대해 “박순애 교수는 현재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위원으로서 공공 정책과 공공기관에 대한 이해가 깊고 지난 3년간 평가단 부단장으로 활동하는 등 2004년 이후 총 10회에 걸쳐 경영평가단에 참여해 전문성을 갖춘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평가위원 수는 차차 줄고 있다. 올해 공공기관 경영 평가의 평가위원 수는 전년 대비 61명 줄어든 104명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평가위원이 너무 많으면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 너무 많은 수의 평가위원이 위촉되면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며 평가위원 축소 배경을 설명했다. 또 “위원 수를 줄이고 조직을 축소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평가위원들을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경쟁 위한 ‘글로벌 평가 지표’ 도입

한편 올해 실적을 평가할 ‘2017년 공공기관 경영 평가’도 대략적인 모습을 보였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2017년 경영 평가 편람을 확정하며 △공공기관의 공공성 △공공기관 간 공정한 경쟁 여건 조성 △핵심 업무와 도전적 목표를 강조했다.

전반적인 평가 기준에서 안전과 환경 등 공공성 지표의 배점을 늘렸다. 이는 공공기관의 업무 효율성 개선과 함께 공공기관의 공공성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커지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이 공정한 경쟁 환경 속에서 경영할 수 있도록 그동안 공기업과 준정부 기관을 통합해 평가해 오던 방식을 공기업 간, 준정부 기관 간 평가 방식으로 전환한다. 기관 간 비교 평가 외에 개별 기관에 대한 절대평가 방식을 새로 도입해 지나친 순위 경쟁을 지양하도록 했다.

국내 공공기관들이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글로벌 평가지표 도입도 확대했다. 이는 공공 서비스의 품질을 국제적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한국철도공사의 평가 지표에는 열차 정시 운행률을 세계 최상위 국가와 비교하는 지표가 도입됐다. 향후 정부는 더욱 공정한 경영 평가를 위한 지침을 마련한 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박순애 교수, "올해 평가, 다음 정부에서 추진할 공기업 역할 제시할 것"
‘전문성·객관성’ 강화…평가조직은 축소
(사진)박순애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장


기획재정부는 지난 2월 10일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올해 공공기관 경영 평가를 진두지휘할 단장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박순애 교수는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장직에 오르게 됐다. 박 교수는 지난 3년간 부단장직을 수행하는 등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어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 평가는 매년 공정성 논란에 시달려 왔다. 특히 올해는 정치적으로도 혼란스러운 시기에 평가가 이뤄져 현재 시국에 과연 영향을 받을지 주목되고 있다. 한경비즈니스는 박순애 단장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향후 경영평가단의 계획을 미리 들어봤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의 단장으로 임명된 소감은.

2004년 정부 투자 기관 평가위원으로서 경영평가단에 참여해 팀장·간사·부단장을 거쳐 올해 단장을 맡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영광스럽게 생각하지만 역사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올해 평가단은 24명의 팀장과 80명 정도의 평가위원으로 구성됐다. 각 팀은 3~5인으로 구성돼 전년도보다 대폭 슬림화된 평가단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올해 공공기관 경영 평가는 대통령 탄핵과 함께 ‘장미 대선’을 앞두고 있어 시기적으로 혼란스럽다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다.

정권 교체기에 경영 평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약간 다를 수 있지만 평가단은 편람에 충실하게 평가를 진행할 것이다. 이러한 평가 과정을 통해 현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에 대한 공과를 파악하고 다음 정부에서 추진해야 할 공공기관의 역할과 기능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향후 공공기관 경영 평가는 어떤 기준으로 이뤄지나.

공공기관의 경영 효율성은 물론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 그리고 공공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향후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선제적으로 제공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됐으면 한다.

경영평가단이 단순히 정권 교체기의 전환기적 평가단이 아니라 공공기관이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 실현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는 데 밑거름이 된 평가단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단장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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