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속옷 이어 골프웨어·일상복도 무봉제 바람…착용감과 디자인으로 어필
꿰매지 않은 ‘무봉제’ 의류 뜬다
(사진) 와이드앵글 ‘W 리미티드 에디션’. /와이드앵글 제공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최근 패션업계에서는 꿰매지 않은 옷인 이른바 ‘무봉제 의류’가 주목받고 있다. ‘홀가먼트(whole garment)’로도 불리는 무봉제 의류는 앞판·뒤판·소매 등을 별도로 편직한 후 이를 모아 봉제하는 기존 의류와 달리 봉제 없이 한 벌의 옷을 통째로 짠다.

무봉제 의류는 한 벌을 만드는 데 1시간 이상이 소요되지만 실로 연결한 부분이 없어 착용감이 좋고 디자인 면에서도 고급스럽다는 평가다. 속옷과 아웃도어 의류, 골프웨어에 이어 니트 등 일상복에까지 무봉제 기법을 적용한 옷들이 주목받고 있다.
꿰매지 않은 ‘무봉제’ 의류 뜬다
◆와이드앵글, 무봉제 골프웨어 선보여

북유럽 감성의 골프웨어 브랜드 와이드앵글은 무봉제 제품을 강화하며 젊은 골퍼들을 공략하고 있다.

무봉제 기법으로 제작된 골프웨어는 가볍고 편안한 데다 몸매 라인을 돋보이게 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옷감을 자르거나 덧대 꿰맨 자국 없이 일체형으로 제작해 신체 마찰을 최소화한 것은 물론 몸에 꼭 맞아 젊은 층이 선호하는 슬림한 핏을 살릴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와이드앵글은 올해 무봉제 기법이 적용된 제품 비율을 지난해보다 높이는 한편 주력 제품으로 선정해 타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꾀했다. 최근 프리미엄 기능성 라인으로 선보인 ‘W 리미티드 에디션’이 대표적이다. W 리미티드 에디션은 신축성과 복원력이 우수한 ‘이탈리아 유로 저지’ 기능성 소재를 사용해 부드럽고 편안한 착용감을 유지하는 게 특징이다.

무봉제 제품은 골퍼들의 경기력 향상에도 기여한다. W 리미티드 에디션은 골프가 어깨와 허리 회전 등 상체의 움직임이 많은 운동이라는 점을 감안해 실수를 줄이고 집중력을 높이도록 디자인했다. 무봉제 제품 특유의 꼭 맞는 핏이 근육을 단단하게 지탱하고 적당한 긴장과 압박을 줘 부상 방지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와이드앵글의 무봉제 의류 라인업은 W 리미티드 티셔츠를 포함해 ‘3윙스(Wings) 티셔츠’ 등 골프 퍼포먼스에 특화된 기능성 제품 중심으로 출시됐다. 가격은 12만8000~17만8000원으로 기존 의류에 비해 2만~3만원 정도 높은 수준이다.
꿰매지 않은 ‘무봉제’ 의류 뜬다
(사진) 와이드앵글 ‘3윙스 티셔츠’. /와이드앵글 제공

와이드앵글의 무봉제 골프웨어는 기존 의류와 달리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공정이 많아 제작 과정이 훨씬 복잡하다. 티셔츠를 기준으로 하루에 생산 가능한 양이 10장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

와이드앵글 관계자는 “최근 어깨와 허리 턴 동작이 크고 빠른 골프의 특성에 맞춰 골프웨어에도 무봉제 기법이 사용되는 추세”라며 “장시간 라운드에도 가볍고 편안하게 입을 수 있고 스타일도 좋아 젊은 층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프로여자골프(LPGA) 공식 인증 파트너인 LPGA골프웨어도 무봉제 공법 등을 적용해 활동성을 강조한 ‘프리스윙 시리즈’의 여름 제품을 최근 출시했다. LPGA골프웨어는 패션 전문 기업 엠케이트렌드가 지난해 7월 론칭한 스타일리시 골프웨어 브랜드다.

프리스윙 시리즈는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도 쾌적하게 라운딩을 즐길 수 있도록 자외선(UV) 차단 및 발수 기능을 더한 고기능성 소재를 사용했다. 일부 스타일에는 무봉제 기법을 적용해 착용감과 활동성을 높였다.
꿰매지 않은 ‘무봉제’ 의류 뜬다
(사진) LPGA 골프웨어 ‘프리스윙 시리즈’. /엠케이트렌드 제공

◆CJ오쇼핑, ‘무봉제 니트’로 54억 매출

무봉제 기법은 일상복으로도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무봉제 기법으로 제작된 ‘홀가먼트 니트’ 제품이 홈쇼핑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말 CJ오쇼핑이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홀가먼트 니트는 총 6시간 방송 동안 약 6만 개(54억원)의 주문을 기록했다. 올해에도 4시간여의 방송에서 4만6000개(38억원) 이상을 판매했다. 1시간 방송에서 1만 개 이상, 9억원씩 판매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홀가먼트 니트는 기존 니트와 달리 봉제 없이 한 벌의 옷을 통째로 짠다. 좋은 착용감은 물론 디자인 면에서도 더욱 고급스럽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홀가먼트 니트는 니트 프로그래머가 컴퓨터로 프로그램을 만든 후 편직기에 입력하면 기계가 이 프로그램을 읽고 옷을 편직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편직 시간은 디자인에 따라 다르지만 CJ오쇼핑에서 선보이는 ‘VW베라왕 홀가먼트 니트’는 한 벌을 만드는 데 85~9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CJ오쇼핑은 올 상반기 ‘VW베라왕’, ‘아뜰리에들라마이’, ‘샬라얀’ 등 3개 패션 브랜드의 홀가먼트 니트를 선보였다. 이 중 뉴욕 ‘베라왕’ 본사와 라이선스 계약하고 국내에 단독으로 선보이고 있는 VW베라왕 제품의 매출이 가장 좋다.
꿰매지 않은 ‘무봉제’ 의류 뜬다
(사진) VW베라왕 ‘홀가먼트 니트’. /CJ오쇼핑 제공

올 2월 말 출시된 VW베라왕 홀가먼트 니트는 방송마다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다. 3월 말 방송에서는 13분 동안 3000개 이상이 판매되며 매진을 기록했다. 4월 5일 방송에서 선보인 ‘VW베라왕 이탈리아 코튼 캐시미어 홀가먼트 니트’는 23분간 약 2800개가 판매되며 당초 목표의 30%를 초과 달성하기도 했다.

홀가먼트 니트는 ‘홈쇼핑 의류는 저렴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역할도 하고 있다. 기존 홈쇼핑 니트 의류 등은 대부분이 ‘3장에 얼마’ 식의 ‘다구성’ 형태로 판매돼 왔다.

반면 홀가먼트 니트는 단 한 벌만 제공하는 ‘1종 구성’으로, 평균 9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홈쇼핑 의류의 고급화는 물론 홈쇼핑의 기존 다구성 전략을 ‘1종’이라는 다소 파격적 구성으로 변화시키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하는 셈이다.

CJ오쇼핑 관계자는 “VW베라왕 브랜드의 모든 상품은 출시 전 뉴욕 베라왕 본사의 승인을 거친다”며 “올봄 선보인 홀가먼트 니트는 고급스러운 실루엣으로 특히 인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